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의 신록은 중년의 아낙을 들뜨게하여 마음의 병이 들 여력이 없지만..
빈 들녘을 보노라면 여자로 사는게 뭔가를 자꾸 느끼게하니 말이다.
며칠 전..
아들래미가 수행평가로 요리실습을 하는데 조 별로 음식을 뭐할지 정하여 오란다면서
<엄마..뭐 좋은 요리 없어요>한다.
<친구들은 무슨 요리하는데>하고 물어보니..
<뭐..샌드위치하고 ..특별하게 하는게 없어요>
<그래..그럼 너희 조는 탕수육이나 짜장면 한 번 해보아라>
하니 ..그걸 어떻게 어려워서 해요한다.
<세상에 처음부터 쉬운게 어디있냐,,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있어>라면서
엄마가 잘 알으켜 줄테니 한 번 해보아..
하면서 시골아이들이라..
<너희들이 탕수육 먹을 일이 어디 많냐>하면서
이번기회에 친구들 탕수육 한번 해가지고 맛있게 나누어 먹어라..라고
어려울텐데하면서 고개를 가웃거리면서도 메모지를 들고 나온다.
탕수육재료와 튀길때는 꼭 돼지고기이니 두 번 튀길것을 강조하고는
그렇게 아들녀석은 탕수육을 수행평가 과제로 선생님께 올렸단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친구들은 할 녀석이 없으니 앞치마를 아들녀석이
입게될것같다면서 82의 요리코너에서 이것저것 정보를 수집하고
들떠 있었다.(지금 한상차림의 책도 아낙보다 아들녀석이 더 끼고 봄)
그리고는 내 일이 아니라 그런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촌장과 마무리 들일을 갈무리하고 집에 들어오니 부엌이 어수선하다.
저녁때도 아닌데 어머님이 저녁하시나 싶어 문을 열어보니
아들녀석이 봉지에서 탕수육을 꺼내서는 큰 접시에 담고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엄마 아빠 어서 이것 한 번 잡수어 보세요한다.
오늘 수행평가로 아들이 한 탕수육이 시골의 작은 학교를
아주 배부르게 하였다면서..
다른조의 친구들까지 아들녀석의 요리솜씨에 감탄을하고
선생님들께서도 수업마치고는 고소한 튀김냄새에 침을 흘리시고..
그렇게 완성한 탕수육을 모든 선생님과 친구들과 맛있게 먹고는
재료가 조금 남아서 엄마 생각이 나서 이렇게 학교에서 만들어 왔다면서
내 놓은 탕수육..

에구..감동스러워라..ㅠㅠ
한 입 먹어보니 제법 그럴듯한 탕수육맛이다.
그런데 간장 후추 전분가루 오이 한개와 당근 짜투리가 식탁에 있기에
뭐냐고 물어보니..
수행평가 끝나고 남는재료인데 친구들이 쳐다도 보지않아 아들녀석이 챙겨 왔다면서..
능글맞게 웃으면서 이런다.
<엄마..누나보다 제가 더 살림꾼이죠>
아이쿠야..울 아들녀석을 누가 말리냐..
올 한 해가 다 가고 있습니다.
다가올 기축년에는 82회원님들의 가정에 건강함과 행복함만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