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엄마의 생신이 되면 축하라는 단어 보다는 죄송함과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서로 말은 안하지만 우리 5남매
모두 이날은 똑같은 마음으로 엄마의 생신을 죄송함 으로 맞이하고 보낸다. 이날은 나의 엄마의 생신이기도 하며
나의 친할머니의 추도식이기도 하다. 내가 아주 어릴적 돌아가셔서 기억속에 없는 친할머니 지만 참 사람의 인연이
묘하다는 생각도 가끔식 든다. 공교롭게도 친할머니의 회갑이 우리 엄마의 친정엄마가 돌아가신날 이셨단다.
엄마는 친정에 가시지 않고 언니와 오빠를 데리고 할머니 회갑 잔치 준비를 하러 가셨단다. 엄마의 초췌한
안색을 살피며 기사 아저씨의 쌩하고 몰고 가는 차소리와 적막함을 느꼇다던 어릴적 언니의 기억을 들으며
난 엄마에게 엄마의 성격을 알기에 왜 그랬어야만 했나는 말도 감히 묻지 않았었다.

매년 생일이 별거냐며 저녁때 추도식 예배 마치고 가끔씩 조카들이 케익 사오는것도 극도로 부담스러워 하시며
양력으로 바꿔 한다며 거북해 하시는 엄마의 성격에 사실 우리 형제들은 엄마의 생신을 양력에 맟추자는 의견과
다양한 생각들만 벌써 몇 년째 이런저런 변명아닌 변명으로 벌써 몇 십년째 엄마는 자신의 생신 보다는 저녁의
추도식 음식들과 손님들 치룰일들로 어수선 하게 생신을 맞이하고 보내신다.
시누이가 5섯 (위로 4분 밑으로 한분) 에 아빠가 5번째로 8남매의 시끌벅적 극성 맞은 종가집 장손인 우리 아버지
께 시집와서 큰살림 맡아하며 나의 엄마의 성격이기 때문에 우리집이 이렇게 정많고 따뜻한 그리고 불평 보다는
감사가 많은 사랑 가득한 가정이 되었구나를 많이 많이 느낀다.

언제부터 일까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게 엄마에게 드리는 가장 큰 선물 이기에 우리는 아침 일찍 생신
케익과 함께 간단히 성의껏 준비한 상차림 으로 엄마와 함께 생신 아침을 보내고 서둘러 엄마를 도와 오후에
있을 할머니 추도식 준비에 분주 합니다. 적게 오셔도 25명 많이 오시면 35명에서 45명의 손님 맞이 하시는
일이 점점 연세드시는 엄마를 보는게 정말 안쓰러운데 엄마는 간단하게 가도 될텐데 이것저것 무조건 많이
준비 하신다.

엄마의 살림에 비하면 나의 살림은 거의 소꿉장난 수준 이지만 가끔씩 난 엄마의 생신 선물의 하나로 아침 생신상에 올릴
음식과 함께 저녁 추도식에 올릴 음식도 준비해 간다.
애호박전은 소금살짝 뿌려두었다 키친타올로 물기제거후 감자전분과 달걀옷 입혀 부쳐 주었고 양송이 버섯은
부침가루를 이용해 부쳤다.

해물 완자전은 꾀부리고 마트에서 파는것 구입해서 기름에 부쳐 주었고 ebs 에서본 미역콩전유화 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전은 콩을 불려 갈아서 미역과 함께 부쳐 내는 것인데 그맛이 궁금해서 만들어 보았다.
동태살도 사와서 소금 후추 청주 조금씩 뿌려 두었다가 밀가루와 계란옷 입혀서 부쳐주었다.

굴 튀김은 몇해전에 food channel 에서 릭스타인 이라는 영국인 요리사분이 소개 해준 레서피를 참고 해서
빵가루를 맨 나중에 입혀 튀겨 주었다.
열심히 부쳐서 잘 담아 놓으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약간의 나의 수고로 엄마에게 기쁨도 드리고 엄마의 칭찬도
받을생각을 해보며 마냥 흐믓해 하는 나를 느끼며 난 아직도 엄마 옆에서는 항상 어린딸이고 싶다.

카레가루와 땅콩소스로 만든 두가지맛의 치킨사테도 생신상을 위해 만들고 재료와 함께 오이크래미롤도 만들어
준비해 두었다. 작년에는 5근 정도의 불고기도 재워 가지고 갔다.

올해는 7근이나 되는 갈비찜을 내가 만드는 기회도 주어졌다. 물론 야채 다듬고 양념 다지고 준비하는 과정을
언니와 올케의 큰 도움도 받으며 갈비 손질 부터 전 과정을 나의 양념 비율과 방법으로 하였다.
항상 2-3근 정도 만드는 내가 혹여라도 이많고 좋은 갈비를 망치게 될까봐 속으로는 얼마나 두근두근 했는지!!
갈비찜 색감이 조금더 짙었으면 하는 아쉬움외에는 참 맛있게 되어 내심 휴우~~
아쉽게도 갈비찜 사진은 못찍었네!!

우리 친정집에서 일할 때 여자들이 바쁜와중 에도 한잔씩 마시며 즐거움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나의 작은 올케의 상그리아.
끓이지 않고 번거롭지 않아서 저도 가끔식 만들게 되네요.
레드와인1병(10컵)이면, 오렌지쥬스(8컵), 사이다(8컵)비율에 과일은 레몬, 사과, 오렌지, 슬라이스 해서 담구어 두었다
어느정도 시간 지난후 담아냄.
항상 시끌벅적 손님 치룰일도 많고 특히 겨울에는 더 집안 행사가 많은 나의 친정집. 명절 때면 도움이 아주머니들의
긴 도움 받기도 참 어렵고 이것저것 복잡하게 일 만드실 엄마를 알기에 몇 년전부터 나는 구정 이나 추석 명절만
되면 시댁에서 강북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도움도안되는 걱정을 만들어 하는 버릇이 생겼다.
몇해전 엄마의 칠순 생신때 아빠와 두분만 하와이 여행 갔다오셔서 바로 구정이었던 해가 있었다.
그해에 난 지방에서 살았는데 구정 보내러 시댁에 와서 나의 시어머님 주방에서 구정 전날 음식을 준비하며
많이 시어머님게 죄송해 하며 어색하게 엄마의 선물을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시어머니께서 내가 좋아하는 녹두전을 더 예쁘게 만들어 엄마께 갖다 드리라고 치자 까지 준비해주시고
보자기에싼 선물 꾸러미에 치장을 하기위해 어머님 문갑에 있는 고리도 띠어 달게 협조 해주시며 부담안주시
는데도 만드는 동안 내마음은 딸이 없는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

새댁인 작은올케 에게도 도움이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시차로 피곤하실 엄마 생각에 녹두전, 구정때 떡국에
넣어드실 두가지맛의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게살 스프링롤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마늘과 베이컨을 따로 준비
해가서 쉽게 오븐에 구워 낼수있게 준비해간 기억이 있다.
해마다 많이 만두를 만들며 찍어둔 사진이 다 어디로 간걸까!!
엄마생신 전날 저녁 늦게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집에 도착 했을때, 난 엄마의 새 파란 얼굴을 보고 너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요즘 당 때문에 건강에 계속 빨간 신호등이 켜져있는 아빠와 2시 이후로 연락이
안되고 있고 5시 이후에 기사아저씨 먼저 퇴근하고 연락두절되어 혹여 아빠가 잘못 되셨을까 조용조용
전화로 이곳저곳 알아보시게 하시며 숨도 제대로 못쉬고 계시는것이다.
항상 아빠는 늦으시며 엄마는 기다리 실때가 많은데 요몇주간 입원하셨던 아빠 때문에 많이 놀라셨나보다.
지하차고에 아빠의 주차하는 소리와 인기척을 들으며 난 일부러 크게 야!! 문열어 드리지마!! 하는데
엄마는 아기처럼 정말 환하게~~웃으며 나를 꼬집으신다.
올해 어류가 풍년이라는 뉴스를 들었는데 대구를 이곳 저곳에서 보며 급기야는 나도 대구를 잡아서 손질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친정집 오기직전 우연히 키톡을 검색 하다가 본 차이원님의 대구열전의 글과
그래픽컬한 대구 몸속 사진을 본것은 필시 내가 친정에 가기전 공부하고 가라는 하나님의 뜻 이었을지도. ㅎㅎ

선물받은 대구를 어찌해야 하냐며 엄마는 고민이시다. 아침에 방앗간 내려 보낼때 대구 잡아 오게 하는걸
깜박 하셨단다. 아빠는 그걸뭐 시장까지 내려 보내냐며 육수나 잘 만들어 놓으라시며 내가 뚝딲 뚝딱 쳐서
잡아 놓으시겠단다.

생선과 안친한나 그리고 저렇게 큰 생선을 아빠와 함께 손질하고 있는 내가 의아 하기도 하고 신기 하기도
하고 정말 나는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키톡에서의 예습과 그전주 어머님집 에서의 대구와의 한판 스토리로
암컷은 알이 들어있고 고니가 들어 있는 애는 수컷이고 고니며 내장이며 부위별로 따로 잘 놓아야 한다고
제법 아는척도 해주고 칼자루 든김에 저녁에 먹을 대구지리 까지도 끓이게 되었다.
마사고알이 들어간 대구 오븐구이

언젠가 연어로 하는걸 본 기억에 따라서 만들어본 마사고알이 들어간 대구 오븐구이는 오븐용기에 오일 발라
준후 준비 해놓은 대구 올리고 마요네즈2, 마사고알1 의 비율에 다져논 파나 와사비를 첨가해도 좋다고 하는데
전 아이들 때문에 패스~~ 하고 오븐에서 210도 (400F) 에서 30분 정도 구워서 감자칲과 함께 아이들 간식으로 주었네요
대구 오븐구이

저는 가자미로 가끔씩 아이들에게 해주는데 오늘은 대구로 준비해서 오븐용기에 오일 발라 서 밑에 슬라이스
감자를 깔아주고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 약간씩 뿌리고 준비해 놓은 대구 올려서 시즈닝 썰트와 파슬리
후추가루 뿌리고 올리브 오일을 한바퀴 둘러 오븐에서 30분정도 구워서 아이들 저녁 반찬으로 한끼 또 잘 해결 합니다.
나신갱이 = 나생이를 아세요!!
작년 엄마의 생신 에는 나의 사랑하는 동생도 미국에서 와서 함께 있었는데 4분 고모들이 저녁때 들어 오시며
꼭 안으며 인사하는 나에게 "너줄려고 나신갱이 우리넷이 또 따왔어" 하시며 하얀 프라스틱백을 건네 주신다.
우리 동생 덕분에 내가 낭이 다 먹게 생겼다고 하니까 작은 어머니 께서 냉이를 나신갱이 또는 나생이 라고도
예전에는 불렀다고 말씀해 주셨다.
충청도 분들도 알아 듣지 못하는 사투리를 쓰시는구나 하며 나 혼자 웃어도 본다.
작년 이맘때 가득 따다 주신 냉이를 동생이 너무 맛있게 먹은걸 들은 나의 고모님들 4분이 어느날 모여서 날잡고
냉이를 어찌나 깨끗하게 케오셨는지!!
이냉이의 맛은 마트에서 요즈음 파는 냉이와는 비교가 안되는 향에 맛이였다.

고모들이 설때 쓰라고 해오신 가래떡도 엄마에게 듬뿍 얻어와 갈무리 해서 냉동고로 잘 보내 주었다.
냉이무침

나는 고모님들의 곱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나생이를 듬뿍 얻어와서 동생이 좋아하는 엄마의 냉이무침을 흉내
내어 새콤달콤 짭조름 하게 만들어 먹었다. 고추장 양념하기 번거로와서 명절때 들어온 볶은 고추장에 작년에
만든 매실식초와 액기스 깨소금을 넣어 데쳐놓은 냉이에 무쳐 놓았다.
바지락 냉이 된장국

쌀뜨물에 깨끗히 씻어 해감해 놓은 바지락을 넣어 끓을때 채에 된장과 마늘을 넣어 맛을 내주며 끓이다가 건져
두고 두부와 파를넣어 한번 더 끓여주고 그릇에 담아냄. (지난번 보쌈먹고 남은 절인 배추속잎이 김치냉장고
에서 돌아다니고 있어서 두부와 함께 넣어주었다. 아이들 때문에 된장과 마늘의 굵은 입자는 건져 두었다.)
저희 고모님들 께서 냉이는 지금이 참 부드럽고 맛이 있을 때이고 조금 지나면 많이 질겨지고 억세어 맛이 없어서
못먹는다고 하시네요. 두부와 함께 아이들도 얼마나 맛있게 잘먹어 주던지!!
바지락과 된장의 깔끔하고 구수한 맛과 냉이의 부드러움과 향이 참 입을 즐겁게 해주는 나신갱이 국 이었어요.
조금은 늦은감이 있는듯 해도 저의 천사들이 새해 인사도 드립니다.
양가 부모님들 가까이 살게 되어 너무 기쁘네요. 그래서 올해는 친정에서 한복도 입혀서 여유롭게 사진으로
추억도 담아보아요. 딸아이 에게 한복을 입고는 너무 크게 웃지말고 손도 가지런히 모으라고 했더니 손 신경
쓰느라 웃어 주지도 않네요. 왼쪽사진은 엄마 너무 추워요. 이제 안에 들어가면 안될까요!! 하는 표정 입니다.

저의 큰 아이가 올봄에 초등학교에 입학 합니다. 세월이 정말 빨리 간다는 것을 요즈음 더욱 더 새록새록 실감을
해봅니다. 올봄에 입학을 앞두고 설레어 있는 아들을 보며 저는 왜 측은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며 궁상을 떨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항상 건강하고 명랑하게 밝은 학교생활을 우리아들이 하길 바래보네요.
키친토크의 수많은 훌륭한 분들의 소중하고 귀한정보로 내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 맛으로써 사람 들과의
오고가는 정과 여유도 누리는 넉넉함도 갖게 되었다. 지혜롭고 따뜻한 구수한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해가는 내가 전혀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요즘같이 험하고 어수선한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내가 누리고 느끼는 이 안락함에 미안함과 죄송함이 들기도
하며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다는 것에 큰 감사와 행복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