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제 경우는 한겨울에는 거의 아무 일도 안하고 움추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 일이라 함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제외한 과외 일을 말합니다.
예컨대, 옷장정리라든가, 책상정리, 혹은 냉장고 정리, 이런 일들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에는 웅크리고 있느라 안하고, 더운 여름에는 더워서 못하고,
제가 살림 다운 살림을 하는 건 일년에 아마 7~8개월도 채 안될거에요.
어제 오늘 봄기운이 스멀스멀 퍼지자, 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나 봅니다.
오늘 아침부터, 국물용 멸치, 꽤 많이 냉동실에 있던 것 몽땅 꺼내서, 머리와 똥 따내고 프라이팬에 달달 볶은 후,
통에 잘 담아 냉동실에 다시 넣었지요.
일부는 갈아서 천연조미료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새우가루와 표고가루만 있었는데,
오늘 손질해서 볶은 멸치 갈아서 멸치가루도 만들고, 마른 홍합도 프라이팬에 볶아서 홍합가루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거금을 투자해서 새로 장만한 조미료병에 담아줬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 양념병을 찾았는데요,
이 양념병을 파는 몰이 몇군데 안되는 거에요, 제일 싸게 파는 집, 그래도 너무 비싸지만,
암튼 제일 싸게 파는 듯한 집에서 3개를 샀더랬어요.
그랬는데 지난번에 남대문시장에 가보니, 인터넷 쇼핑몰보다 무려 개당 5천원이나 싼 거에요.
남대문시장의 가게들, 신용카드도 안받고, 현금영수증도 안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5천원이나 싼 맛에 또 3개 사들고 왔어요.
비싸,비싸 노래를 부르면서 거금 들여 6개나 장만한 이유는,
일단 유리라는 점, 그리고 가분수의 형태가 아니라는 점, 양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이런 것 때문에 사긴 했는데요,아마 이것도 좀 저렴한 카피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재작년에 거금주고 산 기름병, 요즘은 카피제품이 절반 이하가격으로 팔리고 있더라구요.
어쨌든 이렇게 새 조미료병에 담긴 천연조미료들, 김치냉장고의 문짝에 넣어뒀습니다.
이럼 찾아 쓰기 쉽지 않겠어요?
아무리 좋은 재료를 준비해놓아도 찾아쓰질 못하면 소용없는 거잖아요.
날도 풀리고, 이제 슬슬 살림에 발동이 걸릴 모양이니,
책상 정리부터 제대로 해야겠어요.
정리용품은 준비됐는데...아직 마음의 준비가...ㅋㅋ...게으른 여자의 변명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