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보고싶은 사람 보는 것 만큼은 참지않겠다고.
보고싶은 사람에게는 보고싶다고 연락해서 꼭 보고살겠다는 게 올해의 제 계획이라고.
오늘도...아주 오랫동안 보고싶다고 벼르기만 하고, 막상 만나지 못한 후배를 모처럼 만났답니다.
애초 약속은 칼국수집이었는데, 오늘 날씨가 칼국수를 먹게 놔두질 않아서,
칼국수집 앞에서 잠시 만나 드라이브!!
ㅋㅋ...요즘 아주 거리귀신이 들렸습니다, 뻑 하면, 드라이븝니다..ㅋㅋ...

암튼, 즐거운 시간 보내고 룰루랄라 집에 돌아와서,
황태부터 두 마리 꺼내서 찢었습니다.
대가리와 껍질, 뼈가 있는 부분은 발라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육수 낼 때 쓰려구요)
살만 쪽쪽 찢은 후 물에 가볍게 딱 한번만 헹군후,
참기름과 국간장을 넣어 조물조물 간이 배도록 두었습니다.
여기에 오늘은 쇠고기도 넣었어요. 사실, 저 자랄때 저희 친정어머니, 북엇국에도 꼭 쇠고기를 넣으셨어요.
콩나물국에 쇠고기 넣는 것 처럼요.
그랬는데, 요즘 대세가 쇠고기를 안넣는 것인듯 해서 저도 안넣고 끓여 왔는데요,
오늘은 엄마가 끓여주던 북엇국 스타일의 황태국이 그리워서, 쇠고기도 넣었지요.
핏물을 뺀 후 잘게 썬 쇠고기를 황태와 같이 넣고 조물조물..
황태국 끓이는 건 너무나 다들 잘 아시니까, 이쯤해서 패스!!
어쨌든, 쇠고기까지 넣고 보니, 꽤 괜찮게 끓여졌는데...사진발은 영 안받네요. 먹음직스럽지않죠??
잘 못 담아서 그런가??
국 사진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평소 먹듯이 담아서 촬영하면 맛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동동거리며 바쁜 저녁시간에,
푸드스타일리스트처럼 바닥에 무 깔고, 젓가락으로 건더기 하나 하나 올려가며 담을 수도 없고..

국을 열심히 끓이고 있는 동안 죽변에서 택배상자가 도착했습니다.
거의 삼치가 아니라, 참치라고 해도 믿을만큼 엄청 큰 사이즈의 삼치와,
껍질이 은빛으로 싱싱하게 빛나는 오징어!!
삼치는 두토막만 소금 뿌렸다가 그릴에 구웠습니다.
살이 너무 두툼해서 간이 깊이 배어들지 않았을 것 같아서, 와사비 푼 간장을 곁들여냈습니다.
생선이 싱싱해서, 씹을 것도 없이 아이스크림 처럼 입안에서 녹았습니다.

오징어도 두마리, 껍질도 벗기지 않고, 칼집도 내지않고 볶았습니다.
채소도 달랑 양파, 파, 마늘만 넣고.
새 고춧가루가 매운 고춧가룬지, 제법 칼칼했어요.
삼치구이, 오징어볶음을 조금도 남기지않고 모두 앉은 자리에서 먹어치워,
아주 므흣했습니다.
오늘 이 글보시고, 국이랑 낙지볶음 담은 그릇 뭐냐고 또 물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제가 지난번에 2005년산 묵은 김치로 만든 반찬 3종세트를 올렸더니,그릇에 관심을 많이 보이시더라구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그 찜기며 접시가 제가 기획하는 한식기 제3탄이었습니다.
'입니다'가 아니라 '이었습니다'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획 한식기 1탄은 판매시작하자마자 이틀만에 완판되었었는데,
2탄은 품목에 따라서 판매가 엇갈렸었어요. 특히 볼세트가 좀 많이 남아서, 어쩔까 하다가,
공기랑 대접을 찾는 분들이 많길래,
공기, 대접, 소접시, 대접시, 뚜껑종지 대 소(정말, 이게 너무 아깝습니다, 너무 예뻤는데..).
그리고 뚜껑있는 찜기를 새로 만들고,
다시 세트를 구성해서 팔아보자 하는 계획을 세워 제작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면서 그만 차질이 빚어지고 말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다 엎어진 계획이라서, 샘플로 만들었던 그릇들을 아무 생각없이 꺼내썼는데,
그 그릇을 알아보는 눈썰미 좋은 분들이 많으셔서 사실 저도 놀랐습니다.
한식기 기획 및 판매가 너무 힘들어서,
즉, 작가님들이 완성일을 맞춰주지않아 배송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든가,
가격이 만만치 않아 판매량을 예측할 수 없다든가,
손으로 만든 것이다보니 모양이 조금씩 달라 구매자들의 불만이 많다든가,
등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힘들어서,
처음에는 매년 2차례 정도 진행하려는 계획이었는데, 단 두차례 해보고, 손들고 말았습니다.
지금 준비중인 것도, 제작중인 것도 없고, 또 언제 할지 전혀 기약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 두차례의 귀한 경험이 아까워,
언젠가는 이천 등지를 돌며, 또 작가를 물색하고, 샘플 제작을 의뢰하고,
그리고 그릇을 보는 제 안목을 믿어줄 몇몇 그릇애호가들에게 공개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사알짝 들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