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위 아이 결혼전, 밖에서는 밥을 자주 먹었지만, 제 손으로는 한번도 밥을 해먹인 적이 없어서,
결혼식을 몇주 앞두고 집으로 초대했었습니다.
당시 메뉴는, 배추겉절이, 더덕구이,연어샐러드, 칠리새우, 유린기, 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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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주인 한글날 함이 들어왔는데,
그날은 삼겹살찜, 핫윙, 탕평채, 쇠고기샐러드, 더덕무침, 가지튀김, 녹두전, 송이국 등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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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아는 요리,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고르다보니,
오늘 메뉴는,
갈비찜, 구절판, 해삼탕, 연어회, 도미양념구이, 버섯샐러드, 콩나물국, 죽순볶음, 쇠고기찹쌀구이,
김치찌개, 콩나물 등 이었습니다.
외식할때 사위아이가 정하던 메뉴,
집에서 밥먹을 때 더 자주 젓가락이 가던 재료들을 생각해서,
주재료는 고기지만, 채소를 많이 곁들일 수 있는 메뉴들로 결정했지요.

함들어오던 날 할까말까 하다가 탕평채로 하고 말았으나,
오늘은 그때부터 하고 싶었던 구절판을 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칠절판이지만..^^;;
머리꼬리 떼고 뜨거운 물에 데친 후 소금 후추로만 간한 숙주에,
오이, 당근, 표고버섯, 달걀지단, 그리고 쇠고기볶음을 올렸습니다.
회심의 역작이었으나...다른 메뉴들에 비해서는 인기가 덜했어요.
아무래도 싸서 먹어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꼭 사위의 밥상에 정성이 장모의 정성이 담뿍 담긴 구절판을 올리고 싶었던 지라,
식구들의 젓가락이야 가든 말든, 저의 자기만족용 메뉴였습니다. ^^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언니가 보고 싶어서 오겠다는 고2짜리 조카.
조카가 좋아하는 연어회도 올렸습니다.
연어를 말아서 접시에 담은 후 다진 양파와 케이퍼, 호스래디시를 올려주고,
사이사이 레몬을 끼워줬어요.
연어의 양이 너무 적어서, 순식간에 동난 메뉴!
연어는 노력 대비 효과가 아주 훌륭한, 그래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재료입니다. ^^

쇠고기찹쌀구이는 원래 메뉴에는 없었어요.
구절판에 쓰려고 한우 불고기거리를 샀는데, 아마도 우둔이었던 듯,
팩을 풀러보니, 반듯반듯 모양이 너무 예쁜거에요.
구절판에만 쓰기에는 양도 너무 많고.
한우인 만큼 고기 질도 너무 좋고.
그래서 쇠고기를 사각형으로 반듯반듯 썰고 약하게 불고기양념해서 잠시 재운 후,
찹쌀가루를 묻혀서 팬에 지졌습니다.
곁들이는 채소는 깻잎, 영양부추, 오이채, 라디치오채였구요,
이 채소를 소금과 참기름, 후추를 잘 저어만든 드레싱에 버무려서 곁들였습니다.
고기가 꽤 여러조각이었는데 금세 동이 나고, 채소도 리필!!

지난번 함 들어오던 날, 쇠고기샐러드를 했었는데요,
사위아이가 고기보다는 채소를 더 잘먹길래, 오늘은 드레싱은 같지만, 재료를 고기 대신 버섯으로 바꿨습니다.
자연송이, 새송이, 양송이 등 버섯을 볶아서 차가운 채소 위에 얹고, 데친 아스파라거스와 튀긴 마늘을 올렸습니다.
음식에 비해서 그릇이 작았죠?
더 큰 접시에 담아야하는데...식탁이 비좁은 관계로...ㅠㅠ...
오늘 이 샐러드에서는 마늘튀김이 대박이었는데요,
마늘을 편으로 썬 후 물에 담갔다가 체에 건져서 물기를 좌악 빼준 후 노릇노릇 맛있어 보이는 색이 날때까지,
기름에 꽤 오래 튀겼어요.
그랬더니, 튀긴지 꽤 시간이 흘러도 누그러지지않고 바삭바삭한 상태로 있네요.
특히 기름을 조금 잡아서 마늘을 튀긴 후 마늘은 건져내고 이 기름으로 다른 요리들을 했는데요,
식용유에 마늘 향이 밴 탓인지 음식들이 다 맛있었어요.

북창동에서 해삼을 사가지고 온, 그날 부터 불리기 시작한 해삼 여덟마리.
여기에 죽순과 초고버섯을 넣어서 볶았어요.
특히 죽순과 초고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더 깔끔하게 조리했어요.
제가....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비법은....그저 정성과 사랑을 담는 일뿐...

지난번에 보니까 사위가 갈비찜에서 갈비보다는 밤을 더 많이 건져먹는 것 같길래,
생밤을 좀 넉넉하게 넣었습니다.
역시 잘 먹네요. 갈비찜에서 밤만 골라, 건네주며
"니가 갈비찜의 밤을 잘 먹더라!" 했더니,
"어머니, 제가 견과류를 좋아해요"하네요.
오호 그래!
이렇게 새사람의 식성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면, 앞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더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죠?

참돔 한마리를 2만원 주고 샀습니다.
양념구이하려고 샀는데요, 그냥 통째로 양념구이를 하면 먹기 불편한 것 같아서,
도미를 사면서 3장 뜨기를 해왔습니다.
3장 뜨기 아시죠, 뼈를 중심으로 앞뒤살을 크게 한조각씩 발라내는 것 말이에요.
살코기 필레 두장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소금 후추, 그리고 청주를 조금 넣어 재웠다가,
녹말가루를 묻혀서 프라이팬에 지졌어요.
머리가 붙어있는 뼈는 뼈대로 프라이팬에서 지지구요.
접시에 뼈대를 먼저 담고, 그위에 한입 크기로 썰어지진 도미살을 얹은 후 소스를 부었습니다.
위에는 파채를 얹었습니다.
맛은 괜찮았는데 다른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다른 음식들은 싹싹 비웠는데, 이건 좀 남았어요.

일찌감치 결정된 아이들의 신혼여행지는 하와이,
가이드없이 차 하나 렌탈해서 저희 둘이서만 오붓하게 여행 다닐거라고 하더라구요.
패키지 여행이 아니니까 일주일내내 한국음식은 먹지 않았을 것 같아서,
저번부터 작년 김장김치 딱 반쪽 남은 걸, 고이고이 모셔뒀습니다.
애들 하와이에서 돌아오면 김치찌개 끓여 느끼한 속을 달려주려구요.
제가 끓이고 싶었던 건 등갈비를 넣은 김치찌개였는데, 어제 이마트에는 등갈비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앞다리살 사서, 거의 김치 반 고기 반 느낌이 나도록 찌개를 끓였습니다.
"너희들 한국 음식 안사먹었을 것 같아서, 김치찌개 끓였다, 너희들 먹고 싶을 것 같아서, 느글느글한 속 달래렴" 했더니,
"어머니, 안끓여주셔도 되는데요. 괜찮은데요" 하더니, 막상 김치찌개를 보니까 너무 잘 먹는 거에요.
그래,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김치찌개가 제일 이란다.
그리고,
사위 아이가 콩나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콩나물국을 끓였는데,
스타일이 다른 가봐요, "저희가 먹는 콩나물 하고 좀 달라요"하는거에요.
딸아이가 부산 시댁 스타일을 설명해줬어요, 다음에는 그렇게 해주려고 합니다.
사진은...못찍었네요..
"어머니, 음식이 다 맛있어요. 그런데..제가 맛있다는 표현을 잘 못해서...."
"아니다, 맛있다고 안해도 된다, 가족끼리 무슨 맛있단 말을..., 말 안해도 니가 잘 먹어서 입에 맞는구나 생각했단다"
그렇잖아요, 처갓집에서 밥먹는데 장모 기분좋으라고 먹다말고 "맛있어요", 또 한수저 뜨다말고 "맛있어요"해야한다면,
어디 그 음식이 소화가 잘 되겠어요?
밥을 다 먹고나니까,
사위아이가 붙임성있게 "어머니, 차는 제가 준비할까요? 찻잔은 어떤걸로 꺼낼까요?"하는데,
얼마나 이쁘던지요.
딸아이가 여자아이치고는 무뚝뚝한 편입니다. 애교도 없고, 엄마한테 살갑게 구는 스타일도 아닌데,
대신 사위가 다정하고 살가운편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건가봐요. ^^

오늘 쓰인 그릇들 설거지를 마치고, 제 자리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