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마다 겨울이면 김장을 해가지고 오는 농장이 있습니다.
집에서 찹쌀풀과 고춧가루, 마늘, 젓갈과 생물 새우 등등을 준비해가지고 가면,
그 농장에서 절여놓은 배추와 무채, 그리고 쪽파 갓 등 부재료를 주고, 속 버무리고 넣는 일도 거기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다 해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속의 간이나 보고, "속 조금 넣어주세요" " 격지무 많이 넣어주세요" 등 원하는 바를 얘기하고 김치통이나 나르면 김장이 끝나는, 그런 형식으로 김장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물론 돈이 많이 듭니다.
배추값이 싸거나 비싸거나 그 농장의 절인 배추는 비쌉니다.
당연하죠, 속 넣어주시는 아주머니들의 인건비가 들어있는데 왜 안비싸겠습니까?
그래도 여러모로 편리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근 10년 가까이 이용해왔는데요,
지난 여름 우연히 잠깐 들렸더니 올해부터는 김장 담그는 일을 하지않게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거에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참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해서 오늘 다시 그 농장엘 가봤습니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배추는 심었는지, 정말 김장작업을 하지 않을 건지, 확인차갔었는데요, 100% 김장일은 안한다는 거에요.
농장 안주인들이 너무 힘들어서 올해부터 안합니다. 얼마나 낙심이 컸는지 몰라요.
힘이 빠져서 돌아오는 길에 한 농장에 들러 허설수로 물어보니,이게 웬일입니까? 이 농장은 한다네요.
그래서 일단 예약은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어디냐, 연락처 어떻게 돼냐, 값은 얼마냐 묻지는 말아주세요.
아직 한번도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농장이라 알려드리거나 추천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올해 저희 김장 한번 해보고, 괜찮으면 내년쯤 알려드릴게요.
암튼 김장 예약해놓고 돌아서는데 이 농장의 양파가 좋아보여서 한자루 5천원 주고 샀습니다.
그랬더니 이 아주머니, 가지를 너무 많이 따놓아서 그랬는지, 자꾸 가지를 사라고 합니다.
집에 가지 3개 있거든요, 반찬 한번 해먹을 거.
그랬더니 많이 사서 말리라며 자꾸 권하는거에요. 이럴때 제가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5천원어치를 샀어요, 게다가 가지가 큰 건 아니지만 10개 2천원이라니 비싼 건 아니니..
5천원어치를 담아보니 가지가 꽤 많았습니다.
가지를 팔고나니 그 아주머니 기분이 좋은 듯, 가지 말리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거에요.
위의 사진은 제가 며칠전에 가지 3개를 말린 건데요,이렇게 말리지 말래요. 이러면 맛이 없다네요.
가지를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하루나 이틀 정도 꾸덕꾸덕하게 말린 후 냉동실에 두고 먹으라는 거에요.
듣고보니 그럴 것 같았습니다.
오늘 저녁 남편, 저녁약속이 있다 하길래 미용실 예약을 6시에 잡았습니다.
염색도 해야겠고, 퍼머도 해야겠는데 뭘 먼저 해야좋을 지 몰라서 미용실 원장님과 상의했더니,
둘 다 해도 괜찮다고 해서, 퍼머와 염색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약시간보다 30분 먼저 시작한 머리는 밤 9시나 되어서 끝났고, 저녁도 못먹은 채 9시반쯤 집에 들어와보니 벌써 남편이 저녁약속을 마치고 돌아와 있습니다.
라면 하나 끓여서 저녁을 때우고,칼부터 쓱쓱 간 다음 가지 썰기에 들어갔습니다.
세어보니 30개네요. 커다란 체반 2개에 작은 체반 1개에 가지가 가득입니다.
오늘 밤에 베란다에 내다놨으니 토요일쯤까지 말리면 될 것 같아요.
제 평생 가지를 이렇게 많이 썰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가지를 썰면서 말린 가지를 쇠고기불고기에 넣으면 맛있다는 농장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나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가지, 튀겨도 괜찮을 것 같고...
우리집 밥상에 앞으로 가지반찬이 많이 오르게 될 것 같아요, 가지를 많이 말려둬서...
요며칠 가을 바람이며 가을 볕이 좋아서 뭔가 말리고 싶었는데, 가지를 말리게 되었네요.
요긴한 양식의 일부를 갈무리한 듯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