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배라기보다는,
나이를 떠나서 절친이 되어버린,
그 후배가 차를 샀습니다. 타던 차 없애고 뚜벅이로 1년여를 살다가 새로 K5를 뽑았어요.
몇주전부터 약속했던 시승식날이 바로 오늘,
아침 10시반에 우리 집 앞으로 절 데리러 왔는데...와, 차 정말 좋던데요.
특히 선루프...제 선루프는 게임도 되지않는 와이드형 멋지구리한 선루프.
암튼 이 후배가 예약해놓은 식당을 향해 자유로를 달려갔어요.
예약된 식당은..어디있는 지는 알지만 한번도 먹어보지는 않은,
작년 꽃구경이며 장어 먹으러 다니던 심학산에 있는 숲속의 정원이라는 퓨전한정식집이었습니다.
실내는 이렇습니다.
콕 찝어 얘기하자면 근처의 산들래와 타샤의 정원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
산들래보다는 넓고, 타샤의 정원보다는 더 간결하게 꾸며놓은 그런 식당이었습니다.

식사는 죽부터 시작됐습니다.
죽은...콩죽이었던 듯...색은 팥색이었으나 맛은 콩맛!

들깨드레싱을 얹은 샐러드와 해파리냉채가 동시에 나왔어요.
들깨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는 재료는 단순했지만,
드레싱때문에 꽤 괜찮았어요.

해파리냉채는 제 입맛에 딱이었습니다.
새콤달콤한 정도가 딱 좋았어요.

날치알을 버무리 재료를 얹은 토마토 카나페.

한입크기로 떠서 만든 단호박샐러드.
토마토카나페나 단호박샐러드, 모두 양념에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조리해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오늘 대박은 단호박튀김.
도대체 단호박에 무슨 짓을 한건지, 소스가 필요없이 딱 간이 맞았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그렇다고 뭘 많이 넣거나 뿌리거나 한 것 같지도 않고, 단호박 맛 그 자체이던데...
튀김옷에 비밀이 있는 건지...

정말 좋았던 모시조개국.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면 시원개운한 국.
매생이를 넣은 듯 한데, 워낙 소량이 들어가 이게 매생이야, 파래야할 정도 였지만,
국물맛이 너무 시원해서...매생이 건더기 적은 건 용서가 됐습니다.

단호박튀김과 모시조개국때문에 배가 거의 터질 지경이었는데 이때 등장한 훈제오리.
안먹어줄 수 없어서 먹었는데, 배가 덜 불렀더라면 더 맛있게 먹을 뻔했어요.
이 훈제 오리가 너무 괜찮아서, 훈제 오리만 반마리, 포장해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먹을거에요. ^^

마지막요리 표고와 해물탕수.
매콤하게 했는데 표고를 완전히 불리지않아 꼬들꼬들한 맛이 살아있어 식감이 좋았구요,
해물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암틈 칼칼해서 입맛을 개운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진은...안 찍었다는 사실을 다 먹고나서야 알았습니다.
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반찬 여섯가지가 나왔는데,
조개젓도 맛있고, 고추 장아찌도 맛있고, 김무침도 맛있고..
밥을 사준 후배는 타샤의 정원보다 맛이 너무 담백한 것 같다고 했는데,
제 입맛에는 타샤의 정원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잘 맞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서프라이즈였다는 거.
요즘 소셜 커머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구매자가 몇명이상 모여야 싸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상거래의 새로운 모델인데요,
이중 하나인 패밀리ceo라는 소셜커머스가 얼마전 1개월동안 우리 82cook에서 광고를 했더랬어요.
이때 후배가 2만원짜리 식사 쿠폰을 1만원에 구입해두었던 거에요.
재밌는 건 저도 이걸 사서 후배들 밥 사주려고 했는데,
패밀리ceo에서 사용중인 결제시스템이 제 컴퓨터에는 깔리지않아 몇번 시도하다 못했는데,
제 후배가 바로 이걸 샀던 거죠.
솔직히, 반값으로 팔면서 같은 밥을 줄까, 의구심을 갖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막상 먹고 나니, 1만원으로 먹기는 너무 과분한 식사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소셜커머스에 올라오는 상품들에 대해 믿음도 좀 생겼어요.
암튼, 이렇게 점심 잘 먹고들어오니, 저녁생각은 없으나,
식구들을 위해..부엌으로 나가봐야겠네요, 채소나 씻고, 오리훈제 따뜻하게 해서 밥상차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