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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들의 수행평가(탕수육)

| 조회수 : 10,878 | 추천수 : 41
작성일 : 2008-12-31 12:31:38
시골살이를 하다보면 마음 다스리기가 제일 힘들때가 겨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봄,여름,가을의 신록은 중년의 아낙을 들뜨게하여 마음의 병이 들 여력이 없지만..
빈 들녘을 보노라면 여자로 사는게 뭔가를 자꾸 느끼게하니 말이다.

며칠 전..
아들래미가 수행평가로 요리실습을 하는데 조 별로 음식을 뭐할지 정하여 오란다면서
<엄마..뭐 좋은 요리 없어요>한다.

<친구들은 무슨 요리하는데>하고 물어보니..
<뭐..샌드위치하고 ..특별하게 하는게 없어요>
<그래..그럼 너희 조는 탕수육이나 짜장면 한 번 해보아라>
하니 ..그걸 어떻게 어려워서 해요한다.

<세상에 처음부터 쉬운게 어디있냐,,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있어>라면서

엄마가 잘 알으켜 줄테니 한 번 해보아..
하면서 시골아이들이라..
<너희들이 탕수육 먹을 일이 어디 많냐>하면서
이번기회에 친구들 탕수육 한번 해가지고 맛있게 나누어 먹어라..라고
어려울텐데하면서 고개를 가웃거리면서도 메모지를 들고 나온다.

탕수육재료와 튀길때는 꼭 돼지고기이니 두 번 튀길것을 강조하고는
그렇게 아들녀석은 탕수육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생님께 올렸단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친구들은 할 녀석이 없으니 앞치마를 아들녀석이
입게될것같다면서 82의 요리코너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수집하고
들떠 있었다.(지금 한상차림의 책도 아낙보다 아들녀석이 더 끼고 봄)

그리고는 내 일이 아니라 그런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촌장과 마무리 들일을 갈무리하고 집에 들어오니 부엌이 어수선하다.

저녁때도 아닌데 어머님이 저녁하시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들녀석이 봉지에서 탕수육을 꺼내서는 큰 접시에 담고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 어서 이것 한 번 잡수어 보세요한다.

오늘 수행평가로 아들이 한 탕수육이 시골의 작은 학교를
아주 배부르게 하였다면서..
다른조의 친구들까지 아들녀석의 요리솜씨에 감탄을하고
선생님들께서도 수업마치고는 고소한 튀김냄새에 침을 흘리시고..
그렇게 완성한 탕수육을 모든 선생님과 친구들과 맛있게 먹고는
재료가 조금 남아서 엄마 생각이 나서 이렇게 학교에서 만들어 왔다면서
내 놓은 탕수육..



에구..감동스러워라..ㅠㅠ
한 입 먹어보니 제법 그럴듯한 탕수육맛이다.

그런데 간장 후추 전분가루 오이 한개와 당근 짜투리가 식탁에 있기에
뭐냐고 물어보니..
수행평가 끝나고 남는재료인데 친구들이 쳐다도 보지않아 아들녀석이 챙겨 왔다면서..
능글맞게 웃으면서 이런다.

<엄마..누나보다 제가 더 살림꾼이죠>
아이쿠야..울 아들녀석을 누가 말리냐..

올 한 해가 다 가고 있습니다.
다가올 기축년에는 82회원님들의 가정에 건강함과 행복함만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쥴리맘
    '08.12.31 12:50 PM

    우와...^^
    전 언제 울 쥴리가 만들어주는 탕슉 먹어볼까나요. 부럽네요.
    아드님...전에 발톱깍아주던 그 아들인가요?? 넘 이쁘네요..오호~~

  • 2. 날개
    '08.12.31 1:49 PM

    신통방통 기특한 아들 두셨네요. ^^

  • 3. 토토
    '08.12.31 2:24 PM

    행복하세요

  • 4. 장이
    '08.12.31 2:28 PM

    정말 제대로 된 탕수육인데요.
    아낙님과 촌장님도 모두 즐거우셨겠어요.
    알뜰하고 효성스러운 아드님... 세월이 하 수상해도 님 댁은 푸근할 거 같아요~

  • 5. 헤세드
    '08.12.31 3:17 PM

    우와~
    10저 만점에 10점~~

  • 6. 아궁
    '08.12.31 3:19 PM

    전 남자,여자 할것없이
    이렇게 상냥하고 표현하는 애들이 좋더라구요.

    울아들도 딱 이렇게 컸음 좋겠네요.
    시골아낙님 아드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졌잖아요.

  • 7. 따따꿍이
    '08.12.31 3:35 PM

    로그인하게 만든 글이에요...
    아드님이 너무너무 기특하고 이뻐요~~~
    첨엔 음식사진보고 아이가 요리하다가 어려워서 배달시켰나보다 했어요...
    정말 아드님 하나 잘키우셨네요~~~

  • 8. 풀잎
    '08.12.31 4:23 PM

    백만 년 만에 로그 인 합니다.

    살뜰한 아드님이 참 예쁘네요.
    학교에서 벌어졌을 풍경을 생각하니 즐겁기도 하구요.

    특히 시골 아낙님의 이 문장에서 넉넉한 품새를 느낍니다.

    " 시골아이들이라..<너희들이 탕수육 먹을 일이 어디 많냐?>하면서
    이번기회에 친구들 탕수육 한번 해가지고 맛있게 나누어 먹어라.."

    키톡의 그 어느 화려한 음식보다도 돋보이는, 훈훈한 마음으로 먹는 탕수육 한 접시^^

    키톡을 보면서 조리법도 배우고 다양한 삶을 엿보기도 하면서,
    또 이렇게 마음 따스하게 덥혀주는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키톡의 또다른 순기능 같습니다.

  • 9. 브띠아블
    '08.12.31 5:12 PM

    예쁜아들 *^^*
    보기만해도 뿌듯하시겠어요
    우리집 고2 아들은 넘 철이 없는데 부럽습니다

  • 10. 러브미
    '08.12.31 7:55 PM

    아드님 때문에 눈물이나요..ㅠㅠ 어쩜.. 전자렌지까지 돌리는 자상함...
    요즘 청소년들 자기만 아는걸로 생각했는데 정말 잘 키우셨습니다.
    저는 아직 애들이 어려서 이런걸 잘 모르지만 가끔 애들 키우면서 감동받을때가 있어요.
    힘든 모든일들을 그런때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 시골아이들이라..<너희들이 탕수육 먹을 일이 어디 많냐?>하면서
    이번기회에 친구들 탕수육 한번 해가지고 맛있게 나누어 먹어라.."

    탁월한 메뉴선택이셨어요. 아낙님 센스가 킹왕짱이시네요^^

  • 11. 비스까
    '08.12.31 8:25 PM

    어느 누구보다 아들 잘 키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늘 들어요.
    사실 부모가 올바른 생활모습을 보여주면
    특별한 가정교육 필요없이 아이들이
    제대로 커 나간다고 생각하거든요.

  • 12. 지나지누맘
    '08.12.31 10:01 PM

    82에는 훌륭한 부모님이 많으신거 같아요 ^^;;

    귀한 아드님 두신거 부럽습니당!!!!!

  • 13. 팩찌
    '08.12.31 10:53 PM

    히야... 아드님 손맛도 짱, 센스짱, 효심도 짱이네요.
    저도 튀김이 약해서 탕수육은 어렵던데 아드님 대단하세요.
    물론 시골아낙님의 레시피가 또 뛰어나셨겠죠?

  • 14. 벌개미취
    '08.12.31 11:05 PM

    아낙님의 아드님이 어느날 82의 다크호스로 등극할것 같아요 ^^
    사랑스런 자녀분들 보시면서 스산한 겨울 따뜻한 위로받으세요

  • 15. 시골아낙
    '08.12.31 11:05 PM

    고맙습니다.
    아들내미가 어른이 되었을때를 생각하여
    부엌에 많이 들어오게 합니다.
    외국 남자들의 요리솜씨를 보면서
    많이 많이 부러워하는 아낙..
    울 아들녀석은 나중에 서로 도와가면서 살았으면 하는 애미마음에..

    나중에 아이들의 맛있는 요리 맛보고싶으시면 부엌에 많이
    데리고 들어가면 됩니다.

    아들내미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든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16. 쿠키
    '09.1.1 12:40 AM

    평소에 로그인도 안하는 눈팅이고
    결혼한지 3년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않는 딩크족인데...

    시골아낙님댁을 보니 없던 자식욕심이 생기네요.ㅋㅋㅋ

    저도 아이를 낳는다면 아낙님처럼 현명한 어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내아이도 저렇게 어질고 착하게 컸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올해도 댁내 두루 평안하시고,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 17. 프리댄서
    '09.1.1 3:46 AM

    정말 로그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아낙님, 애가 너무 귀엽고 어질고 순수하고 그러면서 똘똘해 보여요.
    고 녀석 엄마아빠 기다리면서 얼마나 흥분됐을까요.^^

    아닉님네의 행복한 한 때, 그리고 탕수육으로 모두가 푸짐한 한 때를 보냈을 시골학교의 정경이
    눈앞에 주루룩 펼쳐지네요. 아낙님께서 글을 아주 편안하고 진솔하게 써 주셔서 그 느낌이 아주
    잘 다가와요.^^

  • 18. *양양*
    '09.1.1 4:28 AM

    아들만 둘에 늘~~ 딸 욕심내고 있는 엄마로서...
    잘키운 아들 하나.. 열 딸 안부럽다!!! 라는 감동을~~~
    어수선하다고 부엌 근처엔 오지도 못하게 하는데... 이제 조기교육...해야 겠습니다...ㅎㅎ
    부모님 드린다고 정성스레 만들어온 그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 19. 메롱이
    '09.1.1 4:46 AM

    아들 잘 두셨네요...부러워요..
    전 무뚝뚝한 딸이었는데 욕심이 난 사근사근한 자식이 갖고 싶네요...
    어머님도 당근 훌륭하신 분이시고요..

  • 20. 시골아낙
    '09.1.1 11:02 AM

    ㅎㅎㅎ
    그런데 울 아들내미 중 3입니다.
    키가 울 집에서서 제일 커구요.(173..)
    이젠 올해 고 1들어갑니다.
    이넘마저 기숙사 보낼 생각하니 ..
    친구없는 이 시골살이에서 이녀석이
    제 말벗이고 유일한 웃음꽃이었는데..

    아들녀석이 이렇게 살가운면이 많은것도
    아마 82의 힘이 컸던것 같습니다.

    엄마가 여기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들내미도 한 번씩 들어 와 보고는
    아줌마들의 마음과 고민을 조금 알았나봅니다.

    제 애미 엄청 마음 써 주었거든요.
    어머님과 조금 힘겨울때도 마음 아파하면
    <엄마도 인간이기때문에 할머님께 그럴 수있어요>
    <엄마도 신이 아니잖아요..엄마도 여자잖아요>
    촌장도 이해 못해주는 부분까지 애미를 이해하여 준 녀석인데..

    이 녀석 기숙사 보내놓고나면 또 긴 시간 마음의 병이 생길것 같습니다.

  • 21. cook&rock
    '09.1.1 11:34 AM

    저 이사진보고 탕슉 꼿혀서 탕슉시켜서 혼자서 싹싹 다 먹어치웟습니당....
    책임지세요....일어나보니 얼굴이 퉁퉁 불었어요.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2. 스베따
    '09.1.2 12:36 AM

    아공.............이시간에 탕슈육 생각에
    잠몬이루고있답니다 ㅋㅋㅋ

    내일은 읍에 나가서 탕수육이나 시켜먹을까봐요 ㅎㅎ

    잘 지내시죠?? 기숙사로 아드님 보내시면
    정말 허전하실것같아요..

  • 23. 제닝
    '09.1.2 10:06 AM

    나보다 낫다는...

  • 24. 사탕발림
    '09.1.2 7:42 PM

    정말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
    이 글 보니 조만간 탕수육도 한 번 만들어야 겠어요.

  • 25. 매발톱
    '09.1.3 4:05 AM

    아이고...정말 잘난 아들이네요.
    귀찮다고 간단한 거 하자고 할만한데 엄마 말대로 한 것하며...
    남은 재료로 엄마 먹을 것 만들어온 것 하며...
    자투리 재료 갖고온 것 하며...
    참 이쁩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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