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말쑥하게 청소해놓고 과일 좀 사다 놓은게 제가 한게 다였어요.
12시가 못되어 시부모님께서 오셨는데, 어마나 글쎄, 짐이 어찌 한보따린거예요!!
평소에도 고춧가루며, 마늘이며, 밑반찬거리...뭐 그런거 자주 가져다주시긴했지만 오늘은 일단 눈에 띄는 커다란 스티로폴 박스가 두갭니다.
그 묵직한, 수상한 놈들을 얼른 받아들여 식탁위에 놓으니, 하나는 요새 제철인 꽃게가 무려 2키로!!, 그리고 또 하나는 제법 큼직한 우럭이 두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둘다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더라구요.
(펄떡 거리는 놈들 사진은 없어요. 이걸 보여 드려야 진짜 염장 모들텐데...ㅋㅋ)
이제 임신 막달 며느리 몸보신도 시켜줄겸, 그리고 집에 다녀간지 한참 되어서 본가 음식이 그리울 아들에, 요새 부쩍 입이 짧아진 손주놈까지 생각해서 일부러 아침부터 분주히 서둘러 늘 가시는 단골집에서 사오신 거예요.
여기까지만도 좋은데...
헹여나 배불뚝이 며느리가 제대로 못해 먹을까봐서...
우리 어머님, 오시자 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팔 걷어 부치시더니, 숙련된 거의 장인의 솜씨로 꽃게 두마리 잡아 무젓담가 주시고, 우럭 두마리 잡아 회까지 떠주고 가셨습니다.

무젓이 뭔가 하시는 분들이 많죠? 이게 바로 무젓이라는 거예요. (사진으로 봐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중간중간 노르스름한거...다 알이랍니다.)
이건 간장게장과도 다르고, 식당에서 보통 많이 주는 시뻘건 양념게장과도 또 다릅니다.
큼직하게 알이 오른 게 두마리를 손질해서 잘게 토막을 내어요.
이것을 굵은 소금 조금에 일단 절여두어요.
한두시간 지난다음, 생수 약간에 고춧가루 두어큰술을 버무려 둔것과 간장 조금, 송송썬 부추를 버무려 통에 담아 둡니다.
이것은 저장 음식이긴해도 그리 짜지 않아 무친다음 바로 먹어도 되고, 만든 후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되도록 빨리 먹는게 좋아요. 금방 익거든요.
맛은요...??? 말이 필요 없어요. 보기엔 저래뵈도 그냥 밥 도둑이예요...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먹으면.....^___^
반드시 살이 통통한 아주 신선한 꽃게가 있어야 하고, 오래 저장하는 간장게장과는 달리 무쳐서 금방 먹는 음식이라 아무때나 먹을수 있는 음식도 아니구요, 하여간 무진장 귀한겁니다.
전 결혼 전엔 이런 음식이 있는줄도 몰랐어요. 어쩌다보니 시집을 안면도로 가는 바람에...제가 그리 좋아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맘껏 먹게 되었지요.^^
...오늘 만드는 방법 확실하게 전수 받았지요. 다음번엔 제 손으로 직접 담글수 있을듯 합니다...만!!!!!!
요새 생물 꽃게가 월~~매나 비싼지 아시죠?? 그래서 왠만한 동네 생선가게에선 아예 팔지도 않는다는...ㅡ.ㅡ;;

요건 우럭회. 요렇고롬 얌전하게 회를 떠서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두고는...(우리 칼이 어머님 늘 쓰시던 것처럼 썩 잘 들지 않아서 애 먹으셨어요.)

오른쪽에 있는애는 우럭뼈랑 머리랑 해서 찌개 거리로 해주신것.
왼쪽에 있는 애는 또 꽃게 한마리 따로 찌게 거리로 손질해 주신겁니다. 아까 무젓 담글때 장이 많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한마리 더 손질해서 게장만 발라 더 넣었거든요. 그리고 무젓에는 아무래도 집게발을 넣으면 먹기가 좀 그러니까 그건 또 따로 빼놓고...그래서 게 한마리에 다리는 여섯개입니다.
이정도는 제가 할수 있다고, 놔두시라고 해도 기어이 저렇게 편하게 해놓으시고 가셨네요.

또 어머님표 잘 익은 총각김치 한통.
어머님 저거 하시는 동안 이 철없는 며느리는 가져오신 총각김치 꺼내 손으로 들고 몇개나 집어 먹었는지 모른답니다.
안그래도 총각김치가 먹고싶었었는데, 요새 몸이 무거워져서 그냥 쉬운 열무김치만 담가 먹고 있었거든요.
우리 어머님 김치는 정말 예술입니다. 전 언제나 저 손맛을 따라잡을수 있을른지....
...이렇게 다 해주시고, 점심은 청요리집 가서 아버님께서 사주시고,(남편이 계산하겠다는 것을 기어이 사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손주 과자값까지 쥐어주시곤, 해지기 전에 가셔야 한다며 휘리릭~~ 두분이 가셨어요.
어찌나 급하게 오셨다가 또 급하게 가시는지,,,아들네 와서 하룻밤 주무시지도 않고 말이죠...
얼껼에 배웅 하고 들어왔는데 생각할수록 어찌나 죄송스러운지요. 오래 계시지 않고 가셔서 서운한맘도 맘이지만 점심이라도 제 손으로 차려 드렸으면 좋았을걸 싶은 생각에 너무 후회가 되네요.

감사하는 마음으로...저녁만 이렇게 잘 차려 먹었습니다. 회접시 보이시죠?

꽃게찌게. 냄비가 터지겠죠? ^^
꽃게가 귀해서...보통들 한마리 잡아서 국물을 흥건하게 해서 먹지만요...
사실 저렇게 국물을 아주 잘박하게 잡아야 나중에 한방울도 안남기고 싹싹 먹을수 있어요.
건더기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 비벼먹으면 끝내주거든요.
우리는 매운 음식을 싫어해서 보통 많이 하는 방법으로 시뻘겋게 끓이지 않고요, 된장 한큰술에 고춧가루도 한큰술 정도 넣어서 국물을 잡아요.
야채는 애호박이랑 무랑 양파를 넣는데, 호박이 핵심이예요. 꼭 들어가야 맛있거든요.

밥도둑 무젓. 저 가운데 노란애들...다 알이예요.

다시 한번 더 전체 샷. 앞에 총각김치도 보이네요.
...장장 두시간에 걸쳐 저녁을 먹었습니다. 나중에 애가 지루해져서 미칠라고 하더만요...ㅎㅎㅎ
어찌나 배부르게 잘 먹었는지...
한꺼번에 맛있는것을 너무 먹어줘서 숨도 못쉴 지경이었답니다.
그리고 다 먹은 뒤의 그 초토화된 식탁이란....심장 약하신 분들 때문에 차마 못 보여 드립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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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전 참 보람게 보냈습니다!!
실은 그동안 저희 고물딱지 컴퓨터 문제 생겨서 카메라의 사진이 컴으로 다운로드가 안되어서 속 너무 상했었거든요.
한동안 키톡에도 못 놀러와서 심심하기도 했고...
남편이랑 저랑 둘이서 몇주간 어찌어찌 해결해 보려고 온갖 시도를 다 해보다가, 결국 주말에 전문가 불러서 해결했지요. 돈 몇만원 너무 아까왔는데, 역시 전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져서 그 돈 아깝지 않게 되었어요.
게다가 이렇게 바로 자랑질할 일이 또 생겼으니...^^
...생각해 보면 전 참 복 받은 인생입니다.
이렇게 늘 사랑받고 살고 있습니다. 이걸 앞으로 어찌 다 갚을까 싶지만은...
정말 늘 감사하는 맘으로...살아야 겠습니다...
이제 힘내서 뱃속의 아이 낳을 일만 남았습니다.(앗! 정확하게 말하면 '꺼낼' 예정입니다.ㅜ.ㅜ)
저요, 진짜로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이제 이십여일 남았으니까요...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