골드코스트 지역의 한 섬으로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저는 너무 좋았는데 남편은 좀 지루해하더군요.
남반구니까 여름을 지나고 막 가을이 시작된 곳이라서 리조트 안은 한적하기 그지없고 평화로웠습니다.
제가 사는 홍콩보다 2시간 빨라서 (아닌가 늦나? 아, 헷갈려요)
아이들이 홍콩 시간에 맞춰 늦잠자고 일어나니 점심시간이 다되었죠.
방에 주방이 딸린지라 방에서 아침을 해결했어요
간단히 오트밀 씨리얼 이런거 먹거나
계란을 삶고 여행용 쿠커에 밥해서 가져간 조미김에 싸먹고 끝.
(그곳 매점에서 팔았던 김치를 팔더라구요 글쎄.@.@)
그리고 자전거 타거나 기차(서울랜드 가면 코끼리기차 있자나요)타고 바닷가에 나가서 좀 빈둥거리다가
점심 한끼 사먹고 저녁에는 피자를 시켜 그거 먹구 과일먹고 떼웠어요.
일주일간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메뉴에 있는 피자를 다 섭렵했습니다.
호주피자는 다 그런건지 미국식도 이태리 식도 아니더라구요.
도우도 머랄까 이도 저도 아니고 바베큐 소스도 마구 아무대나 뿌리고 별로예요.
근데 제 딸아이가 감동해 마지않던게 있었는데
그게바로 바나나 피자 입니다.
디저트 메뉴라는 칸에 애플 피자랑 바나나 피자가 있대요.
애플크럼블 피자야 뭐 그렇다 치고
바나나?피자?
실험적으로 시켜봤죠.
호주 사람들은 스테이크 먹고 저 두터운 피자를 디저트로 먹나봅니다.ㅎㅎㅎ
아무튼 대박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한번 재현을 해봤는데 얼추 그맛이예요.
그래서 요즘 아이 친구들이 play date오면 꼭 해준답니다.
오리지널은 둥근 피자 모양에 도우가 얇은 편인데
저는 그냥 제가 사는곳 수퍼에서 파는 클래식 피자 도우를 그냥 써서 다소 두꺼워요.
그리고 도우가 네모져서 네모낳게 피자를 만듭니다.
도우를 냉동피자 도우를 쓰니 레시피고 뭐고 없죠.
바나나와 도우사이를 붙일 재료가 필요한데 그게 뭘까 고민하다 마스카포네치즈를 썼습니다.
마스카포네 치즈를 척척 바나나 올릴 부분에 발라주고 바나나를 잘라서 얹어줍니다.
그리고 캐스터 슈거 (보통 입자의 설탕도 상관없겠어요)를 그 위에 좀 뿌려줍니다.
어차피 디저트 피자니 좀 달아야겠죠? 서걱서걱 씹히는 맛도 있고요.
그리고 예열한 오븐에 도우가 갈색 날때까지 구워줍니다.
다 굽고 난 후 커스터드 크림을 뿌려주고 살짝 시나몬 가루도 뿌려줍니다.
지난 번 베리테린에 이어 아주 간단하게 그러나 결과물은 흡족한 디저트 되겠습니다.
그러나 열량은 좀 되죠.
호주인이 아닌이상에야 간식쯤으로 먹어야지 어디 저게 디저트입니까?
양배추 스프를 먹는 판에 좀 불순한 레서피를
올린거 같습니다.
어쨋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방학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 해줘보세요.
엄마들은 그냥 양배추 스프를 먹어도 아이들 간식은 먹여야하자나요.
아이들한테 바나나 얹으라고 하면 좋아라해요.^^
새벽에 깨서 인터넷 뉴스 보니 서울은 물 폭탄이 터졌다죠.
피해들 없으셨는지요.
장마가 개면 이제 곧 휴가,피서들 가시겠네요.
저는 제가 사는 곳이 바닷가고 해서 그냥 여기가 거기다 하고 아무대도 안가려고요
아이들 델꼬 어디 가봐야 고생...이제사 깨달음이 왔답니다.
사진은 남편하고 딸아이가 바닷가서 노는 모습이지요.
작대기로 모래밭에 딸아이 이름 쓰고 난리 났습니다.
저랑 연애때 한번도 안하던 짓입니다.쳇.
제 남편이 참 과묵하고 덤덤한 스타일인데
딸아이에게는 그리 달콤하고 너그럽습니다.
제가 딸아이 아니면 이 남자 그리 웃는거 잘 못봅니다.
제 동생 왈,
"언니,형부 눈에서 막막 하트 나와!"
뭐 그 모습 보는거 행복하기도 하지만 좀 질투나요.
여봐요 당신 옆에 10~20년 후에 있을 사람은 나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