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을 맞아
마님께선 친정가신다는 메모지 한장 달랑 남기고 산토끼~
3박4일간의 일정이시랍니다.
그나마 첫날 저녁은 식탁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의 지시대로
고분고분하게 찌개며 국까지 잘 챙겨 먹었지만
다음날 아침부터는......
전날 워낙 광복의 기쁨을 즐기기에 바빴던지라......
느지막히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찬밥을 끓여서
티비를 보며 느긋하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달랑 김치 한가지~
해방의 기쁨을 만끽한 지난 저녁의 후유증으로 속은 울렁~ 머리는 지끈...... ㅠㅠ
바지가랭이를 잡고 늘어지는 이부자리의 유혹을 뿌리친채
변함없이 빙판길을 달려 농장에 도착하고
변함없이 비닐하우스에서 배추 뽑아다가 달구들 썰어 먹이고......
그나마 점심은 마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하해와 같은 은혜가 가득한 도시락......
싸놓은지 24시간쯤 지났으니
밥도 국물도 미지근~
마늘장아찌 마저도 미지근~~
날이 몹시 추우니(어느날은 새벽 여섯시 반의 온도계가 영하 25도...... ㅠㅠ)
개들도 닭들도 보양식이 필요할듯 싶었습니다.
달구들 청치밥을 하는 솥단지에 고구마를 쪄서 개들에게주고
닭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홍시를 주었습니다.
배추와 무우만으로 한겨울을 나야하는 애처로운 달구들 팔자이니......
홍시는 땡땡 얼어서 따뜻한 물에 녹여서 주었습니다.
물기가 있는 곳은 망치로 깨서 떼어내고......
겨울에는 고무통에 돼지꼬리히터를 넣어서 물을 사용하는데
다이얼식의 온도계를 맞춰 놓으면 (0~120도 까지 조절)
항상 따뜻한 물을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닭장마당의 급수대마저 강추위에 얼어붙어
요즘은 북청물장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개울에 임시로 설치한 집수통에서
물지게로 물을 퍼다가 ......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치고 다니느라 정말 미치겠습니다.
죙일 눈속에서 헤메다보니 일할때는 모르는데
집에 돌아오면 무릎이며 발목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벌써 늙는다는 징조일까요?
닭장안에는 결국 난로를 피웠습니다.
급수대가 얼어 닭장안에 설치해준 물통들도 꽁꽁얼어붙고
심지어는 먹이통의 먹이도 얼어붙네요.
그제서야 달구들은 활기를 되찾고......
저녁은 김치찌개에 소주한잔.
겨울이라 온몸의 가죽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돼지비게 숭숭 썰어 넣으신 마님의 센스~
돼지털도 그냥 있는......ㅠㅠ
딱 한잔만 더 + 한잔 더 + 한잔더......
자유의 기쁨을 드립다 만끽하느라
정신줄을 놓을 지경까지......
3일차 아침은 前과 同~
도시락을 싸기도 귀찮고 해서
점심은 찬밥에 컵라면 그리고 김치입니다.
라면은 가급적 안먹으려 하는데
그래도 이따금 한번 먹어보면 참 맛은 좋습니다.
그런데......
컵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와중에 온 문자메세지~
'나 집에 왔어~ 일 빨리 끝내고 와~'
컥~ 밥알이 콧구멍으로 튀어 나오는 느낌입니다.
터덜터덜~ 농장을 내려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느 국회의원이 그런 법은 발의 않하나~
보름에 한번 최소한 4박5일간 친정나들이 하라는 법 같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