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거듭난(?) 그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첫째, 미역국은 꼭 끓여줄 것!
둘째, 이날만큼은 부엌 출입을 절대 하지 않을 것.
셋째, 식당에서 대충 때울 생각은 꿈꾸지도 말 것. 홈메이드 원츄!!!
언더스텐? 알간!!!
뭐...
다소 황당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사람이 너무 황당하면 얼결에라도 들어주게 되어 있답니다.
장난도 그래요.
어설프게 하면 화를 내거나 할 수도 있지만,
정도를 넘어버리면 그저 웃음뿐...
쿄쿄쿄!!!

결혼하고 처음 받은 생일상이에요.
옆구리 푹푹 찔러 받은 아침 상이지요.
그래도 괜찮아요~
절만 받으면 그만이니깐! ^^
반찬은 명란젓, 김치, 오이소박이, 불린 미역 그리고 감자샐러드.

재첩 미역국.
근데 이거...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맛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판단이 안 서더군요.
남편이 그걸 노린 듯 해요.
초보들이 처음에는 요리를 하잖아요.
늘 먹던 반찬으로는 실력이 금방 들통나니까~
그거...
제 얘기에요.-,.-
저는 신혼 초에 아침 반찬으로 잡채를 한 적도 있어요. -.-;;;;;;

재첩살도 발라주고.
역시 신혼은 신혼이군요.

이게요, 사과감자샐러드래요.
사과의 갈변 따위는 아랑 곳 않는...
남편의 우직한 요리.
생일상을 차려내라고 하긴 했지만,
남편에겐 버거운 과제였을지도 몰라요.
자취 생활을 오래하긴 했지만 요리라고는 찬밥 끓여먹기가 전부였던 사람이거든요.
이 남자,
조개탕을 좋아하는데 아무 조개나 넣으면 되는 줄 알고 꼬막 넣고 끓였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막 웃으면서 어떻게 됐냐니까
남편 왈.
“그건 차마 못 먹겠더라...”
끓일 수록 회색이 되더라나요?
회색 꼬막국...ㅋㅋㅋ
자취를 하는 남자는 딱 두 부류인 거 같아요.
여자를 능가하는 살림꾼이거나,
여자의 손길이 꼭 필요한...
반고아 같은 제 남편 부류.

요건 점심
반찬은 비엔나 소시지, 고추부각 튀긴 것, 김치볶음.
남편을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남자들은 테이블 세팅 같은 거 신경도 안 쓰는 거 같아요.
그런 폴더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저도 상 차릴 때 이것저것 꾸미기 좋아하는 여잔데
남편은 냄비건 그릇이건 그냥 잡히는 대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으로 대충 쓰더라구요.
암튼, 여자들이랑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남자들에게 중요한 건 그릇보다 내용물! ^^;
바꿔 말하면 세팅에 아무리 신경 써도 남자들은 상관 않는다는 거....
뭐가 어떤지 모른다는 거...
저희 집 남자만 그런가요? ^^;;;;

소시지에 키친타올도 깔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
검정쌀 좋아하는 마느님을 위해 밥도 새로 했군요.
아침엔 흰쌀밥, 점심엔 검은밥!

메인은 꽁치김치찜... 혹은 찌개?
오래 전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
(요거 2007년도 거든요.)

저녁으로 라면을 해주더라구요.
메뉴의 고갈이었는지 원래 계획이었는지 도통 알 길 없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치즈 듬뿍!!!

드럽게 까다로운 마누라를 위해 토마토 껍질도 벗기고...
첫 생일은 하늘이 도우셨는지 일요일과 겹쳐 삼시세끼 모두 얻어먹었습지요. 헤헤~
저는 침실에서 뒹굴거리며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그랬어요.
끼니때마다 밥 먹으라는 남편의 부름...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깨소금 같은 그 맛!!!
아주 쏠쏠하데요~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결혼 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하여튼 반찬 투정하는 것들은 다 맞아야 해!!!
엄마 밥 먹고 다니는 미스 친구들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좋은 땐 줄 알아 이것들아~!”
그런데 첫 끗발이 뭔 끝발이라더니
두 번째 생일은 평일인데다가 남편의 프로젝트 마감일과 겹친거에요.
야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집에 못 들어오는 상황 발생.
미역국은 생일날 아침에 먹는 게 정석인데,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잠을 청했죠.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니 3분 미역국 같은 건 끓여주겠지 싶었어요.
새벽 어스름...
부엌에서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무슨 공포영화도 아니고. ^^;)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소음이었지만
그게 무슨 소린지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잠결에도 ‘국간장이 어디 있는지는 아나...? 뭣도 모르고 진간장 때려 붓는 거 아냐?’ 싶기도 하고...
정리 안 된 싱크대 밑이 걱정되기도 하고...
암튼 여러 걱정과 염려가 마구마구 일었지만,
모른 척! 했습니다.
왜냐면 그 날은 제 생일이니까요~
이런 마음으로 얄미운 짓을 마구마구 하니까 남편이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하여튼, 12시만 지나봐~”
흥!!!!!
12시 지나면 다시 착해질꺼거든!!!! :p
(상황 판단이 빠른 발상의 전환)
두 번째 생일 밥상의 이름을 붙이자면
“셀프...”
식탁에 밥그릇과 국그릇... 반찬 그릇들이 줄줄이 나와 있고
편지 하나가 놓여져 있습니다.
생일 축하하고 밥은 밥통에 반찬은 냉장고에... 국은 냄비에 있다며 잘 차려 먹으라네요.
그리고,
맛이 부족한 듯 해서 이것저것 넣다보니 국이 많아졌다며 처리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씀.
오홍!
이쯤이야~
하면서 밥통을 열었는데,

밥통에 밥이 한 가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냄비를 열어보니
곰솥 냄비에 미역국이 한 가득.
아마,
넘치기 직전이었을거에요.
그래서 사진도 못 찍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친정에 전화로 SOS를 치고
냄비 째 들고 가서 반을 비워드리고 왔어요.
두 번째 생일에는 황태 미역국을 끓였더군요.
첫 번째보다 맛도 나아진 듯 했어요.
2% 부족한 맛은 있지만 그럭저럭~
그래도 저희 엄마는 감동하시던 걸요.
저희 집은 무뚝뚝한 남자들 투성이거든요.
(아빠와 남동생은 물론이고 형부까지도..)
그래서 맛은 둘째치고 끓였다는 것 자체에 큰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
그것도 밤새고 새벽에 와서 끓이고 나갔다니 더 그러신 듯 했구요.
요건 얼마 전에 맞이한 세 번째 생일상입니다.

식구가 늘었죠? ^^
예전에는 왼쪽 끝에서 밥을 먹었는데 아이의 사정거리가 넓어지면서 점점 밀려나고 있어요. ^^;;;
이번에는 소고기 미역국이었어요.
메뉴는 알타리 김치, 두부, 깻잎, 불린 미역, 초고추장, 창란 젓갈.
불린 미역은 매년 나오네요.
남편 왈,
마른 미역은 도통 양을 가늠할 수 없다고...
그래서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게 낫지 싶어서 많이 한대요.
이 부분에서는 공감입니다.
그치만,
매년 반찬으로 나오는 것은 반댈세!!!
이번 생일도 평일이었는데
주말도 없이 바빴던 게 미안했는지 휴가를 내더라구요.
남편이 한동안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지냈거든요.
그 덕분에 저는 육아에 찌든 나날을 보냈죠.
어쨌거나 휴일의 느낌으로 늦잠 늘어지게 자고 아침이랍시고 먹은 게 한시였던 듯...^^;
(늦게 일어난 덕분에 이 날은 두 끼로 때웠다지요)
그리고 장을 보러 같이 나갔습니다.
이번 생일에는 스파게티를 해주겠다네요.
제가 몇 달 전부터 크림스파게티 노래를 불렀거든요.
이상하게 느끼한 게 땡겨서요.
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제가 좋아하는 파스타 집에 가기로 했는데
그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바람에 곰탕으로 메뉴 급수정!
쌀쌀한 날,
뜨끈하게 한 그릇 잘 먹었읍지요...
다음에 식당에 가보니 코너에 한번 올리겠습니다.

그리하여 가게 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수입 때문에 가지 않았다가 이날 처음으로 갔어요.
헤아려보니 5개월쯤 됐더군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2~3번은 들렀거든요.
그것에 비하면 발길을 끊은 셈이죠.
이런 날 아니면 특별히 갈 일도 없을 듯 해요.
집 근처에 생협 매장도 생기고 하여...

이날 장본 것.
이렇게 해서 4만 얼마정도 나왔어요.
3만원이 넘어가면서부터 그냥 밖에서 사먹을껄... 하고 후회했어요. ㅠ.ㅠ
장보면서 잔소리를 얼마나 했는지...
생크림이랑 휘핑크림 중에 하나만 사도 된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건만,
어디서 무슨 레시피를 봤는지 생크림과 휘핑크림을 1대1로 넣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더군요.
이해는 합니다.
레시피에 투철한 초보의 우직함을...
(그럴 꺼면 재료 좀 적게 들어가는 걸로 구하지. ㅠ.ㅠ)
생크림과 휘핑크림 두개만 샀는데도 만원이 훌쩍~
피망과 파프리카 두 가지를 고르기에 이것도 하나만 사도 된다고...
맛만 있으면 장땡이라고... 안 예뻐도 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 쯤에는 불신이 깊어져서(뭐든 못 사게 하려는 줄 알고) 제 말을 듣지 않더군요.
제가 포기를 하는 것 같으니까 시판 드레싱도 냅다 집어넣더만요.
홈메이드 드레싱은 애저녁에 포기했네 이 사람아!
와인도 하나 샀는데 미니 와인으로 아무거나 집어왔더니 별로.
미니해도 질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크기가 미니라고 맛까지 미니인 것은.... -.-;;;
용량대비로 따지면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거든요?
더불어 한 말씀...
식당에 있는 어린이 세트 있잖아요.
가만히 보면 구색 맞추기가 대부분이고 원메뉴보다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전 이런 걸 참을 수가 없어요.
바꿔 말하면,
어린이 세트에 공들였거나 신경 쓴 식당은 달리 보여요.
가끔 가는 국수집이 있는데 거긴 어린이국수가 더 맛있어요.
저도 한 그릇 먹고 싶을 정도로...
어른 국수는 평범하지만 어린이 국수 때문에 가끔 갑니다.
조카가 그곳을 강력히 주장하거든요. ^^;;;;;

소소를 끓이고...
냄새 완전 작렬!!!
너무 그럴 듯한 냄새가 풍겨서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지요.
“여보, 완전 사랑해!!!”
이렇듯,
먹는 것에 집착하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면을 넣고~
양이 점점 많아져서 퇴근하는 친구도 불렀어요.

너무 행복해요. ㅠ.ㅠ
음식도 음식이지만,
편하게 즐기라고 남편이 애도 봐줬거든요.
남편은 만들면서 질렸다고 남은 미역국이랑 김치를 먹더군요. ㅋㅋ

재료를 샐러드에도 활용하는 센쓰~!

와인도 한 잔.
그런데 한 모금 밖에 못 먹었어요.
알콜 워밍업이라도 하던지 해야지 원~
제 친구가 대신 한 병 비웠어요. ^^;
연애할 때는 기념일마다 묵직한 선물을 원했는데
결혼을 하고나니 그 묵직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더군요.
아니, 글쎄...
이 남자,
선물이랑 카드 전표를 같이 주더라구요.
요령은 국 끓여먹었는지~
어쨌거나,
돈 좀 아껴보자고 선물보다 밥이라는 얕은 꾀를 냈는데
예상보다 돈은 좀 많이 들어가지만,
즐거움이 큰 이벤트가 되었어요.
남편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고,
음식하는 수고로움과 노력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
내년에는 또 어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런저런 쿠킹 클래스가 많은 걸로 아는데
아내의 생일을 위한 남편 쿠킹 클래스도 개설되면 좋겠어요.
미역국 끓이기나 거기에 어울리는 반찬이라든지...케이크 만들기...
암튼 아내의 생일 한상차림~!!!
몰라서 못하는 남편들도 많잖아요.
그리고 기왕 먹는 거 맛있게 먹으면 좋잖아요? ^^
개설되면 알려주세요~
제가 일등으로 등록할게요!!!
일일이 댓글을 달고 싶긴 한데,
글을 올리는 것으로 답할게요. ^^
애가 어리니까 이해 부탁이요~
지난번에 댓글주신 호미맘님, 데니맘님, 예쁜솔님, oegzzang님, carolina님, 아미달라님, bistro님, 현량켄챠님, 수짱맘님, 소리없는 방님, 귀여운 엘비스님, 맨날낼부터다요트님, 쵸쵸님, 클라라가든님, 올리브님, Terry님, 복동이엄마님, 빨간풍선님, 서현맘님, capixaba님, 셀레임님, cook&rock님, 일랑일랑님, Highope님, sweetie님, 소박한 밥상님, goofy님... 모두 모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________________^
올리고 싶은 글은 많은데 엠파스가 사진 지원을 안 해준대서(이제 네이트로 바뀌었죠?)
이글루스로 옮겼더니 손에 익지 않아서 잘 안 되네요.
저도 점점 나이가 드나봅니다.
(개뿔!!!)
사실은 컴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