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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리얼리티 충만한 도시락 그리고 오늘의 숩

| 조회수 : 13,129 | 추천수 : 2
작성일 : 2013-05-23 01:43:06
요즘 소풍철이라 그런지 도시락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더군요.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만든 음식을 조물조물 더 예쁘게 담아서 사진까정 멋지게 찍어 올린 게시물을 보면서...

"그래 결심했어!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 --> 요건 대사

"주먹 쥐어 팔꿈치로 허공에 방아찧기" --> 요건 동작

"눈알은 위로 올리면서 입술에 힘주기" --> 요건 표정연기

이렇게 드라마에 나오는 불편한 진실 3종 셋트 드립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ㅋㅋㅋ



자, 그러면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겠습니다.


뭐야? 왜 이렇게 어두워?
저~ 끝에 있는 건 밥이야? 떡이야?
(갓 지은 잡곡밥이라도 촛점이 안맞으면 떡처럼 보인다는 불편한 진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인가?
("가니쉬" 랍시고 얹은 당근이 닭가슴살을 다 가려버린 불편한 진실)
어두컴컴한 그림자 좀 치워봐!
(취나물과 도라지 오이 무침은 어둠의 자식들이었다는 불편한 진실)



이건 또 어떤가요?

수박이랑 블루베리를 섞어 담았더니 제법 그럴싸... 할 뻔 했으나 이번에도 촛점은 비껴가고...
유부 초밥도 신경써서 모서리가 가운데로 모이도록 예쁘게 담으면 뭐하나요.
카메라 렌즈 보호기구 때문에 무지막지한 그림자가 생겨서 잘 보이지가 않네요.
(네, 사진이 이상한 거예요. 보시는 님들, 컴퓨터 화면 탓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불편한 진실...

아니, 불편한 현실 입니다... ㅋㅋㅋ

더욱 슬픈 현실을 알려드릴까요?

사진이 저렇게 엉망인 줄 알면서도, 다시 찍을 시간이 없어서 뚜껑덮어 보내버린 것...
(나쁜 사람~~ 나쁜 사람~~)

저녁에 퇴근한 도시락 먹은 자 에게 맛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뭔 딴 일 하면서 밥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대답을...
(나쁜 사람~~~ 나쁜 사람~~~ 맛도 모르면서 도시락은 왜 먹니~~~ 그냥 굶지~~~~)


자, 그럼 리얼리티 쇼는 이만 마치기로 하고...
오늘의 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Soup du Jour 이건 프랑스어
Soup of the Day 이건 영어

여름방학 동안 여러 가지 숩 만들어먹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첫 번째 낙점을 받은 숩은 바로 이탤리언 웨딩 숩 입니다.


처음에 이 음식의 이름을 들었을 때, '아, 이태리 사람들도 결혼식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구나, 우리 나라의 잔치국수 처럼!' 하고 제멋대로 생각을 했더랬어요.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음식의 유래는 결혼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네요.
이태리어로 minestra maritata 라는 이름인데 이걸 영어로 직역하면 married soup 이 되고, 그 진짜 뜻은 야채와 고기가 결혼한 듯, 잘 어울리는 맛을 만들어내는 숩이다! 하는 뜻이라고 해요.
그런데 매리드 숩 이라는 말이 와전되어서 웨딩 숩 이 되어버린거죠.
이건 제 닉네임이 소년공원이 된 것과 상당히 흡사한 메커니즘이라는... ㅋㅋㅋ

이탤리언 웨딩 숩의 재료는 딱히 이것과 저것 하고 정해지지는 않았대요.
그저 푸른잎의 이태리 채소 두어가지, 당근, 그리고 밋볼이 들어갑니다.
참, 파스타도 들어가는데, 그것도 이거다! 하고 딱 정해진 것만을 쓰는 건 아니지만, 많은 요리책에서 오르조 를 권하더군요. 꼭 쌀처럼 생겼죠?


제가 사용한 재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노무 카메라 렌즈 보호기구! 당장 떼버릴테다!!)

쇠고기 육수 (원래는 닭고기 육수를 쓰는데, 집에 이것밖에 없어서... 쿨럭)
케일, 엔다이브, 당근, 그리고 시판 밋볼 이탤리언 스타일...
엔다이브는 꼭 배추속 같이 생겼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어요.

조리법은?
그냥 다 넣고 끓인다. 재료가 다 익을 때까지 푸욱~
너무 쉽죠?
전 리얼리티 충만한 녀자라, 만들기 쉬운 요리 좋아해효! ㅋㅋㅋ

미쿡 사람들은 숩에 크래커를 잘게 부숴 넣거나, 빵과 함께 먹고, 그걸로 한끼 식사를 삼더군요.
물론 전채요리부터 메인디쉬... 이렇게 풀코스로 먹을 때도 숩을 곁들이지만, 리얼리티 충만한 사람들 (주로 제 동료 교수들) 은 점심에 샐러드 "만" 싸오거나 숩 "만" 싸와서 먹더라구요. 점심은 그렇게 가볍게 먹고, 저녁은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거하게 먹나봐요.

그러고보니, 도시락 싸는 것에도 재미난 문화차이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음식을 따뜻하게 보관할까 하는 것이 주요 이슈인데 - 심지어 여름철에도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보관해서 먹으려고 하지요 - 미쿡 사람들의 도시락 통과 가방을 보면 음식을 차게 유지하기 위해서만 노력해요. 도시락에 함께 넣을 얼음팩도 일부러 준비하구요.
국물이 많은 한국 음식을 담을 한국 도시락통은 밀폐용기가 많지만,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주로 담는 미국 도시락통은 밀폐는 커녕, 허술하게 그냥 덮기만 하는 뚜껑이 달려있을 뿐이죠.

도시락지원맘 님의 레고 도시락을 보고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저도 코난군을 위해 한 셋트 질러두었는데요 (코난군은 그동안 어린이집 급식을 먹어서 도시락이 필요없었는데, 9월부터는 초등학교에 가기 때문에 도시락을 매일 싸주어야 하거든요), 마침 남편의 도시락가방도 너덜너덜 오래되어서 그것도 새로 사려고 폭풍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한미 도시락 문화 차이 였습니다.








"안"혐오사진 있음
(지난 번에 낚이신 분들, 죄송해요 :-)
(그래도 자유게시판에서 언급되는 - 키친토크 게시판 스타들이나 경험한다는 - 영광을 다 누려봤네요 :-)












엄마가 도시락 싸주면 학교가서 이렇게 맛있게 먹어줄께요 -코난군-








난 모유 도시락 졸업한지 얼마 안되어서리... -둘리양-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변인주
    '13.5.23 2:26 AM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기 좋고요.
    아기가 벌써 저렇게.....
    똘똘하니 자~알 생겼다고 말하면 섭섭하실래나요???

  • 소년공원
    '13.5.23 2:34 AM

    섭섭하긴요, 감사하죠!

  • 2. 올리비아
    '13.5.23 2:33 AM

    저 이탈리안 웨딩 스프 진짜 좋아해요 ㅎㅎ
    먹어 보고 이것은 신세계 했죠 ㅋㅋ 제가 자주 가던 이태리뷔페집은 미트볼은 코딱지 만한데 소세지가 많이 들어 있어요 거기에 밥알 같은 파스타??? 가 들어 있는데 맛이 풀 넣은 국에 소세지 맛 나는 묘한국 ㅎㅎ 근데 묘한 매력땜에 계속 가져다 먹게 되더라구요 ㅎㅎ
    소년 공원님 부지런하십니다 도시락도 싸시구요. 전 혼자입인데 도시락은 늘 빵 이였어요 ㅜㅜ

  • 소년공원
    '13.5.23 2:37 AM

    그래요, 밋볼 대신에 이탤리언 소세지를 넣기도 한다더군요.
    밥알같은 파스타가 바로 저 오르조 였겠죠?
    안매운 쇠고기국... 저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태리 채소의 풍미가 특이하면서도 입에 맞아서 맛있게 먹었어요.

    혼자 입을 위한 빵 도시락...
    구경 한 번 해보고 싶네요 :-)

  • 3. 우화
    '13.5.23 2:41 AM

    하하~~ 귀여워 귀여워!!!!
    둘리양, 이 아줌마가 멀리살아서 다행인줄 알앗! 옆에 있었음, 콱 깨물어줬을텐데...그럼 넌 막 울었을꺼야.

    소년공원님 말씀 완전 동감.
    저도 일할때 도시락 찬게 싫어서 테이블에 놔두면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물었어요,
    "저 도시락 누구꺼야? 냉장고에 넣어놔야지, 내가 넣어줄까?"
    아침에 한밥 점심까지 뒀다 먹는다고 상하는거 아닌데 여기 사람들은 이해를 못해요.
    하긴, 제가 푸드세이프 시험공부 할때도 나왔었는데 모든음식은(특히 밥) 식히자마자 바로 냉장보관하던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보온해야 한다고 나와요.

  • 소년공원
    '13.5.23 2:53 AM

    어이쿠, 깨문다굽쇼?
    안그래도 요즘 이틀 걸러 한 번씩 오렌지반 친구한테 물려서 와요.
    어떤 날은 등에, 어떤 날은 배에...
    이빨 자국이 사라지고난 자리엔 퍼런 멍이...

    정말 우화 님이 가까이 살지 않아서 다행...ㅋㅋㅋ

    푸드세이프 시험공부를 하셨다면...
    우화님은 전문 요리사...이신가효?

  • 소년공원
    '13.5.23 3:07 AM

    우화 님 가까이 안살아서 다행이라고 한 거 취소취소!!!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둘리양 일주일에 한 번씩 깨물도록 해드릴테니...
    맛난 케익과 빵을 좀... 굽신굽신... 비굴미소... ㅎㅎㅎ

    저희 남편이 제분기를 사다가 집에서 통밀빵을 만들어먹자고 저를 꼬시고 있는데요...
    우화님 구우신 빵 보니까 저도 솔깃~~해지네요...

  • 4. jasmine
    '13.5.23 7:34 AM

    일하는 분이 남편 도시락까지...살살하세요...병나요^^
    임신했다는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모유를 졸업했군요. 남의 집 애들은 빨리도 커요.

    이제 둘리양 이유식 해주려면 신경 좀 써야겠어요. 둘리양 이유식에 코난군 도시락에...그 집 부엌 불티나게 바쁘겠어요. 여기도 이유식 하는 엄마들 많은텐데...서양 이유식은 어떤 걸 하는지 보여주심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맞겠죠?

  • 소년공원
    '13.5.23 11:23 PM

    병 안나는 선에서 열심히 노력하려구요.
    자스민 님 같은 선생님이 계셔서 좋은 자극이 됩니다.

    둘리양은 이유식도 벌써 졸업했어요.
    "이유" 라는 말이 젖과 이별하다 그런 뜻이잖아요.
    그리고 미국 엄마들... 이유식이요... 푸흣~
    제가 만난 애기 엄마 중에 90퍼센트는 파는 거 먹이더라구요.
    거버... 뭐 그런 거 말이죠.
    오히려 한국 엄마들의 이유식을 미쿡 엄마들한테 좀 소개하고픈 심정...

  • 5. Miss Ma
    '13.5.23 9:06 AM

    와..키톡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
    그래도 도시락 하나같이 맛있어 보여요^^

  • 소년공원
    '13.5.23 11:24 PM

    그죠? 키친토크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는 것 같아요...
    이참에 그리운 분들 모두다 뵐 수 있으면 좋겠는데...

  • 6. 소연
    '13.5.23 10:30 AM

    아이둘에 도시락...까지..
    애들만 부럽구 도시락은 안부러울래요..

    먼가 먹을거 사진은 밧는데 아기 사진 보고 나니
    먹을거 사진 기억이 안남... ㅠㅠ

  • 소년공원
    '13.5.23 11:26 PM

    애들은 그냥 다 이쁘니까요 ㅎㅎㅎ

    먹을 거 사진 기억 안나시면 언제든지 스크롤 업 하셔서 복습을... ㅋㅋㅋ

  • 7. 도시락지원맘78
    '13.5.23 11:36 AM

    아오... 글이 너무 재밌어요.
    저 소년공원님 팬이에요.^^
    늘 유쾌하셔서 덩달아 기분 좋아져요.^^
    둘리양은 지금 몇개월인가요??

  • 소년공원
    '13.5.23 11:30 PM

    나쁜 싸라아~~~암! 나쁜 싸람!

    레고 도시락을 지르게 만들더니...
    엄마 생신상으로 마지막 펀치를...
    (울엄마도 여기 자주 오시는데 말이죠!)

    저희 둘리양은 백일 사진 집에서 찍어준다며 난리부린 것이 벌써 작년 이맘 때 일이네요.
    지금 15개월이고 열심히 걸음마 연습중이랍니다.

  • 8. 고독은 나의 힘
    '13.5.23 7:43 PM

    둘리양 쌍커풀 안보여서 무효!!
    그나저나 지난번 사진의 파워가 대단했는지 아침에 거울볼때마다 *머리를 한 소년공원님 모습이 생각나고 나도 막 *머리 하고 싶고 그래요.. 치료가 필요해요

  • 소년공원
    '13.5.23 11:38 PM

    고독은 나의 힘 님, 요즘 배가 많이 나와서 힘드시죠?
    임신 막달 시기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예요.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뱃속에 애가 들어있을 때가 제일 좋을 때라고 하는데요...

    그거...
    순 거짓말이예요!!! ㅎㅎㅎ

    애기가 태어나서 엄마랑 눈 마주치고, 옹알옹알 대화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울기도 하고...
    얼마나 예쁜데요!!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지루했던 것 같아요.

    참, 똥머리는 아기 키우는 엄마한테 강추하고픈 스타일이예요.
    애기 엄마는 치렁치렁한 거.. 무조건 안되거든요.
    님도 머리 길러서 한 번 해보세요.

    참, 아기 백일 무렵이면 아기도 배냇머리카락이 빠져서 뒤통수가 웃기게 되구요, 그 맘때쯤 엄마 머리카락도 숭덩숭덩 빠지는데, 그거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되어요.
    임신 기간 동안에 (호르몬의 영향으로) 안빠지고 붙어있던 머리카락이 그제서야 빠지는 거지, 산후조리 못해거 후유증이라든가, 육아 스트레스로 오는 탈모 증상, 그런 거 절대 아니랍니다.
    몇 달만 참고 기다리면 원래 머리 상태로 돌아와요.

    에고... 타지에서 첫 아이 임신하신 분이라, 제 경험이 생각나서 자꾸만 이런저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
    제 블로그에 임신이랑 출산에 관해서 기록을 남겨두었는데...
    원하시면 블로그 주소 알려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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