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밑반찬이나 나물같은것은 아무리 조금 만들어도 소비가 안되어서 상에 올리고 또 올리고 그렇게 되거든요. 그런데 나물도 그때그때 무쳐 먹는게 제 맛이지.. 만든지 좀 지난것은 정말 저도 먹기 싫은데 억지로 버리긴 아까와 먹는식이 되는거죠.
그래서 근래 들어서는 아예 안만들자, 이렇게 된거죠.
그러다 보니 아이랑 둘이 먹는 저녁상은 맨날 카레 아니면 무슨무슨 덮밥, 아니면 볶음밥, 아니면 덜렁 생선구이랑 김, 김치, 아니면 즉석에서 만든 계란말이..ㅡ.ㅡ;;
어제는 정말 이런식으로 먹고 살다간 아이보다 내가 먼저 죽겠군, 해서 작심하고 반찬을 몇가지 만들었죠.
그랬는데 말이죠...
저녁 6시쯤, 막 부엌에서 이것저것 볶고 지지고 하고 있는데, 문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남편이 벌써 온거예요!!
살다보니 이런날도 다 있네요.
눈이 똥그래져서 이 시간에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근처에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시간이 어정쩡해서 사무실로 다시 안들어가고 퇴근해 버렸다고 하네요.(그러나 할일을 두고 와서 마음은 심히 무겁다며...ㅎㅎㅎ)
큰 아이가 좋아서 난리난리가 났어요.
저도 기분이 업 되어서 내친김에 가자미 한마리 꺼내 조리고, 쇠고기 무국 시원하게 끓여서 저녁을 차렸습니다.

이렇게 차리고 나니 무슨 잔치상 같네요?
남편의 말, "오늘 무슨 날이야??"
큭큭큭...날은 날이지...백만년 만에 마음 먹고 반찬 만든날... ^^

가자미 조림, 우엉조림, 오이생채, 오징어채무침, 무나물

애호박+풋고추+느타리 전, 김무침, 오이+쇠고기 볶음(이것들은 아이 반찬들.)

식탁이 이리 꽉 차게 잘 차려 먹은것이 도대체 몇년 만이던지요...ㅎㅎ

그런데 저는 이게 제일 맛있더라구요. 지난주에 담근 깍두기.
아주 맛있게 익었습니다.
깍두기가 맛있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가 얼마나 맛있냐 하는것.
이번 깍두기 무는 어찌나 단지 꼭 설탕 넣은것 같아요.
깍두기가 맛있는 계절...결론적으로 가을이 무르익어 겨울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죠.
다들...김장 준비는 하셨나요????

얘는 보너셔 샷.
낮에 청소하느라 잠시 애를 소파위에 올려놓았더니 그새 홀랑 뒤집고는 이러구 코 박고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뒤집을줄 알고 부터는 매일 꼭 업드려 자려고 합니다. 바로 뉘여 놔도 곧 뒤집어 버리거든요.
애 숨 막힐까봐서 엄마는 아주 노심초사죠. 얘 자는 내내 옆에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숨막힐까봐 머리 돌려 주느라고..ㅜ.ㅜ;;
어제 자는 놈 옆에 앉아 들여다 보자니 작은 아이의 엄지 발가락이 허물이 벗겨졌어요.
큰아이 때도 발길질을 하며 죽어라 앞으로 나가고 싶어 끙끙 거리다보니 요맘때쯤 엄지 발가락의 허물이 벗겨졌었던게 생각이 나네요.
근데 그걸 보자니 저는 참 마음이 뭉클 합니다.
뭐, 허물 벗겨진게 아플까봐서가 아니라요,
태어나 단 한번도 땅을 딛고 서 본적이 없는 저 조그맣고 보드라운 발로, 땅을 밀치고 기고, 곧 이어 집고 서고, 그리고는 이내 두 발로 걷고 뛰겠지요.
아이 앞에 던져진 커다란 세상, 그 세상에서 언젠간 스스로 우뚝 서겠다고 이렇게 시작하는 거겠지요. 고 작은 발로 말이예요..
"부디.. 굳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