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입도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별 탈없이 제주에서 육지의 아들들, 친구들, 친지들
그리워 하지 않고 잘 지내는 걸 보면 전생에 제주에 큰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도 가끔...아주 가끔은 아들들과 손주가 가슴이 찌리리해 지며...
살짝 눈가가 적셔지면서, 못내 보고 싶을 때가 있기는 있어요~~ㅎㅎ
얼마전엔 매일 남편하고 아침밥을 같이 먹다가
며칠 전부터 남편이 울 귤밭에 밭일을 하러 가는 바람에~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내가 먹쟈고 밥을 하진 않게 되는 데...
찬밥있으면 뜨건 물말아서 김치랑 먹어도 되고
나물넣어 비빔밥도 괜챦겠구만
밥이...밥이 하나도 없네요~ㅠㅠ
남편보구 아침밥 먹구 나가랬더니만,
늦잠 좋아하는 마누라보고 그냥 더 자라고 하며 나갔어요...
에궁~ 아마도 며느리가 아들굶겨 내 보냈으면
속상해 했을텐데....남편이 마누라보고는 그냥 자라고 하고 나가니~
히힛..기분은 엄쳥 좋더만요^^헤헤...
아마 남편은 축구뽈좀 차고 회원들과
아침 해장국 먹을 요량이었을겁니다.ㅋ
그날은 일어나자 마자~
겨울이불 빨래좀 하니라 아침은 그냥 더덕에다
우유갈아서 꿀타서 먹고 견뎠는데..
점심은 도저히 안되겠기에 뚝배기에 제 먹을 밥을 했습니다.
짜잔~~~! 개봉박두~~!
찹쌀까지 조금 섞어서 했더만 너무 맛있게 되었네요^^
밥 다먹고 나서 눌은밥 끓여서 숭늉까정 후루륵~~먹었슴다~!

웹에서 본 레시피따라 만든 굴달래무침하고
나물과 김 꺼내놓고 럭셔리하게 점심 먹었는 데...
굴달래무침에 배하나 썰어 넣었으면 환상이었을 듯 싶습니다.
부엌문 열고 과수원으로 뛰어가서 달래 캐다가 만들었는 데.....그냥도 맛은 있었어요~~~!ㅎㅎ
이삭줍기가 제주처럼 흔한 곳은 없지 않나 싶어요~
간간이 제주관련 까페에서 보면
양배추를 이삭줍기 했다는 둥...무우나 당근, 감자 이삭줍기 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가 쫑긋해 진 김에...
저희도 무우 이삭줍기에 동참키로 하고 귤따서 담는
노란 콘테이너 2박스를 차에 싣고 남원 바닷가로 갔습니다.
작년 가을에 올레코스를 걷던 중에
남원 바닷가에서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던
번행초를 꺽어 온 일이 있어서, 번행초 나물도 하고
오는 길에 갈아 엎거나 무우 작업을 끝낸 밭이 있으면
이삭줍기를 할까 하고 나선 길이었다지요^^
먼저 바닷가 번행초를 찾기로 하고 잘못 들어선 길이
마침 무우밭 작업이 끝난 곳이어서
우선 찜을 해 놓고는 바닷가에서 번행초를 찾아
여기저기 뚜리번 거리다가 작년에 그곳은 공사로 번행초가
다 걷어져 시들어져 있길래 그 근처를 열심히 찾아 봤더만
그야말로 해풍에 나풀거리는 번행초를 발견, 남편과 열심히 채취를 했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열심히 채취를 했던가
집에 와서 큰 소쿠리에 쏟아보니, 꽤 많은 양이더라구요~
윗 사진이 이제 꽃이 마악 피기 시작한 번행초랍니다.
번행초는 위에 가장 좋은 약초로서 뉴질랜드 시금치라고도 불리우는
식감은 쑥갓같으며 맛은 바닷가에서 자라서 인 지
약간 간간하고 그 맛이 순하며, 나물로 양념하면 맛이 꽤 좋습니다.
요즘 위가 탈이나서 고생을 좀 하고 있는 데...
나물로 무쳐도 먹고 효소도 담을까 하여 욕심을 내서 채취를 했답니다.
큰다라이에 넉넉히 물을 받아 서너차례 살살 씻어 내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말리고...1:1 설탕으로 효소를 만들려 했는 데^^
오늘 만난 약초와 효소의 전문가분께서 효소를 담그려면
번행초 줄기를 넣어야 약효가 좋다 하여 모두 여러차례에 걸쳐
끓는 소금물에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빼서 봉지 봉지 냉동실로 직행시켰어요~
조만간 줄기까지 다시 채취하여 효소를 담그려 합니다.
번행초의 약효가 궁금하여 네이버 창에 검색을 해 보았더만
위장에 좋은 약재로는 최고라 하네요~홋!
그리고 비타민등 영양도 풍부하고 항산화에 항암작용까정
아주 좋은 약효의 나물이라는 바람에 기분이 넘 좋으네요~!
번행초를 채취하고 나서 무우밭에 이삭을 줏으러 갔는데...
난생 처음으로 남의 밭에서 무우를 뽑아 오려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두리번거리며 주인이 보이면 허락을 받으려 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작업중 상태가 좋치 않은 무우를 뽑아 버리고
밭에 듬성듬성 심어진 무우를 뽑아보니
우리 부부 눈에 보이기도 상품성이 떨어져 보이길래
그래...이건 버린 무우가 맞겠다 싶어 밭을 이렁저렁 돌아 댕기며
2콘테이너를 뽑아 담아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근데...이거이 일이 장난이 아니네요~~ㅠㅠ
무우청을 잘라내고 잔뿌리 제거에 안좋아 보이는 무겉쪽을 긁어내고
쑤세미로 박박 문질러 씻었더만 그나마 때깔이 납니다.
남편이 쑤세미로 문질러 씻어준 무우를
찬찬하게 들다보며 잔뿌리 잘라주고 주먹만하게 예쁘게 생긴 무우는
골라서 석박지처럼 잘라 소금에 절였다가 깍두기 담듯이 큰 김치통으로 하나
담아 놓고, 큰 무우들은 무말랭이 하려고 잘게 썰어 건조기 꺼내 말리고 있는 데...
언제나 다 말릴 지 모르겠네요~~ㅎㅎ
어제 왼종일 무우랑 씨름하며 칼질하다가 손아귀에는 물집이 생기고
오늘은 번행초 삶아 봉지봉지 냉동시키느라 허리가 뿌러질 듯 하지만,
채곡채곡 쌓인 먹거리에 마음만은 그저 큰 부자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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