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들은 드셨어요?
우리 집, 오늘 저녁 반찬은 삼치구이, 호박볶음, 고구마조림이었습니다.
삼치는 그릴에 구웠구요,
호박은, 왜 그 둥근 호박있잖아요? 조선호박, 그걸 볶았습니다. 이걸 볶아놓으면 애호박과는 식감이 영판 다르죠?
그리고, 고구마는 제가 좋아하는 거, 고구마 튀겨서 달달한 간장에 조리는, 고구마 간장조림을 했습니다.
연인이었던 남자와 데이트를 했다면서, 웬 저녁반찬 타령이냐구요??
ㅋㅋ....
옛날 애인과의 때늦은 위험한 데이트, 뭐 이런 얘기를 기대하셨다면...여러분들은 낚이신 것입니다...ㅋㅋ...
옛날에는 열렬하게 사랑하던, 정말 주변을 떠들썩하게 하던 연애사건의 주인공이었지만,
지금은 가족인 남자와 데이트를 했단 얘기죠..
ㅋㅋ...네, 맞습니다, kimys랑 데이트 했어요.
kimys와의 데이트 얘기라도 잠시 들어보실래요?
아침에, 우리 회사 사무실에서 외부인사와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하기에 좀 이른 시간인 아침 10시에 시작됐던 터라, 끝나고 났는데도 정오는 아직 멀었습니다.
"같이 운동이나 하러갈까?"하는 kimys에게,
"당신, 오늘 나한테 납치 좀 당해줄래요. 그냥 나랑 묻지마 관광 가자!"했습니다.
이번주랑 지난주랑 제가 스케줄이 빡빡해서 (보고 싶은 사람 얼굴 보느라..) kimys와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오늘은 같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리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러지, 뭐"하고 순순히 따라나선 kimys지만, 어디가는 지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에요.
차가 내부순환도로에 들어서자, "어디 가는거야?"하는 거에요.
"그럼, 스무고개로 맞춰봐요"
"가는 곳이 산입니까?" "아닙니다"
"바다입니까?" "아닙니다"
"강입니까?" "네"
"두물머리입니까?" "....어어....두물머리는...아닙니다..."
"경기도 입니까?" "네"
.
"양평입니까?" "네"
.
"무슨 갤러리인가 하는 곳입니까?" "헉...네..."
아홉번 만에, 제가 kimys 안 볼때 네비에 찍어놓은...오늘의 행선지를 맞추는 거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두물머리냐고 하니까..망설이다가 대답하는 걸 보고 알았지..."
이렇게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북부간선도로를 거쳐, 6번 국도에 들어서서,
가다가, 먹골배도 사고,
라퓨마 할인매장에 들어가서 kimys의 가을 등산복 바지며 점퍼며, 티셔츠며 모자까지, 등산복장 일습을 갖춰주고,
저도 등산복 바지 하나 사고, 가볍게 신을 스니커즈도 하나 사고...
그리고 또 6번 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행선지는 정해져 있다지만, 도착시간까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강을 따라 슬슬 달렸습니다.
일찍 나서기는 했지만, 중간에 옷도 사고 하다보니까 12시가 훨씬 넘어서 배가 고파져서,
뭘 먹을까, 양평역 앞 갈비집을 갈까 했더니, kimys가 쏘가리탕을 먹자네요.
쏘가리..얼마전 부터 벼르기만 하고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잘됐다 싶었어요.
양근대교를 건너 닥터박갤러리 쪽으로 내려가다가 한 매운탕 집에 들어갔어요.

자연산 쏘가리 매운탕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제가 전에 쏘가리매운탕을 먹어봤는지 처음 먹어보는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요,
어쨌든, 우리가 주로 먹는 메기매운탕보다 국물이 달고,
생선살도 메기보다 보드랍고 맛있었어요.
"메기보다 맛있네!"했더니, kimys는 "당연히 맛있어야지!"하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웃기는 건 말이죠,
근처에서 밥을 먹었으면서 정작 행선지인 닥터박 갤러리는 안 갔다 이겁니다.
왜냐하면, 매운탕을 먹은 식당도 강변에 위치, 강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파라솔과 의자를 마련해 둔거에요.
그곳에서 자동판매기 커피 한잔 뽑아서 마시면서 수상스키 타는 사람들 감상하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도 보고 왔어요.
그것도, 제가 그렇게 하자고 했답니다.
물론 닥터박갤러리의 분위기가 훨씬 좋고 커피맛은 더 좋겠지만....
솔직히 입장료가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부부의 한계입니다...아무데서나 커피를 마시기만 하면 되는...
어쨌든 오늘 안 들어갔으니까, 담에 핑계 김에 다시 가면 되죠, 뭐.
돌아오는 길은 퇴촌으로 해서 광주IC로 나와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왔어요.
아, 오는 길에 고구마도 사왔네요.
저는...국도변에서 농산물 사는 거 아주 좋아해요, 마트보다 더싼지 안싼지 알수 없지만,
꼭 사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거에요.
이렇게 짧은 데이트를 하면서, 여행계획도 세웠습니다.
지난 여름에 큰 시누이가 경주에 있는 라궁이라는 곳의 일박숙박권을 줬어요.
여름에는 못갔는데, 추석 쇠자마자 6일쯤 경주에 가기로요.
그리고 지난 봄부터 담양에 가자가자 했는데, 아예 담양까지 들러오자네요.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 지르며...^^
2박3일이나 3박4일 예정으로 경주와 담양 여행다녀오기로..그렇게 계획을 세웠죠.
kimys랑 여행, 대부분은 무계획하게 그냥 일단 떠나고 보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어디쯤에서 맛있는 걸 먹을 건지는 조사를 하고 떠나려구해요.
주왕산도, 올해 꼭 가보려고 하던 곳인데...
서울에서 주왕산을 거쳐, 경주 찍고 담양 들려서 오려면, 3박4일로는...부족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