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느때나 마찬가지로 쌍둥이네 출근(?) 했습니다.
저는 눈소식을 모르고 있어서, 네, 요즘 뉴스 잘 안봅니다..ㅠㅠ.., 차까지 가지고 갔는데, 오늘 눈예보가 있다는 거에요.
그런가 보다 하고 있는데 오전 11시30분쯤 되니까 눈이 펑펑 내리는데,
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감이 왔습니다.
제 차가 후륜구동차라 전륜구동에 비해서 눈길에 약한데다가,
저 특히 눈길 운전은 너무너무 싫어요, 무서워요.
잠깐 근처 마트에 장보러간 딸아이 돌아올 시간이 다 됐고,
한 아이는 자고, 또 한 아이는 막 자려고 하고, 보통 이럴 때 이모님에게만 맡겨놓고 오지않는데,
오늘은 비상 상황인 것 같더라구요.
물론 눈 많이 오면 차는 거기에 두고 버스 타고 집에 가도 되는데요,
오늘 제 신발이며 복장 상태가 그럴 수 있는 처지가 못됐어요.
아침에 자는 낮잠은 1시간반씩 자곤 하기 때문에 이모님에게만 맡겨놓고 서둘러 왔습니다.
딸네 아파트를 막 나왔는데, 집으로 들어가는 딸 아이 차가 보여서 안도하고 귀가했지요.
집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하다가 한 30분쯤 후 창밖을 내다보니,
저희 집 앞 삼거리가 완전히 주차장이고, 길은 눈으로 보기에도 미끄러워 보였습니다.
제가...서둘러 잘 돌아온 거죠.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집에서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자잘한 정리를 하다보니 어디선가 메밀묵가루가 나옵니다.
얼른 묵을 쑤었어요.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
사람들이 채취하는 도토리 때문에 다람쥐들 먹이가 부족하다는 보도를 합니다.
올해 도토리가 흉년이라네요.
그러고보니, 제가 그동안 참 무심하게 도토리묵을 먹은 것 같아요.
아무 생각없이 도토리묵을 먹어왔어요.
도토리묵 맛있기는 하지만, 도토리묵 아니어도 해먹을 반찬, 해먹을 묵이 많으니,
당분간은 도토리묵 사먹지 말자고 혼자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메밀묵가루인지라 얼마나 반가운지..
메밀묵은 역시 김치와 환상궁합!
묵은 김치 조금 꼭 짜서 참기름과 후추 깨소금에 조물조물 무쳐서,
갓 쑨 메밀묵 위에 얹어 먹었습니다.
국은 매생이국 끓였어요.
울 남편은 큰 대접으로 한 그릇!
언제 줘도 잘 먹습니다.
모처럼 집에서 쑨 묵에, 남편이 좋아하는 매생이국으로 상을 차리는 터라,
아껴두고 잘 쓰지 않던, 쭉 찢어쓰는 매트를 뜯어서 상을 차렸는데요...
매트에 묻혀서, 국그릇에 묻혀서 매생이국은 잘 보이지 않네요.ㅠㅠ
눈 때문에 내일 아침 출근길이 많이 힘들거라 하는데,
다들 빙판길 조심조심하세요, 하이힐 신지 마시고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신으로 무장하고 다니세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던데 우리 모두 건강하게 이 겨울을 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