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ys, "담부터는 해 떨어지면 무조건 아무데서나 자자, 깜깜한데 당신 운전하는 거...영 그렇다..."
사실, 깜깜할 때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고속도로 달리는 거 저도 재미없습니다.
암튼 고속도로를 올라설 때만 해도 확실한 목적지가 없었어요.
안면도에서 잘까, 보령에서 잘까...설왕설래하다가, 부여로 정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여 지도를 하나 받아들고는,
부여관광호텔을 목적지로 찍고 갔는데...부여에는 왜 그리 비포장도로가 많은거에요?
깜깜해서 상황은 파악되지않고, 도무지 관광호텔이 있음직하지 않은 곳으로 내비는 인도하고...

아침에는 국수와 삶은 달걀,
점심은 떡갈비, 이렇게 꼬박 챙겨먹은 탓에 뭔가 간단한 걸로 요기를 하고 싶던 차에,
호텔옆의 한 식당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근사한 한옥 식당으로 분위기로 봐서는 고급한정식집 분위기였으나 팔고있는 식사는 메밀묵 요리들.
우리 둘 다 묵밥을 먹었습니다.
함께 나온 반찬은 맛이 별로 였으나, 묵밥 만큼은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들어갈 때는 두 사람 다, 음식을 다 남길 듯, 밥 생각이 없다고 해놓고,
밥까지 한 그릇 말아서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먹었습니다.
부여관광호텔에 들어가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바로 눈앞에 백마강이 있고, 왼쪽은 그 유명한 부소산이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백제역사재현단지로 갔습니다.
경주의 보문단지를 벤치마킹한 건지..숙박시설과 더불어, 백제의 건축물을 건설하는 곳이었는데,
개관이 내년이라고 하네요.
가림막 저편으로 궁궐 건물의 지붕끝만 보이는 정도.
아쉬운 대로 백제역사문화관에 갔습니다.
개관시간이 되기도 전에 갔는데, 입장을 시켜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들어가보니까, 그동안 몰랐던 백제의 문화에 대해서 더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인형들을 통해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고,
곳곳에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을 배치해놓았습니다.

백제역사문화관에서 나와 부소산성으로 갔어요.
아침을 먹어야하는데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전날 민석은석님이 주신 호두과자를 몇개 아침 대신 먹고 부소산에 올랐습니다.
헉헉 거리면서 낙화암이며 고란사를 둘러보았어요.
고란사 아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드래공원쪽으로 갔습니다.
사진의 황포돛배 뒤로 보이는 것이 고란사입니다.
고란사 뒷쪽의 샘물을 먹으면 젊어진다 하여, 저도 kimys도 두번이나 떠먹었습니다..ㅋㅋ..

유람선에서 본 낙화암.
부소산 입구에서 낙화암까지 거의 1시간 가까이 걸어가야할 만큼 가깝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올라갔던 것은,
혹시나 낙화암에서 몸을 날린다 해서 백마강으로 빠질 수도 없는, 그런 바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였는데...
진짜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면 백마강에 빠질 것 같기는 하더군요.
삼천궁녀라는 말은 전혀 믿을 수도 없지만...
가면서 kimys가, "한 스무명이나 바위에서 뛰어내린 걸 삼천궁녀라고 하는 건 아닌지..."했는데,
낙화암에서 왔던 어떤 사람들끼리 딱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여기서 스무명이나 빠진 거 아냐??"
사람들 생각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재밌던지..

구드래로 나와보니,
코스모스 밭이 저를 반겨줬습니다.

때마침 부여국화작목반에서 마련한 국화전시회도 열리고 있어서 둘러봤습니다.
예전에는 가을이 되면 덕수궁에서 국화전시회가 열려,
별별 신기하고 예쁜 국화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냈었는데..요즘은 안열리죠??

부여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실 뭐가 유명한 지도 모르겠고 해서,
백마강 강변의 한식당에서 민물매운탕을 먹었습니다.
짧은 시간 머무르는 동안 느낀 부여의 인상은...왠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그건 제가 묵었던 호텔 부근도 그렇고, 구드래 근처도 그렇고 도로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또 담양하면 대나무, 떡갈비가 떠오를 만큼 뚜렷하게 부여를 대표하는 그 무엇이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어쨌든, 내년에 백제역사재현단지가 완성되고나면, 후년쯤에 다시 부여에 갈 계획이에요.
부여에서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향했습니다.
kimys가 자꾸 충청도쯤 가서 자자고 했던 것이..바로 이때문이었어요.
출발하면서부터,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 들르려고 했대요.
부여에서 국도를 타고 올라오다보니까, 길가 바로 옆에 무령왕릉이 있는 거에요.
바로 그 유명한 송산리 고분군.


먼저 송산리 고분군 모형관에서 송산리 고분에 관한 기초자료를 보고,
고분들과 무령왕릉 부근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짧은 일정동안, 너무 여러곳을 둘러보는 바람에 수박 겉핥기도 그런 겉핥기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더욱 애정을 갖게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이제 올해 남은 계획이라면,
주왕산 단풍을 보는 것과,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인데...
모두 다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