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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특권 포기녀의 점심상 [대파전]

| 조회수 : 17,418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10-05 17:04:15

제게 주어진 특권,
토요일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은 외식하고..그래서 토요일 하루 만큼은 부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특권이 얼마전 제게 주어졌는데요, 제 스스로 이 특권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만해도 내일 삼청동에 가서 수제비를 먹을까, 평창동에 가서 오믈렛을 먹을까,
통인시장에 가서 기름떡볶이 먹을까, 생각이 많았는데요,
오늘 아침이 되니 이도저도 다 귀찮고 싫어서 소파에 붙어있던 몸을 일으켜 점심을 차렸습니다.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서 밥하는 게 편해요.
남편은, "라면도 괜찮아, 라면 먹지 뭐"하는데 제가 싫어서 밥 했어요.


제가 청개구리띠라서 그런지..라면은 남이 끓인 라면 냄새맡는 것과 남이 끓인 라면 딱 한젓가락 얻어먹는 것이 맛있지,
내손으로 끓여서 그걸 끼니로 먹으면 맛이 없는 것 같아요.
암튼 그래서 나가먹는 대신 대파전, 조기구이, 꽃게찌개로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이 대파는 대파로 부치는 전으로, 제 책 '칭찬받은 쉬운요리'에도 있는 건데요,
쪽파가 준비되어있지 않을때, 혹은 집에 대파가 많을때 한번 해먹기 괜찮아요.

대파를 길쭉길쭉하게 자르고 반죽 입혀서 달궈진 팬에 올린 다음,
그위에 돼지고기를 썰어서 얹고, 나머지 반죽을 뿌려주면 되는 건데요,
저는 오늘 더 바삭바삭하라고 밀가루에 녹말가루를 조금 섞어서 했어요.
돼지고기는 마침 삼겹살이 좀 있길래 잘게 썰어서 얹었어요.

완성된 모양은 볼품없지만, 전으로 부친 대파, 달달하니 맛있어요.
요즘 대파가 맛있을 때인 것 같아요.



대명항에서 사온 조기,
어제는 세마리를 들고가서 쌍둥이를 구워줬는데요, 어쩜 애들이 그걸 그렇게 잘 먹을 수 있나요?
간 거의 안되어있는 심심한 것인데도, 조기구이 한입먹고, 밥 한술 먹고, 밥한공기를 후딱 해치웁니다.
잘먹어서 얼마나 이쁜지...

애들 먹일때 가시 발라주면서 한 입 먹어보니 살도 연하고 맛있길래, 오늘 점심에 두마리 구웠습니다.
상에 올리니 남편은 조린 것보다 그냥 구운 것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한마리 뚝딱 해치운  남편, 조기 남았냐고 묻습니다.
두마리 남았다고 하니까, 얼른 쌍둥이 갖다주고 오랍니다. 그래서 싫다고 했어요.
애들은 담에 사먹이고, 남은 조기 당신 또 구워줄거라고..애들은 앞으로도 좋은 것만 먹을 날이 더 많다고...





꽃게찌개도 끓였습니다.
생각만큼 살이 빵빵하게 들어있지는 않지만, 얼마전 연신내에서 사서 끓인 꽃게찌개보다는 훨씬 맛있었어요.
국물이 얼마간은 달큰한 것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물맛이 괜찮았어요.


점심해먹고, 치우고, 잠시 뒹굴거리니..또 저녁시간이네요.
저녁에는 쇠고기 등심 한조각 있는 거 소금 후추로 간해서 구워서 그 위에 파채 얹어서 먹을까 합니다.
그러면 현관문 한번도 안 열어보고도 오늘 하루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얀마음
    '13.10.5 6:05 PM

    저도 토욜 특권받은 여인네여요.
    그런데 역시 나가는거 귀찮아서
    방콕하면서 연명하고 있어요.
    지금은 야구보면서 간단하게 ~
    남은 주말도 편히 쉬셔요~~

  • 김혜경
    '13.10.6 7:22 AM

    아, 하얀마음님, 잘 지내시죠?
    날씨가 너무 좋은데 오늘은 무슨 계획 없으세요?
    전 장을 좀 봐야할텐데, 그것도 귀찮아서...

  • 2. 예쁜솔
    '13.10.5 7:12 PM

    라면은 남이 끓인 것을 딱 한 젓가락 얻어 먹는 것이 맛있지...
    아니 뺏어 먹는게 더 맛있어요...ㅎㅎㅎ
    나이 먹으니 라면도 별로 땡기지가 않네요.


    맛있는 조기 두 마리
    외손주 먹이고 싶은 외할아버지의 깊은 사랑...
    하지만 애들은 좋은거 먹을 날이 많다는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 김혜경
    '13.10.6 7:22 AM

    라면은 진짜 남이 먹는 거 보는거, 남이 끓인 거 냄새 맡는 거, 그러다 한젓가락 얻어먹는 거,
    그게 젤인것 같아요. ^^

  • 3. 아니디아
    '13.10.6 12:50 PM

    맞아요, 그럴때가 있죠.
    하라면 하기싫고
    하지 않아도 될때는 또 괜히 하고싶고.ㅎ
    저같은 경우는
    운동을 매일 하는데 헬스장 가기 싫을때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공휴일(국경일같은때)이라 헬스장 문닫아서 못가는날은
    또 이상하게 가고 싶더라구요, 완전 청개구리심뽀~ㅎ

    참, 다른이야기인데요..
    김장철 다가오니 절임배추 주문해야할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어디 정해놓고 절임배추주문하는곳이 있나요?
    선생님이 하시는곳이면 웬지 믿을만한곳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 김혜경
    '13.10.6 3:16 PM

    아, 저 김장하던 곳이 올해부터는 안한다고 하네요.ㅠㅠ
    그래서 저도....처음 하기로 해서...추천은 못해드립니다.
    한번이라도 해봐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4. 상하이우맘
    '13.10.6 1:26 PM

    제가 보기엔 큰맘먹고 해야되는 점심상이네요

  • 김혜경
    '13.10.6 3:17 PM

    실상 들여다보시면..별로 손이 가는 밥상은 아닙니다. ^^

  • 5. bistro
    '13.10.6 3:10 PM

    헉!!!!!!
    전 이 때까지 칭찬받기 쉬운 요리인 줄 알았어요. 칭찬받"은"...이었다니!

    제가 예전부터 주인공 이름 잘못 읽기 이런 거에 일가견이 있긴 했어요.
    나중에 다시 꺼내 읽다 새삼 혼자 놀라고...ㅋ

  • 김혜경
    '13.10.6 3:18 PM

    그 책 제목 정할 때 그러지 않아도 '받기'냐 '받은'이냐를 놓고 편집팀들과 설왕설래 했었는데요,
    제 뜻과는 상관없이 '받은'으로..^^.

  • 6. 사시나무
    '13.10.6 11:20 PM - 삭제된댓글

    대파전 넘 맛있을거 같아요, 작년부터 대파
    요리에 급 관심 많아졌어요 그래서 대파김치
    시도해 봤었는데, 대파전 먹어 보고 싶어요
    칭찬 받은 대파전에 레시피가ᆢ?

  • 김혜경
    '13.10.7 8:37 PM

    뭐 레시피랄 것도 없습니다.
    대파와 돼지고기, 밀가루 등만 있으면 되니까요.
    대파 맛이 달큰한 것이 꽤 먹을 만 하네요.

  • 7. 레이나
    '13.10.10 11:04 AM

    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갈현동-연신내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선생님 글에서 보니 너무 반갑네요.
    지금은 중국에 거주한지 9년차지만 여전히 그리운 이름입니다. 우리동네 연신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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