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니까 뭐 평소에는 안 먹는 사람 같지만...
아침 먹고 디저트, 점심은 아예 케이크나 달달한 빵과 커피,저녁 먹고 디저트.
그게 저의 식생활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마음이 지치면 모든게 변하더군요.
요 몇달이 제 인생에 가장 힘든 나날들이었는데...
단것조차 싫어진 건 진짜 처음이었습니다.
제 친구 하나는 기분전환시켜준다며 새로 생긴 케이크가게로 저를 끌고가려다 실패한 후,
집으로 돌아가며 울었다고 하네요.
농담 아니고 이러다 쟤 어떻게 되겠구나 싶었답니다.허허.
안하던 짓 하거나 하던 짓 않으면 왜 넋이 나간거라 하잖아요.
그나저나 조금씩 일들도 해결되고,해결 안된 일들은 잊으려 애쓰다보니
슬슬 정상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발견했죠. 귀여운엘비스님의 브라우니 레서피(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ff&ss=...
쫀득찐득한 초콜릿케이크류는 다 좋아하거든요.
당장 만들어보자 싶었지요.

..얼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조리과정에는 버터가 분명 나오는데 재료에는 없는 겁니다.
어떻게 하나...
갑자기 전작 '베이킹 좌절의 나날들'이 떠오르며 등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귀여운엘비스님께 SOS문자를 날려보지만 답이 없습니다.
패닉상태였기에 그 번호가 그 번호였는지조차 가물가물.누구한테 보낸거야.
아쉬운대로 50g만 넣어봅니다.

어쩐지 반죽이 뻑뻑합니다.
이때 잽싸게 문제점을 알아채고 더 넣었어야 하는건데.
그날 이후 수정해놓으신 레서피를 보니 90g이 버터의 올바른 양이었습니다.

왓더헬~
딱 보기에도 쫀득은 커녕 푸석해보입니다.
견과류를 싫어해서 호두대신 오레오쿠키 부수어 넣었더니...
아 끝내줍니다.
시멘트 공장에서도 이렇게 개놓으면 해고감입니다.
귀여운엘비스님 책임지란 말이예요.데굴데굴.

그래서 한밤의 영양간식을 만들기로 합니다.
일단 예쁜 그릇(투명하면 좋아요)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20~30초가량 돌려주세요.
아,제대로 만드신 브라우니일 경우 데우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따뜻하면 푸석함이 좀 사라지더라고요...

꺼내면 포크로 마구 찔러 구멍을 좀 내줍니다.
나중에 얹는 재료의 흡수를 빠르게 해주어 촉촉하고 맛있어져요.

바닐라아이스크림 등장.
아이스크림 기계를 "냉동실 좁다니까!"하면서 엄마가 못넣게 하셔서
50%세일 가게에서 산 것들을 먹고 있지요.

이왕 먹기로 한거 비굴해지시면 안됩니다.
쌓을 수 있을만큼 쌓겠다고 굳게 마음 다지시고
최소 2스쿱 이상 퍼서 얹으세요.

....제것은 이 사진 찍고 바로 무너졌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합니다.
아니면 인스턴트커피를 아주 진하게 타줍니다.

크레마가 많이 나와서 뿌듯.....해 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아이스크림 위에 부어줍니다.

이것이 칼로리의 최고봉, 스콘식 아포가토 되겠습니다.
의외로 아이스크림 금방 녹지 않고요,커피향과 바닐라향이 어우러지면서
맛있습니다.
살찔까봐 신경쓰이시는 분들은?
....그런 생각 들기 전에 먹자마자 바로 주무세요.
그럼 전 자러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