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이들은 나를 변화시키고

| 조회수 : 4,988 | 추천수 : 62
작성일 : 2007-06-23 18:24:19
남편은 지방으로 떠나고, 아이들은 수영장에 갔습니다.
갑자기 혼자 남은 토요일 오후, 나는 라자냐를 만듭니다.

초라한 나의 부엌은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지난봄 먼지가 다 드러날정도로 더럽지만
나는 만듭니다. 아이들과 약속한 이태리 페라라식 라자냐를....

왜그리 집이 조용한지요. 견딜수가 없어 안방서 카세트를 들고나와
라디오 여성프로에 맞출까 하다가...`아니야, 이런 드문 날은 제대로된 음악을 들어야지' 하며 골라잡은게
하필이면 20년전 동생이 유럽여행에서 선물로 갖다준 샹송 모음집.
얼마만인지요. 앙리꼬 마시아스의 `사랑의 열병'을 듣는게.....
노래를 들으며 양송이를 씻고, 고기를 꺼내고, 토마토캔을 땁니다.

"너희들은 아느냐...엄마의 청춘을...
저기 나오는 샹송을 빼어나게 불러제끼던 그런 청춘이 엄마에겐 있었느니라.
프랑스 어느 곳을 떨어뜨려놔도 하나도 무섭지 않던 그런 원더풀한 청춘이 있었느니라"
하여간 노래를 잘못 틀었던 것 같습니다.

제길, 양파며 당근이며 셀러리의 칼질이 너무 잘됩니다. 채가 너무 곱습니다.
어쨌든 입이 까다로운 아이들에게 야채를 숨겨먹여야 하기에 지난 10년간 무던히도 요리했죠.
그래서 늘어난 채 써는 실력입니다. 아이들 덕분입니다.

말린 바질 약간.
"너희들 작년에 엄마랑 그리스여행 기억나지?
엄마는 너희를 키우면서 해외에 나가면 제일 신나는 곳이 시장이 돼버렸다. 시장이.
마른 바질이며 토마토며 그걸 한봉에 1000원에 파는걸 보고 너무너무 감격하여 바리바리 싸오는
그런 쇼핑 패턴으로 주저앉았다.
이태리.그리스 요리를 만날 해줄 것도 아니면서....그렇게 싸오면 멋진 요리를 하게될줄 착각까지 하는
그런 애착을 갖게됐구나."

뭐라? 레드와인 3분의 1컵.  
와인은 장볼때 깜빡했습니다. 이럴땐 배짱입니다.
겨우 3분의 1컵 쓰겠다고 남편이 모셔둔 창고속 고급 와인을 뜯습니다.  
"당신도 나빠. 내가 이렇게 토요일날까지 요리하는 처지가 된 것을 무시하고 지방으로 내빼?
(물론 혼자 시댁에간 것이니 나로서는 감사할 일인데도 말이죠.)
와인의 첫잔을 토끼 그림이 그려진 아이들 프라스틱 컵에 따라 마셨습니다.
"에라이~~ 당신이 아끼는 이 와인으로는 당신 냄새도 못맡는 닭요리를 만들겠다.
닭 한마리 와인에 푹 조리는 꼬꼬뱅을 만들어야짓!!!!!"
참 음악 무섭습니데이~~~

현재 스코어 포도주 반병을 혼자 비웠습니다.^^  
글이 나오길래 82쿡을 찾았습니다.
요즘은 모두들 초창기와는 달리 디카로 사진들을 올리시길래 저도 한컷 찍었는데....
올리는 법을 모릅니다.
한나절이면 배울텐데...컴맹이 아니라 문맹이 돼가고 있습니다. 에잇! 나쁜*들!!
직장에선 허벌나게 일하고, 퇴근하면 아이들 붙들고 숙제와 시험공부 시키고,
아이들 잠들면.....
화장을 지우는게 아니라  아이들 때문에 집안 어딘가로 가출한 햄스터쥐를 찾아다니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원의 족적은 레시피! 하나 남기고 갑니다.
해봤더니 3-4배로 해놓고 냉동하면 라쟈냐는 일도 아니겠습니다. 최미경 선생님 레시핍니다.

***라구소스***
마늘(한톨)과 양파(반개), 셀러리(1/2줄기) 당근(1/4개) 말린 홍고추(1개)를 모두 다집니다.
달군팬에 올리브오일(1큰술)을 두르고 버터(10그램)을 녹인후 마늘, 양파, 셀러리, 당근, 홍고추를 넣고 볶습니다.
쇠고기 다진것(130그램)을 넣고 같이 볶습니다.
쇠고기가 익으면 센 불로 올리고 레드와인(1/3컵)을 넣고 증발시킵니다.
토마토소스(시판용.400그램), 물(육수면 더 좋습니다.1컵)을 넣습니다.
양념합니다. 설탕(1작은술) 말린바질(약간) 월계수잎(1장) 소금.후춧가루 약간.
45분간 뭉근히 끓여 조리라고 돼있는데 저는 20분만에 껐네요.

맛있게 되면 다음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조만간 다시 올리겠습니다. =3=3=3=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찌기 펭
    '07.6.23 8:00 PM

    ^^ 저도 포도주한잔 거들고싶네요.

  • 2. 꽃게
    '07.6.23 9:13 PM

    제가 아는 글로리아님 맞죠??
    그러면서 세월가고 아이들 크고..
    또 다른 평화가 찾아옵니다.ㅎㅎㅎㅎㅎㅎ

  • 3. 올망졸망
    '07.6.23 9:18 PM

    겨우 3분의 1컵 쓰겠다고 남편이 모셔둔 창고속 고급 와인을 뜯습니다
    요부분에서 왜 제가 캬~ 통쾌해~~!!! 라고 느끼는 걸까요?? ㅡㅡ;;
    아이도 없는데 참 공감가는 정겨운 글이네요. ^^

  • 4. 라니
    '07.6.23 9:54 PM

    ㅎㅎㅎ
    저도 이리 웃었습니다.
    정말 남편도 비우고 아이들도 자기 갈 길 바빠 빠져나간 집은
    우째 적응이 안되는지,,,꼬꼬뱅은 다 만드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리 해놓고 님처럼 라자냐 일도 아니야 하며
    점점 입이 고급화되가는 세 녀석들에게 본떼를 보여줘야겠습니다.
    꾸벅~

  • 5. 레드썬
    '07.6.24 4:34 PM

    저 중학교때부터 앙리꼬마샤스 넘넘 좋아했었는데... 갑자기 그 목소리 다시 듣고싶네요.
    지금은 예전에 듣던 LP판밖에 없어서...ㅠㅠ
    글을 읽어보니 외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리네요^^

  • 6. michelle
    '07.6.25 2:43 PM

    글로리아님..예전 글로리아님인거 바로 알았습니다! 와인..한컵 필요하다고 해도..그 한컵을 위해서..사러가신다던..글로리아님 아닙니까.
    애들이..해주는 음식 잘 먹나요? 우리애도 이제는 좀 잘 먹어요. 작년에..음식 독립 했습니다. 그전엔..우리애 봐주시는 이모가..거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하늘을 찌르는 분이라..뭐 하고 싶어도 할 새가 없었지요. 그거 먹느라 바빠서. ㅋㅋ 요즘은 제가 해서 먹이는데..나름 아주 행복합니다.
    회사 다녀와서 저녁먹고 애들..숙제 봐주고..하루가 너무 너무 금방 갑니다.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부단히 노력중입니다. 그게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는걸..지나 나나..엄청난 인내력이 필요하다는것..요즘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것 하나..엄마는 선생님이 아니다. <도와주는 사람> HELPER가 되어야 한다는겁니다. 이게 정말 맞는 말인데..제 생각에..바쁜 일상에 쫓기다가 보면..우리 애한테는 학교에도 선생님이 한명, 집에는 2명, 곳곳에 있습니다. 그래서..저는 애의 선생님이 아니라..HELPER가 되기로 정말 다짐했어요.

  • 7. INA
    '07.6.25 7:27 PM - 삭제된댓글

    주말의 느긋함과 알딸딸함이 너무 자알 느껴져서 기분좋~게 저도 읽고 갑니다.

  • 8. 바닐라향
    '07.6.26 10:41 AM

    냉장고에 먹다남은 와인이 한 병있는데 왠지 땡기네요.
    글로리아님은 요리를 잘 하시나보네요.
    저도 언젠가는 맛난 요리를 척척 해낼 수 있겠죠....
    가끔 플라시도 도밍고의 노래도 듣고 골든팝송을 들으면서 혼자 감상에 젖곤 한답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 글들을 일고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4000 초짜의 요리..... 6 초보주부^^ 2007.06.24 3,721 35
23999 주말에 이렇게 먹었습니다. 8 올망졸망 2007.06.24 6,690 40
23998 [소불고기]로또당첨 축하파티~ 10 하나 2007.06.24 8,607 100
23997 저도 매실... 2 노니 2007.06.24 3,614 48
23996 내 사랑 매실 10 cookinggirl 2007.06.24 6,652 27
23995 낙지볶음 덮밥 6 rosa 2007.06.24 4,195 13
23994 남편 생일상..^^ 2 빨간 엘모 2007.06.24 7,074 39
23993 아주 간단한 오징어순대 꽁치이까 9 어부현종 2007.06.24 4,852 58
23992 가지도 말랑하게 지져보자~ 49 경빈마마 2007.06.24 5,733 35
23991 일식으로 한상 차리기.... 9 hesed 2007.06.24 7,442 16
23990 안타깝네요!!! sweetie 2007.06.24 4,733 50
23989 오랫만에 저녁밥상을 ~~고등어 조림과... 3 들녘의바람 2007.06.24 4,504 39
23988 소고기김밥 4 soralees 2007.06.24 4,423 27
23987 스피니치 아리촉 딥 2 sweetie 2007.06.24 4,641 38
23986 아이들 생일파티 간식 아이디어-씨리얼콘 2 amyus6 2007.06.23 5,688 39
23985 아이들은 나를 변화시키고 8 글로리아 2007.06.23 4,988 62
23984 주말엔 시원한 냉면으로... 1 라임 2007.06.23 4,500 43
23983 카레도 멋스럽게 먹으면 재밌어요. 6 바닐라향 2007.06.23 6,247 43
23982 아니 이런 날벼락이 있나? 엔지니어님 11 lemon4jc 2007.06.23 9,353 50
23981 저도 엔지니아66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5 hesed 2007.06.23 10,009 16
23980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가 된걸까?? 49 오렌지피코 2007.06.23 9,169 52
23979 입맛없을 땐 초밥으로 2 체리코크 2007.06.22 3,203 11
23978 [우렁된장찌개]피로야 가라~!! 49 하나 2007.06.22 4,205 43
23977 일본식 카스테라 (나가사키 카스테라?) 6 inblue 2007.06.22 7,784 33
23976 우째 이런 일이....ㅠ.ㅜ ... 녹차 생크림 식빵 2 물푸레 2007.06.22 3,783 12
23975 인블루님에게 감사 메시지를 마구 전하며.. 5 빈틈씨 2007.06.22 5,103 70
23974 그동안 만들었던것들.... 3 빠끄미 2007.06.22 4,130 8
23973 몇일간 식사와 빵...그리고 복분자(설명추가) 8 올망졸망 2007.06.22 8,687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