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가게 된 건 이랬습니다.
지난 봄인가, 1박2일의 담양 편을 보고, 대나무 숲이 너무 보고 싶은거에요.
그랬더니 kimys가 꼭 올해 안으로 담양에 여행가자고 약속에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여름, 큰 시누이가 경주의 라궁에 가서 하룻밤 쉬었다 오라고 티켓을 줬어요.
추석 지나자마자 바로 다녀오는 걸로 날짜를 잡은 건, 아무래도 명절 끝에는 냉장고 안에 반찬이 남아있을테고,
그럼 식구들 밥 걱정없이 좀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겠다 싶은 계산이었죠.
처음 계획은 1박, 또는 2박을 경주에서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주 갔다오면 언제 담양엘 가? 또 공수표야?" 했더니, kimys가 내친 김에 담양까지 들려오자는 거에요.
"서울 경주 서울 담양 서울 이렇게 W자로 움직는 것 보다, U자로 움직는 것이 낫지않나? 운전이 피곤하긴 하겠지만..."
이렇게 해서 여행계획이 잡힌 것이었어요.
6일날 아침 일찍 경부고속도로로 내려가자는 것이 우리 계획이었는데,
그날 새벽 축구 중계를 했고, kimys는 그 중계를 다보고 새벽 5시쯤 잠자리에 들었던 모양인데,
7시에 깨워서, 7시 15분쯤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자라고 하구요.
경주까지 가는 동안 휴게소를 다섯군데나 들려가며 가보니까 낮 12시였어요.

라궁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인데, 1시도 채 안되어서 도착했는데, 바로 안내해주었습니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제 입이 저절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너무 좋아서요.
윗사진에 나오는 건물의 오른쪽, 창이 나란히 두개 달린 바로 그곳이 우리 부부가 묵었던 침실입니다.

우리 부부가 묵었던 곳은 약간 모양이 변형된 ㄷ자형 한옥이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관이 있고, 바로 소파가 놓여있는 거실이 있고, 왼쪽은 화장실이었습니다.
거실 다음은 온돌방, 온돌방 다음은 마루로 된 다실이었어요.
온돌방의 왼쪽은 침대방이구요.
거실에서 문을 열고나가면 객실 전용 노천탕이 있는 구조입니다.

온돌방에서 본 침실이에요.

노천탕.
노천탕의 왼쪽은 화장실, 오른쪽은 침실이에요.

거실에는 이렇게 서비스 과일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라궁 내에는 이렇게 다른 곳에서 옮겨다 놓은 오래된 한옥들이 몇채 있어 더욱 고풍스런 분위기를 내줬어요.
처음부터,
그저 라궁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경주 여행의 전부였기 때문에,
고적지를 돌아볼 생각도 안했습니다.
그랬는데, 밀레니엄 파크 입장비표를 주면서, 공연도 보시라고 하는 거에요.
공연??
공연은 별 관심이 없었고, 선덕여왕 오픈세트나 구경해볼까 하고 들어갔더니,
용인에 있는 민속촌과 비슷한 곳이었습니다.
성골 진골, 육두품, 오두품, 사두품, 서민 등의 가옥이 재현되어있고,
여러가지 공방 들이 있어 체험을 하도록 하는 한편, 공방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고,
그리고 공연장, 선덕여왕의 오픈 세트가 있었습니다.

눈에 익은 곳이죠?
선덕여왕에 나오는 신라 궁궐입니다.

여긴 유신랑이 무예를 갈고 닦던 곳.

토우 분수입니다.


밀레니엄 파크의 공연.
'천궤의 비밀' 이라고, 미시랑의 활약을 그린 건데요,
솔직히...좀더 가다듬으면 좋은 공연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야외무대와 호수까지 이용해서, 배를 가라앉히고, 배우들이 물위에 둥둥 뜨고..
뭔가 보여주느라고 꽤 애를 썼지만, 2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담기에는 부족했고,
어설픈 구석이 많았습니다. 발전시킬 여지가 아주 많았어요.

'화랑의 도'라는 무예공연인데요,
화랑들의 마상무예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말을 타는 화랑 전원이 몽골인입니다.
어쨌는 말은 무척 잘 타더라구요.

공원 곳곳을 돌면서,
공연도 보고, 산책도 하고, 집구경도 하고..
피곤한 발을 잠시 쉬게할 족욕탕도 있습니다.
이런 배려는...맘에 들더라구요.

라궁에서 쉬고 이튿날,
아무리 고적답사가 예정에 없더라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다보탑과 청운교 백운교는 보러가야겠기에 불국사 가자고 하니까,
kimys는 영 피곤해하는 거에요. 아무래도 전날 축구보느라 잠도 잘 못 잤는데 먼길을 왔으니 그렇겠죠,
그래서 혼자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가는 날이 장날이라고...다보탑이 보수중이었습니다...ㅠㅠ
청운교 백운교 찬찬히 감상하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체크아웃 하고,kimys가 너무 좋아하는 황남빵 사고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88고속도로를 타고 담양으로 향하던 중에....합천 해인사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해인사 바로 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는데, 잘 몰라서, 박물관 근처에 주차하고, 얼마나 많이 걸어올라갔는지..
그랬는데...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있는 장경판고에 가보고..정말 울컥했습니다.
역사책에서 사진으로 보던 팔만대장경을 직접 보니, 어찌나 가슴이 벅차오르던지...
정말 해인사에 들른 것은 장한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