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가 시간을 한시간만 당겨도,
느긋하게 여러가지 반찬을 해서 식탁을 차릴 수 있는데...
일 때문이든, 아니면 노느라고 그랬든, 저녁시간 임박해서 귀가하면...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다녀봐야, 별 반찬도 없습니다.
딱 오늘 처럼요...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늦게 귀가한 것도 아닌데, 겨우 대구찜 밖에 못했어요.
그저께 남겨둔 된장찌개 데우고, 명란젓 꺼내고...그렇게 해도, 한그릇씩 비워주는 식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며칠전, 이미 일정이 잡혔던 공동구매, 같은 제품을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해서,
진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습니다.
업체와의 약속도 있었고 해서 그냥 진행을 했는데, 뜻밖에도 호응이 좋은 거에요.
사실 저는 저 회사제품 냄비고, 압력솥이고 써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좋은건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반응이 훨씬 좋으니까,
슬그머니 어떤 물건이길래 그렇게들 사시는 건지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거에요.
그래서, 진열품이라도 하나 보내달라고, 며칠 써보고 반납하겠다고 했더니,
업체 담당자가 바로 진열품 하나를 들고 오셨습니다.

3리터짜리이지만 지름이 길고 두께는 얕아서 안정감은 있어보이네요.
뚜껑을 열어보니 솥 안에 이렇게 찜판이 있어요.
이사람 저사람이 열어보고 한 것이라서 그런지, 살짝 생활흠집도 보입니다.

뭐든 새 식구가 들어오면 하기는 싫지만 꼭 해야하는, 사용설명서 읽어주기.
압력솥이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지만 어쨌든 잠시 짬을 내서 읽어주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집에는 압력솥이 두개 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쓴 적 있는데 혹시 못보신 분들을 위해서..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쓰지않던 거 꺼내봤더니...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어, 새것과 대비가 되네요. ^^;;
제일 큰 건 테팔의 클립소 압력솥. 4.5리터 짜리입니다.
암튼,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 원고 쓸 때,
조리도구에 대한 책이 쓰여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 회사의 홍보대행업체에서 몇가지 물건을 챙겨보내줬는데,
이때 압력솥도 있었습니다. 그게 2004년 얘기입니다.
꽤 오래된 제품이라서 지금 나오는 제품과는 모양이 약간 다르네요.
이 압력솥의 특징은 타이머가 있다는 점입니다.
타이머를 3분으로 맞춰두면, 최고압까지 오른 후 3분이 지나면 경보음이 울려, 요리할 때 편합니다.
손잡이 짧고,버튼식으로 여닫는 것이 꽤 괜찮습니다.
그런데...솥이 워낙 크다보니까 밥을 어지간히 많이 하지 않으면 쌀이 바닥에 살짝 깔려 있는 느낌이고,
뚜껑을 닫은 후 압력조절장치를 맞춰줘야하는데, 제가 사용하면서 자꾸 이걸 잘 못 맞춰서, 밥이 잘못되곤 했어요.

자세히 보시면 통닭 그림도 있고, 김새는 그림도 있고 한데요...
맨 아래쪽 눈 그림 있는 건 냉동식품을 조리하는 것이고, 찰진 밥을 할때는 통닭 그림에 놓아야해요.
그리고 김이 새는 그림에 맞추면 보통 냄비밥처럼 됩니다.
그런데...저처럼 덜렁거리다보면 이걸 잘 못 맞춰서...ㅠㅠ...밥을 망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깊숙한 곳에 넣어뒀다가 찜 같은 요리를 할때나 사용합니다.

포개놓고 찍어봤는데...크기 비교가 되시나요?
아래가 테팔의 클립소, 가운데가 WMF, 맨 위가 실리트입니다
실리트 1.8리터짜리 압력솥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세일을 할 때 아주 큰맘 먹고 샀습니다. 사이즈가 좋아서요.
몇년전에 아주 거금 줬습니다. 20만원을 넘겨 줬던 듯 해요.
이 실리트 압력솥을 살 때 아주 기대가 컸습니다.
크기가 작으니까, 2~3인용 밥 할 때 딱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불조절이 어려웠어요.
그냥 제 생각으로는 압력솥의 지름이 작아서 그런 것 같아요.
불이 조금만 세도, 밥이 잘 퍼지지 않거나 살짝 타거나...
약한 불에서 하라고들 경험자들이 알려주시는데 불조절도 어렵고, 시간 맞추는 것도 어렵고..

실리트도 밥의 정도에 따라, 0,1,2로 맞출 수 있습니다.
제가 하려는 밥은 2에 맞춰야하는데...이걸 맞추지 않고 밥을 하는 경우도 적지않아서...ㅠㅠ
조금 쓰다가 모셔뒀지요.
솔직히, 이전에 쓰던, 지금은 남 주고 없고, 값싸고 실용적인 국산 압력솥보다 활용을 못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더이상 압력솥을 사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전기압력솥을 썼던 거죠.
그런데, 오늘 진열품을 가져다주신 업체분, 진열품이니까 반납하지 말고 부담없이 써보라고 하시는거에요.
바로 씻어서 밥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솥의 내부에 눈금이 있어요. ⅓, ½, ⅔ 이렇게요.
2인분의 쌀에, 찹쌀 조금, 오색미 조금 넣어서 밥을 지으면 저희는 4식구가 딱 한끼 먹습니다.
평소처럼 쌀을 씻어서 솥에 담아보니까 ⅓ 눈금에 못미쳤어요, 그래서 ⅓ 눈금까지 물을 부어 밥물을 잡았습니다.

뚜껑을 덮은 후 잠금장치를 올려줍니다.
제가 아무래도 많이 바보 인가봐요, 실리트도 그렇고 테팔도 그렇고 제가 압력장치를 잘못 맞춰서 제대로 사용을 못하는 거잖아요.
제품의 문제라기보다...ㅠㅠ
그런데 아무튼 WMF는 그냥 뚜껑을 닫고, 잠금장치를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사용법이 단순하기는 하네요.

불은 중불로 이렇게 맞췄습니다.
실리트 솥은 지름이 작아서, 이것보다 훨씬 약한 불로 해야해요.

가스불에 올려놓고 몇분이 지나고나면 추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추가 올라오니까 무슨 삐 하는 소리가 들려요, 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후 2분쯤 있다가 불을 껐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삐 하는 소리보다 국산 압력솥들, 추가 달랑달랑 돌아가는 그 압력솥 소리가 좋아요.
아주 정감있잖아요.

다시 추가 완전히 내려간 후 뚜껑을 열어 보니까, 밥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WMF로 한 밥맛이 국산압력솥이나, 국산전기압력밥솥이나,
실리트나 테팔로 한 밥맛보다 더 좋다고는 말 못합니다.
제 입이 좀 이상한지...압력솥으로 한 밥, 크게 잘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거기서 거기인것 같아요.
그런데 비록 단 하루지만, 오늘 써보니까, 다루기 쉽기는 하네요.
지름은 테팔과 비슷하고, 높이는 실리트와 비슷해서 크기도 적당하구요.
제가 압력솥 하나 공짜로 얻어보겠다고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냥 두고 쓰라고 하니까, 일단 좀 써보려구해요.
이렇게 후기를 한번 써보기는 했는데, 걱정도 됩니다.
간신히 눌러놓으신 지름신에 공연히 불을 지피는 건 아닌지...
테팔이랑 실리트 사진 올려놓고 보니까, 묵은 때가 너무 눈에 띄네요.
지금부터 부엌에 나가서 압력솥들 묵은 때나 박박 벗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