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듣노라면... 끄트머리 갈수록 클라이막스가 강해져선 마지막엔 짜잔~하고 멋지게 끝납니다.
여운이 남지요.
주말농장도 그렇습니다.
막판에 배추, 무를 다 뽑아서 죽어라 김장을 담고 나면 한국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김장김치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확 풀어지고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너무 클라이막스를 향해 마구 달려서 그런가 기진맥진, 멍~한 상태가 계속 됩니다.
뭘 해도 그리 감동이 없어요. 짜릿함이 없죠.
정상에서 내려와야 평지의 평탄함도 즐길텐데 아직은 그 긴장감이 남아있어서 어지간한 일에는 그다지
끌리질 않습니다.
그러고보면 커뮤니티 '올빼미화원'을 관리할 땐 무슨 수로 1년에 200개 넘는 글을 올렸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그 커뮤니티를 들어가봤더니, 거의 매일 시시콜콜한 글들을 올리곤 했더군요.
읽어보니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사소하거나 잡다하고 간단한 글은 잘 쓰질 않는 편입니다.
글 한 편 한 편에 힘을 많이 들이고, 그 글에 들어갈 내용은 다 집어넣으려고 하지요.
그러다보니 문제되는 것은, 내용이 좀 덜 채워졌거나 하나의 주제가 될만한 굵은 내용이 아니면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는 꼭 알려주면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사소한 주제도,
너무 사소하고 내 블로그의 전체 테마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석탱이에 처박혀있습니다.
우습지요?
일종의 강박증이지요.
김장을 하고나면 가장 큰 이야기거리였던 농사 이야기가 중단되고, 할 말이 많이 줄어듭니다.
화단도 겨울이라 잠잠해지지요.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외부활동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면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올해 농사를 거의 마쳐가면서 '왜 나는 농사를 짓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는지 그 이유는 이미 알고 있고 수없이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정리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정리를 슬슬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농사가 내게 준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해기로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깨달은 것들, 알게 된 것들, 경험한 것들... 그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농사를 시작하면서, 화초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겠지요.
나는 계절에 둔한 사람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벗꽃놀이 간다는데, 나는 한 번도 가본 기억이 없습니다.
가을에 단풍들면 단풍놀이 간다는데, 역시 단풍보기 위해 산을 오른 기억도 없습니다.
계절을 즐기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그냥 그것을 하고 싶었을 때 했을 뿐이었습니다.
둔감한 것은 아니고, 해마다 돌고 도는 계절이야 당연한 건데 뭐 그리 새삼스럽다고 호들갑을 떨며
봄을 맞으러 가고 가을을 만끽하러 간다는 건지,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봄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여름에는 무엇이 가능한지, 가을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도통 관심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계절을 느낍니다.
봄이 되면 땅이 녹기 시작하고 생명을 품을 준비를 하고, 무언가 뿌리고 물을 주면 올라옵니다.
봄에 바삐 움직이면 일년이 풍성하고, 그래서 겨우내 쉬느라 몸은 무겁지만 가장 바삐 일해야하는 계절이 봄이지요.
봄이라고 다 봄이 아니라 3월의 봄과 4월의 봄, 5월의 봄은 아주 달라서 일주일 차이가 비슷한 것 같아도
밭에 심은 모종이 얼어죽고 안 얼어죽고 차이가 큽니다.
이 미세한 차이를 아는데 이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왜 24절기가 농사절기로 이용되는지를 알았습니다.
농부야말로 기후의 변화를 제일 잘 느끼고, 볼 줄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서리가 내리면 키우던 작물이 어찌 되는지도 그들은 제일 잘 알고, 언제 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지도 압니다.
농부는 온 몸으로 온도계가 되기도 하고 습도계가 되기도 하며, 공기의 흐름과 온도를 감지합니다.
그들의 피부세포는 살아있고, 평범한 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며, 햇빛의 온도까지 알아차립니다.
그들은 절대자이고 완전한 강자인 자연에게 거슬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고, 오직 자연의 뜻을 알아차려
그 뜻에 따르는 것만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압니다.
농사를 짓기 전에는, 화초를 키우기 전에는 어느 가정이나 가게, 사무실에 놓인 화분을
한번도 유심히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무슨 종류인지는 물론이고, 잘 살고 있는지, 건강한지, 사는 환경이 적합한지 전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아마 바짝 말라 죽어가고 있었어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게에서 길거리에 내다 놓은 화분도 그냥 지나쳐가지 않습니다.
주인이 못 길러서 내놓은 것인지, 밖에 내놓으면 안되는 걸 내놓은 게 아닌지, 살펴봅니다.
어느 공간에 가나 화분이 보이면, 관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의외로 잘 자라는 걸 보면 관리자가 누구인지 경탄하며, 어떻게 관리했을까 궁금해합니다.

길을 걷다가도 하찮은 들풀도 눈에 들어오고, 화단의 꽃이나 나무들이 무슨 종류인지 유심히 봅니다.
집단으로 심긴 야생화를 보면, 이것들을 심은 자의 안목에 놀라거나 한심해합니다.
심겨진 곳의 위치가 좋은지도 보고, 종목을 제대로 잘 택했는지도 생각해봅니다.
나중에 씨앗을 받으러 올 수 있는지도 생각해놓습니다.
전에는 산에 오르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벌레 때문입니다. 특히 거미는 아주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거미줄이 쳐진 것을 보면 그 근처엘 가질 못했습니다.
차라리 뱀이 낫지 벌레는 아주 질색팔색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초를 기르다보니 벌레는 잡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새끼 괴롭히는 놈들을 잡다보니 맨손으로 잡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고 슬슬 겁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주말농장에서 거미줄을 봐도 슬슬 겁이 안나더니, 막대기로 휙휙 걷어서 버리는 정도에
도달하더니 이젠 그냥 옆으로 지나가도 공포스럽거나 하지 않는 경지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전에는 수풀이 많이 우거진 곳은 벌레가 무서워서 감히 지나갈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그런 것쯤은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으니 참 육년의 농사가 사람을 많이도 변화 시켰다 싶습니다.

전에는 인내심이 참 부족했습니다.
다른 인내심은 강했으나 시간을 견디는 인내심이 약했습니다.
오래 기다리는 것을 잘 못했습니다.
그때 1년 기다려야 꽃이 핀다고 했다면 아마도 그 화초를 키우기를 포기했을 겁니다.
씨앗을 뿌리고 1주일 안에 안 올라오면 초조했습니다.
무엇이든 뭔가 성과를 보려면 1~2년은 기본적으로 기다려야하는데, 그 기다림이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듯
포기했다가 다시 1~2년 후에 그 자리에 와서 똑같은 고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애초에 계속 꾸준히 밀고 나갔다면 지금쯤은 그 고민에서 벗어났을 것을...
그러나 농사를 짓고 화초를 기르면서, '나도 모르는 새' 인내심이, 지구력이, 기다림이 자랐습니다.
씨앗을 심어놓고 6개월, 1년 기다리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기억에도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어느 새 올라온 싹을 발견했을 때
초조해하지 않아도 올라올 것은 올라오니 시간만이 절대적인 승리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패배한 것은 기다리지 못했던 나였다는 것을...
아무리 내가 조급하고 초조해도 '때가 되어야' 싹은 올라오고, 줄기가 자라고, 알이 굵어지며
제대로 영근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 시간'이 중심이 아니라, '정해진 자연의 시간'을 채워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식물에 대해서, 채소에 대해서만 기다림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인내력이 강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이 변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리니 좀더 기다려주고 좀더 인내해주면 훨씬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샤할머니의 정원을 보고, 저 정원을 만들려면 20년은 족히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라면 상상도 못할 생각이지요.
어떻게 20년에 걸쳐서 정원을 만드느냐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작은 정원 하나 만드는데 6년이 걸린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수긍을 한 것도, 내 경험에 의해서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 인생 하나를 가꾸는데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하는 것일까...
이제는 긴 계획을 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타샤할머니도 이런 경험이 있으니 52세에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들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수확을 얻을 때까지, 정해진 기한이 차기까지는 아무리 내가 조급해한다고 한들
절대로 그것이 앞당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기한이 찼을 때 저절로 완성품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배추 하나를 재배하면서, 똑같은 기한을 보냈어도 어떤 집은 속이 덜 찬 헐렁한 배추가 나오고
어떤 집은 알이 꽉 찬 배추가 나옵니다.
그 기한 동안 차근차근 거쳐야할 과정을 다 거쳐야 알이 제대로 찬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의 속이 제대로 차려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인지...
속성으로 이루려고 질소비료를 팍팍 주면 덩치는 커지지만 독소와 엉성한 세포와 쓴맛을 지닌
허망한 배추가 탄생하는 것처럼, 정해진 기한에 제대로 밟아야할 과정을 밟지 않고
속성으로 대강 넘어가면 겉으로는 우수한 것 같아도 사실은 절대로 그렇지 못함을 실체로서 배웠습니다.
가지를 쳐줘야할 때, 욕심 부리지 말고 과감히 정리를 해줘야 더 많은 수확이 나옴도 배웠고,
과감히 솎아줘야할 때, 욕심 부리느라 다 끌어안고 있으면 오히려 적은 수확을 얻게 됨을 배웠습니다.
마음을 비워야할 때 비우지 못하면 결국 다 잃게 되니, 한 해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비로소
어떤 게 지혜인지 체험으로 배우게 됩니다.


내가 맨 처음 주말농장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동기를 생각해봤습니다.
이랬던 것 같습니다.
도시의 삶이 싫어서 툭하면 시골가서 살면 좋겠다고 말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나는 겁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태어나 콘크리트 바닥에서만 살던 내가, 벌레도 무서워하고 더러운 건 질색하는 내가,
시골에서 사는 게 가능할까?
도시에선 마트에만 가면 다듬어진 채소가 필요한만큼씩 담겨져있는데, 시골에서 살면서 그걸 사다가
먹을 수는 없는데 과연 내가 저것들을 키우고 다듬어 먹을 수 있게 만들 능력이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들자,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생각했을 뿐, 그 길로 가는 삶을 한 발작도 걸어가보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그 때를 시작으로 주말농장 10평을 시작한 게 2003년 봄이었습니다.
먼저 밭을, 흙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서 뿌리고 키워내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갔습니다.
그러나 키우기는 했으되 소비를 다 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내 손으로 키우는 것은 남을 주고, 나는 장에 가서 사올 수가 있는가?
그래서 키우는 능력은 물론이요, 그것을 갈무리해서 마트에서 파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손에 익혀나갔습니다. 그리고 요리로 만드는 능력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손을 거쳐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싶었는데 그것을 차츰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난 할 수 있는데 땅이 없어서 못해!"라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육체적인 힘듬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체험으로 알았습니다.
하나하나 터득해가면서 배운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것도,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을요.
이제는 일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서툴지만 천천히 꾸준하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음을 압니다.
비록 세련되고 완벽하진 못해도 내 자신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만 도달하면 만족합니다.
다 가지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고, 내 없음이 별로 부끄럽지 않습니다.
어딜 가건 땅 한 뛔기만 있다면 내 먹을 것은 스스로 키워내서 식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것은 몸으로 얻은 자신감입니다.
책으로도, 멋진 강의로도, 이론으로도 얻지 못한 능력과 자신감을, 나는 가장 단순하고 정직한
농사와 화초 가꾸기에서 배웠습니다.
가르쳐준 이는 바로 흙이고 식물이고, 자연입니다.

과거의 사진들을 들춰봅니다.
그때 내가 느꼈던 암담함과 막연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수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이 흐른 후에 무언가를 얻고 발견했을 때마다 나는 배웠고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과정을 되새기며 어찌해야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나는 시골에서 살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인가, 아니면 취미인가, 아니면 또다른 무엇을 위해서인가...
모두 다 입니다.
아마도 시골에서 살 때가 오기는 힘들겠지요.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원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미 '시골에서 살기 위한 농사 짓기 체험'은 목적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시골이 아닌 도시에 살더라도, 이 체험은 나를 살립니다.
그 어떤 감명 깊은 책도, 이 경험처럼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 것은 없습니다.
내 삶을 변화 시킨 것은 없습니다.
이제 이것이 또 어디로 나를 인도할지는 알지 못합니다.
전업농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요, 내 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도 그런 것 없이 나는 배워왔고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니 목적지는 알지 못하나 이 방향대로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더이상 배울 것이 없어질까요.
그러나 삶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편함을 추구하기보단 다소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내게 맞는 삶을 찾아서 나아가겠지요...
2008년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 와서 새로운 텃밭을 일궜고
나오는 산물을 단 1개도 버림 없이, 다 내가 소비합니다.
열심히 갈무리하고 쟁여둡니다. 그리고 그걸로 한번 살아보려고 합니다.
짭짤하게 살아보려구요.
그 참에 제가 크게 결심했습니다.
경기도 안 좋고~ 또 짜게 살기로 작심을 했으니 실행에 옮겨보려고요.
모두들 냉장고 열어보시면 상당히 가득차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막상 요리하려고 보면 먹을 게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또 장을 봐서 가득가득 채우고..
저도 말이 양문냉장고이지 500리터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냉장고에 94리터짜리 김치냉장고가 가득가득해요.
주말농장의 수확물을 알뜰하게 갈무리해서 짱 박아 놨더니 구석구석 이것저것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마음 먹은 것이... <이번 겨울동안 먹을거리 장을 보는 것은 최대한 하지 말고 버텨보자!>는 겁니다.
고기류나 양념류는 제외하고 채소나 반찬류는 현재 집안에 쟁여놓은 것으로 버텨보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냉장고 털어먹기 작전>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 1차 목적은 "돈 안쓰기"지요~ ^^
그리하야~ 먼저 냉장고에 뭐뭐가 있는지 점검부터 들어갔습니다.
일전에 공개한 장아찌, 절임류는 이미 알려졌고요~
(블로그에 이미 올려진 글이라서...)

요것들이 주말농장을 하면서 틈틈이 만들어둔 각종 저장음식들이죠.

요게 냉장고 2칸 이상을 차지해서...저는 반찬 만들어도 넣어둘 곳도 거의 없답니다. ^^;;
그래서 냉장실에는 별로 들어갈 게 없지요.그때그때 만들어서 바로 다 먹어야합니다~ ^^
그러나 냉동실은 다르지요.
냉동실에 뭐가 들었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냉동실에 있는 걸 다 꺼내서 차근차근 정리해봤습니다.

(워낙 악필인데 사진으로 공개하자니 손에 힘을 줘서 그나마 해석 가능하게 썼슴다...--;;)
그리고 다섯칸에 든 것들을 적어서 냉장고 문 앞에 붙여뒀어요.
저걸로 이번 겨울을 버티려고 합니다. 가능할까요? ^^;;
물론 김장배추가 넉넉히 있고~ 냉장실의 장아찌류가 있지만...
예? 여름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라??
가지 말린 것/ 장대박 말린 것/ 우거지 냉동/ 시레기 냉동/ 얼갈이배추 냉동/ 토란 말린 것.
양념류- 고추 갈아 냉동한 것/ 고추 썰어 냉동한 것.
기타- 호박 간 것/ 바질페스토 냉동.
그 외에도 말린 시레기가 밖에 있고, 간식으로 야콘이 있지요. 무도 있고요~

가지 수확하고 다 못 먹을 때마다 틈틈히 말려둔 것...

이렇게 비닐에 넣어서 냉동실로 보내버린 게 꽤 되더군요.
요것도 냉동실에 있습니다.

무청 데친 것과 배추잎 데친 것을 일회분량으로 비닐에 넣어 냉동실로 보냈지요.
요것들은 녹이기만 하면 바로 요리가 가능합니다. 냉동실 야채칸을 차지해서 그렇지...

꺼냈더니 이렇게 꽝꽝 얼어있네요. 무청 시레기입니다.

물에 담궈두면 이렇게 다 녹아버립니다.

된장 넣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거나 나물처럼 무쳐도 됩니다.
질기지 않아서 조금만 끓여도 됩니다.

우거지에 된장,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들깻가루 등을 조물조물해서

돼지등뼈 삶은데 넣어서 같이 끓여주기도 하지요.
시레기를 넣어도 좋아요.
저는 돼지등뼈를 잘 해먹는데 주로 묵은지가 나오면 잘해먹지만 묵은지 나오려면 한참 멀어서
우거지나 시레기를 넣어서 끓였습니다.
이때는 돼지등뼈 푸욱 다 익은 다음에 넣으셔야합니다.
말린 게 아니라서 금새 풀어지거든요.

시레기 말린 것은 먹기 전날 물에 담궈서 푸욱 불린 다음에 통에 삶아야 합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뚜껑 덮어주면 더 빨리 붑니다.
저는 제일 잘해먹는 것이 시레기국인데요,
쇠고기 넣어 푸욱 우려낸 육수에 잘게 썬 시레기를 넣어 끓인 거에요.
별다른 양념 없이 된장 조금만 풀어넣는데도 너무 맛납니다.

무도 김장하고 남은 것들을 스치로폼 박스에 넣어 시원한 곳에 두었지요.
그랬더니 하나도 안 마르고 아주 좋습니다.

오늘 무 작은 거 하나를 꺼내서 맑은 무국을 끓였어요.
무를 두껍게 채 썰고 진한 멸시다시마 국물을 먼저 만듭니다.
저는 멸치다시국물을 만들 때 많이 만들어서 남은 건 패트병에 넣어 냉장보관해요.
냄비에 참기름 넉넉히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약불이 노릿노릿하게 익힙니다.
그 다음 다시국물을 붓고 채썬 무를 넣도 강불에 끓입니다.
무가 푸욱 익도록 끓이세요~

국물이 뽀~얀게 고기 안 넣어도 얼마나 달고 맛나던지!! ^^
한 대접을 먹었습니다. 82cook에서 보고 따라했는데 참 맛있네요.

그리고 요즘 야콘은 당도가 아주 높습니다.
잘 후숙된 야콘은 저렇게 노~란색이에요.
요게 바로 올해 처음으로 기른 올빼미주말농장표 야콘이지요~^^
차도 만들었답니다~

저걸 썰어서 배처럼 아삭아삭 생으로 먹습니다.
고구마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구마 요리도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 그냥 먹는 게 좋듯이 야콘은 쪄도, 구워도 안되고
그냥 과일처럼 생으로 먹는 게 제일 맛납니다.
맛은 달달한 고구마 맛 같고 어떤 때 덜 단 배 맛 같습니다.
아삭아삭한 맛이 나지요.
밤에 출출할 때 야콘 하나 깎아 먹습니다. 고구마 먹듯이요~^^
이렇게 먹고살다보면 정말 장 안보고 버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한번 버텨보려구요. 얼마나 버틸지... 저도 한번 시험해보렵니다.
채소를 많이 먹다보니 육식을 확실히 덜하게 됩니다.
빵은 밀가루만 사다가 직접 만들어먹으려고 하고, 신선한 채소는 새싹채소 길러서 먹습니다.
요즘 새싹채소 요리를 다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베란다에 농장을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집안에서 자급자족을 하려고요~
요즘같은 시기엔 허리띠 졸라매는 게 지혜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안 먹고 살면 너무 슬프지요.
아끼면서도 잘 먹고 사는 지혜를 짜내보는 거지요.

아낀다고 빵도 못 먹고 샌드위치도 못 먹으면 마음이 너무 허전해집니다.
먹을 건 먹되, 알뜰하게 초절약으로 살면 차이를 잘 못 느끼는 법!
그리고 아낀 것은 정말 하고픈 것을 해야지요...

그리고 냉장실에는 냉기차단 비닐커텐도 달았어요.
기~다란 김장비닐 잘라서 맨 위를 양면테이프로 고정해 붙이면 열고 닫아도 냉기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길이 없도록!
마트 야채코너에 가면 이렇게 냉기차단 커텐을 했지요?
저렇게 하면 문 열 때마다 와르르 밖으로 쏟아져나오던 냉기가 차단되지요.
냉기 나온 다음에 다시 그 온도로 내리려면 냉장고가 맹렬히 돌아가야하거든요...
애들 많은 집, 문 자주 여닫는 집은 꼭 해보세요!
알면서도 안했다가 tv 보고 이번에 드디어 다 해치움다!
참, 그리고 집안에서는 정말 내복을 입어보세요. 양말도 꼭 신으시고요~
다른 건 아끼면 경제가 안돈다 할 수 있지만, 순전히 수입으로만 유지되는 전기,난방은
아무리 아무리 아껴도 괜찮으니까요.
정말 그리했더니 작년에 비해 난방비가 팍 적게 나오네요. 너무 현격한 차이에 놀랐습니다.
저는 겨울에도 반팔티셔츠로 살던 사람인데 내복 입고 양말 신었더니 한달 사이에도 4만원 차이가 나는 걸 보고
이젠 목도리까지 둘렀습니다. ^^;;
확실하게 줄어드는 걸 보고나니 안할 수가 없네요.
먹을거리 사는 데만 허리띠 졸라맬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졸라맵니다.
졸라매고 졸라매도 배우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는 목적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며칠전 KBS '수요기획'인가... 짠돌이 이야기가 나왔던데 젊은 사람들이 어찌나 짜게 사는지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리고 반성도 많이 하고 진짜로 제대로 짠순이로 살아보자고 결심했지요.
그리고 뭐 더 줄일 거 없나~ 둘러보고 있습니다.
인근에 새롭게 큰 마트가 생겨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동네가 북적북적인데도 안 갑니다.
바구니 공짜로 준다고 주부들 바글바글인데 그거 하나 받느라 괜히 이것저것 사느니
바구니 없이도 잘 살았다고 생각하고 안 갑니다.
하지만 경제사정 넉넉하신 분들은 좀 쓰시라요~ ^^;
냉장고가 가득가득하신 분들!
주말농장 수확물 챙기신 분들!
<냉장고 텅텅 빌 때까지 장 안 보고 버티기> 한번 안 해보시렵니까?
저는 집안에 먹을거리가 다 떨어지는 때까지 한번 버텨보려고 합니다~ ^^;;

같이 안하실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