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소풍도시락은 열심히 예쁘게 싸주려고 노력합니다.
평소는 급식을 먹지만
다들 모여서 도시락을 까먹는 소풍 때는 제 아이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특별한 정성이 들었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그런데 이번 작은아이 체험학습 때는 더욱 정성을 기울이게 되었답니다.
생전 학교도 잘 안가지만, 올해는 학기 초에 여러 가지 일들로 총회며, 공개수업이며 불참을 한지라 찜찜하던 차에 작은아이 담임선생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딱 “○○어머님”이라고 찍어서요.
물론 내용은 다음날 현장학습에 준비물 빠트리지 말고 늦지 말고 오라는 단순내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머님이라고 저를 딱 지목한 것이 도둑이 제발 저리 듯 갑자기 불안하고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그래서 작은놈의 도시락을 싸면서 선생님 간식으로 드시라고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특별히 정성을 들여서 롤샌드위치를 작게 만들어서 왁스페이퍼로 사탕처럼 하나씩 포장을 했지요.

종류별로 포장을 다르게 했어요.
갈색은 불고기샌드위치
흰색은 치킨샌드위치
꽃무늬는 고구마단호박샌드위치예요.


고구마 단호박 롤샌드위치
찐고구마와 단호박에 마요네즈, 버터약간을 넣어서 버무렸어요.
촉촉한 속재료라서 테두리를 잘라낸 식빵을 긋이 눌러 볼륨감을 죽이고
속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주시면 되요.
겹쳐진 부분이 바닥을 향하도록 놓으시고 도마나 접시로 눌러주심 잘 붙습니다.

요건 불고기 롤샌드위치
똑같이 준비된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깻잎, 절인오이와 양파, 불고기를 넣었습니다.
취향껏 소스를 넣으셔도 좋은데 불고기가 좀 간간해서 전 그냥 만들었어요.
절인오이를 꼭 짜서 넣으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참 잘어울려요.

요건 치킨까스 롤샌드위치
마침 냉동실에 먹고 남은 치킨까스가 있어서 활용했어요. 돈까스도 물론 좋구요.
튀기지 않고 오븐에서 구웠더니 좀 뻑뻑한 느낌이 있더라구요.
상추와 치즈 머스터드를 곁들여주었습니다.

요렇게 종류별로 봉지에 담은 건 율리아의 도시락 사실 많이 먹는 녀석이 아니지만 친구들도 맛보라고 챙겼는데
정작 지는 양껏 먹지 못했다네요.

요건 선생님 도시락이예요. 파운드 포장하는 상자에 냅킨(아끼는 걸로)깔고 종류별로 담았어요.
도일리로 감싸서 레이스포장처럼 꾸미고


근데 결론은 요.
다른 엄마들한테도 그렇게 누구어머님이라고 문자를 보내셨데요.
정말 대단한 정성이세요.
단체문자 성의없게 느껴질까봐 일일이 보내신 거였지요.
그일을 알게된 것도 비슷한처지의 엄마가 저처럼 래서 체험학습을 쫒아가서 알게된거라지요.
보통 대표엄마가 선생님 도시락을 싸는데 이번에는 선생님들끼리 알아서 챙겨먹기로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영문도 모르는 제가 얼떨결에 선생님도시락을 싸게된 셈이죠.
어쨌든 갑작스런 아이디어로 급조되었지만 먹을거리 선물로는 딱이지 싶네요.
그리고 포장할때 왁스페이퍼가 없다고 좌절하지 마시고요. 페이퍼호일이나 머핀유산지 활용하세요.
저도 갈색포장만 왁스페이퍼구요. 하얀색은 페이퍼호일, 꽃무늬는 머핀유산지랍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종이들이라 양쪽만 잘 비틀어주시면 모양은 잘 잡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