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 다시 멸치 250g을 다듬기 시작했어요.
혼자 아무 말 않고 주방에 앉아서 멸치 머리와 응아를 따고...
그렇게 묵묵히 수행하듯 멸치를 다듬었어요..
멸치를 다듬으며 든 참 많은 생각들...
나도 이리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어렸을땐 직선적인 성격이라 화나는 일이 있으면 당사자와 직접 부딪히며
해결하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이젠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속으로 삭히는 버릇이 들었어요.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가늠은 안 가네요..ㅎㅎㅎ
아! 이 멸치들은 가루를 내서 천연 멸치 조미료로 만들거에요.
수분이 있음 냄새도 나고 안 좋으니 190도의 오븐에서 20분동안
바싹 말립니다.
일광욕을 심하게 하고 나온 멸치들^^
바싹~해 보이죠? 오븐에서 말릴때 첨엔 비린내가 나더니 나중엔
쥐포 냄새가 나더라구요..흐흐..^^;;
이 멸치들을 믹서로 다글다글 갈아줍니다.
갈아서 이렇게 반찬통이나 양념통에 넣어 냉장 보관 했어요.
포실포실하게 보이죠? 근데 멸치 만질때 조심하세요.
전 멸치 가시가 손가락에 박혀 고생했네요.
이대로 음식에 넣어도 되지만 전 밑에 지저분하게 깔리는 멸치 가루가 싫어서
체에 한번 거르던지 면보에 넣어 우려내던지 할거에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양파 8개도 껍질을 벗겼어요. ^^;;;
도를 닦는 심정으로....
이젠 유부 주머니를 만들어볼거에요.
유부 40개 기준입니다.(4인분)
재료: 냉동 유부(네모), 주머니를 묶을 부추 혹은 미나리, 돼지고기나 소고기, 당면,
당근, 양파
유부 속 양념: 간장, 후추 조금
간장 소스: 양파 반개, 매운 고추 1개, 대파, 간장, 식초나 레몬즙
유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로 헹구고 손으로 꼭 짜서 수분을
빼냅니다.(유부는 기름기가 많아서 뜨겁습니다. 그러니 손으로 짤때 꼭 조심하세요.
잘못하면 안에서 뜨거운 기름물이 나와서 데일 수 있어요.)
주머니를 묶을 부추나 미나리도 물에 살짝 데쳐서(너무 데치면 흐물해서 끊어져요)
준비합니다. 주머니양보다 20개 정도 더 많이 여유있게 준비하세요.
다진 돼지고기를 볶아줍니다.
당근, 부추, 양파등 재료를 넣고 더 볶아줍니다.
미리 데쳐서 잘라놓은 당면과 속재료에 후추, 간장을 조금 넣어 양념합니다.
이제 유부 손질 들어갑니다. 윗 부분(입구)을 살짝 잘라서 속을 넣을 수 있게 준비해주세요.
자르고 남은 윗 꽁다리는 팩에 넣어 냉동할거에요. 라면이나 우동 먹을때
사리로 넣어도 좋고 간장에 졸이면 반찬이 되겠죠?
요렇게해서 속을 꽉꽉 채워넣어요.
한숟갈 정도 넣고 손가락으로 꾹꾹 넣고 또 반숟갈 정도 더 넣음 이쁘게 나와요.
너무 많이 넣음 묶이지 않으니 재료를 반정도 넣는게 포인트입니다.
속을 넣고 윗부분 주름을 손으로 이쁘게 잡아 부추나 미나리로 두번 묶습니다.
혼자서 40개 정도 만들었어요. 남편은 아기 본다고..(-_-;;)
속 채우고 묶는데만 꼬박 한시간이 걸렸어요. 아이고 등이야~
그래도 이쁘게 나온 얘들 보니까 기분은 너무 좋아요.
유부 주머니는 맛도 좋지만 모양도 너무 이쁘지 않나요?
통실통실~^-^
그 자태..알흠답고나..ㅎㅎ
한번 더 보실라우? ㅋㅋ
유부를 찍어먹을 간장양념을 준비합니다.
양파 반개, 대파 반개, 매운 고추 1개를 썰어놓고 간장에다 식초를 넣어
퐁당 빠트려줍니다. 내일 먹을 간장까지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자 이제 아까 만들어놓은 멸치 가루로 개운한 육수를 내고
유부 주머니, 꼬치 어묵, 대파 등을 넣어 보글보글 끓입니다.
유부를 한입 베어무니..앗뜨뜨뜨~~-_*
뜨거운 육수가 나와요..조심하세요..
유부가 쫄깃쫄깃~고소하고 맛있어요. ㅎㅎㅎ
또 둘이서 이 큰 냄비 다 퍼 먹고 숨도 못 쉬고 씩씩 거렸지요..
근데 다 만들고보니 이 유부주머니가 꼬옥 복주머니같이 생겼어요.
2009년도가 새로이 밝았으니 우리 82쿡 회원님들에게 이 유부주머니에
복을 듬~뿍 담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에게도...복을 담아 드리고 싶네요.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2009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