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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도움은 안되는.. 그냥 키친톡, 배추 절이기.

| 조회수 : 6,034 | 추천수 : 27
작성일 : 2007-12-05 12:37:18

한참 지난 쓸데없는 얘기지만, 그래도 82쿡 선배님들과 나누고 싶은 부엌 수다.


지지난주에 딸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김장을 했습니다.

다분히 SHOW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비닐장갑 끼고 직접 속을 넣었다는 소문도 들리더군요.

그렇게 만든 김치를 동네 독거노인들께 직접 배달하는 것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습니다.


김장에 앞서 "절인(!) 배추 두 포기"를 갖고 오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아들고 얼굴이 하얘진 저를 본 선생님들은 "그냥.. 절이면 돼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가끔 과자 구워가는 것 때문에 요리의 달인으로 오해받고 있는 해인엄마입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도우미를 구하지 못한 채, 그냥 죽이되는 밥이 되든, 김치가 되든 뭐가 되든 혼자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포기 더 절여서 뭔가를 해볼 결심까지 합니다.

(객기의 원천은?? 무식!! -_-;)


동네 야채가게에서 배추를 사는데, 金추 반포기를 덤으로 주는 것이 반갑지 않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사양하는데도 꾸역꾸역 반포기 넣어주던 아주머니.. 원망스러웠습니다. 끅!

아랫집 할머니에게 양푼과 채반도 빌렸습니다. 제가 김장하는줄 아시고 다듬은 갓과 쪽파까지 한봉지 얹어 주십니다. 부담백배..


자타가 공인하는 김치er이며, 열 살 때 혼자서 깍두기를 담가보니 김치가 되더라는.. 사춘기 설화의 주인공이신 우리 엄마가 계심에도, 절대 계량을 하지 않으신다는 난점이 있어 여쭤보다 포기했습니다. 흑~
대신 인터넷에서 스타 와이프로거들의 블러그를 방문하여 장장 8장에 걸친 레시피로 중무장하였지요. (김장하나?? -_-;)

(요약하자면, 배추 한 포기당 물 두 컵에에 소금 3/4컵을 준비하고 이 중 일부(포기당 한큰술)는 나중에 배추에 뿌리고 나머지는 소금물을 만들어 놓으래요. 어떤 분은 추가로 생강 마늘 등으로 절임 양념을 만들어 두 번 절이시던데, 음.. 전 그냥 패쓰)

그날따라 얌전히 놀아주는 해인이를 거실에 팽개친 채 배추 3과1/2포기와의 한판승이 벌어졌습니다.

그리 큰 배추도 아니었는데 세포기 반을 잘라놓으니 저렇게 많대요.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꼬박 한시간 배추 씻고 절이고..

새벽 12시 넘어 한 번 뒤집어주고, 또 담날 새벽같이 일어나 씻어주고..

내가 맨날 이리 공부를 열심히 하면 벌써 박사학위 두개는 받았겠다며 투덜투덜 했는데, 결과는.. 대략 성공!



꼴랑 세포기 반 절여놓고 이리 뿌듯해 하는 해인엄마입니다.

도대체 김치는 언제 담가볼건데?

음.. 글쎄.. 3년 전에 동치미 실패한 충격에서 아직... 퍽!

네.. 제가 게을러서... ㅜㅜ



** 며칠 후 들은 충격적인 소식. 절인 배추 가져온 엄마가 저를 포함 두 명이랍니다. 나머지는 그냥 금일봉으로 해결하셨다는...OTL

나 순진한거? 멍청한거?

** 이틀 후 시엄니께서 전화하셨습니다. 김장 50포기(!) 하셨다고.. 평일이라 부를 수가 없었노라고... 털썩! 엄니~ 죄송해요... 내년엔 꼭 도와드릴께요. 되도록 주말에 하세요~~ (T^T)

** 해마다 수십포기 김장을 하시는 이 땅의 어머님들, 선배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렌지피코
    '07.12.5 1:20 PM

    ㅎㅎㅎㅎ 다른 엄마들은 모두 금일봉.. 부분에서 넘어갔습니다.

    그렇지요, 뭐.. 저도 요새 보니까 울 동네 큰아이 친구 엄마들 중에 김치 담글줄 아는 사람 저 하나더군요.(아~ 이 뭔 잘난척...ㅠ.ㅠ...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얻어 먹을데가 없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불쌍한 처지랍니다...흑흑흑....ㅜ.ㅜ )

    하여간 수고하셨네요.

    그런데 자주 하다보면 감이 생겨요.ㅎㅎ
    담번에는 잘 절인 배추에 양념속도 만들어 넣어보세요. ^^ 너무 부담백배 드리나요??

  • 2. 깨비
    '07.12.5 1:41 PM

    ㅋㅋ..남의 일 같지 않네요..
    저도 그럭저럭 음식 좀 한다고 남편친구들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결혼 5년동안 김치한번 담궈본적이 없었어요..대신 맛있는 김치상표만 기억하고 있었지요..

    제가 일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김장하는걸 돕다가 -결정적으로 마지막 버무릴때는 군부대에서 봉사 나와서 군인총각들이 버무렸거든요- 군인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싶어 그해부터 김장을 담궜지요..배추 3포기 사서..
    3포기 담그고 김장했다고 하자 주변사람들 다들 넘어갔습니다..ㅋㅋ

    어제 쉬는날이라 또 3포기짜리 김장하면서 생각해보니 결혼전에 한번도 김장을 도와본적이 없더라는.. 솜씨좋은 엄마는 음식솜씨때문에 평생 음식에서 손땔일 없으니 딸은 손끝에 물 묻히지 말라고 전략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저는 어제 엄마생각 나더군요

  • 3. 애둘맘
    '07.12.5 3:10 PM - 삭제된댓글

    신혼초에..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어머니 : 아이~(얘야~의 사투리), 이번주에 김치 담글란다...
    나 : 그러세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시어머니께서 저리 말씀하실때는..와서 도우라는 뜻이였다는데..저는 정말로 김치 담근다는 얘기만 전하려고 하신 줄 알고.. 그러세요? 하고선 딴 얘기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엔 언제 김치 가져갈래?로 전화내용이 바꼈답니다.
    어린이집 김장담그기라..ㅎㅎㅎ 정말 대단하시네요.

  • 4. 3시기상
    '07.12.5 4:55 PM

    로그인 하지않고서는 못 넘어가겠네요^^
    아마 저도 4포기를 사서(2포기는 실패했을때를 대비해)밤새 혼자 끙끙거렸을꺼예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알아서 김장체험을 하니 진짜 다행이라고 가슴 쓸어 내리고 있네요. 저도 언제쯤 김장 해볼까요? 11개월된 둘째가 5살쯤되면 할수 있을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과^^ 이땅의 어머님들 정말 대단하시다에 백만스물두표 찍고 갑니다.

  • 5. Goosle
    '07.12.5 5:41 PM

    후훗! 사실 배추 절이고 나니 김치 담가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만..
    능력은 둘째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만만치 않아 그만둿지요.
    그래도, 다음번엔 좀 더 진도를 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올겨울 가기 전에 깍두기는 한 번 해보려구요.

    울 엄마나 시엄니나, 너무 마음들이 약하셔서 아닌척~ 하고 계시다가 갑자기 김장을 해버리신답니다.
    어여 배워야 할텐데..
    결혼 첫해 겨울엔 입덧하느라 정신 없었고, 그담엔 아이가 어려서, 그담엔 직장+육아 부담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쩝.

  • 6. 항상감사
    '07.12.5 11:47 PM

    음..저는.....김치er에서 넘어갔습니다. ㅋㅋㅋ...저희 시엄니도 자타공인 김치어시죠...
    결혼 5년차인데 아직 한번도 김장 안 담가봤어요. 어제 시엄니가 김치가져가라고 해서 다녀왔는데 김치냉장고가 없으니 정리해서 넣는것도 얼마나 힘들던지... 그러니 직접 하신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드네요.

  • 7. 바람별시
    '07.12.6 4:26 AM

    제가 올해 처음으로 김치를 담가봤는데요...

    항상 제 김치를 친한 동생이 주문해다 주는데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사먹는 다길래
    어쩌다 내가 한번 해보자~ 싶었는데

    전 정말 아무 생각없이 김치 반으로 쪼개어 가장 큰 스텐볼에 넣어서 소금 막 뿌리고
    (꽃소금도 아닌 일반소금) 물은 배추 찰때까지 부어주고
    소금물 찍어서 먹어보고 나름 짠것 같아서 그냥 안심하고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출근하려니 시간이 없어 그냥 혹시나 흙남은거 없나만 확인하며 헹궈서 채반에 널은 후
    일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절임배추가 되어있는거에요.

    그걸로 양념도 대충해서 담갔는데 맛있어서 손님왔을때도 집김치라고 엄청 자랑하면서 내놓았어요.

    예전에 배추 절이다가 허리 디스크 생긴 분 이야기도 들었는데...귀차니즘의 승리인것 같아요.

    어쩜 님의 어머니와 제가 같은 과?

  • 8. 플로리아
    '07.12.6 10:32 AM

    이번 우리친정엄마는 친구분께 얻어온 작달만한 배추를 120포기나 하셨지요
    전 그냥 쌓여있는 배추를 보고는 지레 질려서 엄두를 못내다가 달려들어 절이실때
    와 씻을때 그리고 배추속 넣을때는 끝무렵에 조금 도왔답니다 어마어마 합디다
    내가 양념 만들고 무썰고 한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어째 두세포기는 아무것도 아닌거 같은
    건방이 ㅡ.ㅡ;;;;
    다하고 김치통 8개나 낼름집어와 우리김치냉장고에 쏙 넣어놨지요.
    우찌됬든 든든한게 엄마한테 잘해야겠어요.

  • 9. 아자
    '07.12.6 8:04 PM

    저랑 똑같은 경험하셨네요.
    엊그제 어린이집에서 절인배추 1통 가져오라고 했는데
    배추 1통 사서 몇시간을 끙끙 거렸답니다.
    왜이리 배추가 숨이 안죽고 살아있던지...밤샐뻔 했어요.
    확인하고 이리저리 뒤척여보느라...
    결혼전부터 김장할때 배추 절이는거 수없이 보기는 했는데
    보는거랑 실제 해보는거 천지차이더군요...
    저두 언제나 제대로 김치를 담궈볼까요?

  • 10. Goosle
    '07.12.7 9:58 AM

    바람별시님! 축하드려요..
    정말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웅~ 젤 부러워.
    울 엄마도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욱남매의 장녀로써 '내가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그 어린 나이에 해내신 것 같은데.. 저 울엄마 많이 닮았는데, 왜 이런건 안 닮았나 몰라요.
    괜히 겁부터 나고, 그 핑계로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ㅜㅜ
    올겨울 가기 전에 뭐라도 하나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아자아자!

    우하하.. 다른 분들도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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