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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소시지 볶음과 된장찌개

| 조회수 : 13,240 | 추천수 : 176
작성일 : 2009-09-14 20:11:29
저녁 준비하려면...마트에 장보러 가야했는데...안갔습니다.
정말 요새는, 별로 살 것도 없고, 또 사봐야 별 것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내려면 몇만원!! 허걱...
사는 것도 맨날 두부에 콩나물, 샐러드 채소면 끝!
하여...집에 감자도 있겠다, 달걀도 있겠다...그럭저럭 때워보기로 했습니다.




냉동고를 뒤져보니, 프랭크 소시지 얼려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세 팩이나 비축을 해뒀더군요.
한 팩 꺼내서 해동한 다음, 펄펄 끓는 물에 삶았습니다.
염분도 빠져나가고, 기름기도 빠지고, 식품첨가제도 녹아나라고...
삶은 소시지를 다시 한번 물에 씻어서 어슷어슷 썰었는데...뭘 넣고 볶아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집에는 양파뿐, 피망이나 파프리카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으련만...전혀 없는 지라..

그래서, 제가 잘 하는 칠리스소, 아시죠? 제 책 여기저기에 레시피가 있을 거에요.
마늘, 양파, 토마토 다져서 볶다가 스윗칠리소스랑 핫소스 넣어 만드는...
딱 그렇게 했는데..뭐, 꼭 튀긴새우만 넣어야 맛있는 게 아니던데요.
소시지로도 맛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우리 식구들, "오! 이렇게 해도 맛있는데..."


그보다도 오늘은 된장찌개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제가 만들어놓고 환상이라고 표현하는 건 진짜 웃기지만요.
그런데..재료얘기를 들으시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실거에요.

저도 들은 얘긴데요..그래서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누군가가 요리선생님께 요리를 배우러 다녔대요.
그 선생님이 하루는 된장찌개를 끓이시는데 다시다를 한수저 뜸뿍 넣으시더래요.
너무 놀라워서 "선생님 된장찌개에 조미료 넣으세요?"했더니,
그 선생님께서 더욱 놀라시며 "아니, 그럼 된장찌개에 조미료 안넣고도 맛이 나요?" 하시더래요.

식당에서 파는 된장찌개, 조미료를 많이 넣긴 하나봐요, 제가 나가서 된장찌개 먹고 들어오면 꼭 속이 좋질 않거든요.
맛내기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은 된장찌개, 조미료 없이 어떻게 맛있게 할까 궁리끝에,
늘 양념된장을 만들어 놓고 써요.
양념된장 만드는 법도 제 책 여기저기에 소개가 되어있을텐데요,
요새 제가 하는 건, 그냥 집된장에 멸치가루, 표고가루, 홍합가루, 새우가루 같은 걸 되는 대로 넣어서 비벼두는 거에요.
딱히 뭐 몇스푼 할 것도 없이, 집에 있는대로 넣어둡니다.
이럼 진짜 된장맛이 좋아지거든요.

그리고...육수...
어제, 하루 종일 멸치 한박스를 다듬었어요.
지난 설에 kimys 앞으로 선물 들어온 멸치가 그냥 냉동실에 있었어요.
어제 아침에 TV를 보면서 머리와 내장을 다 따냈습니다.
멸치의 내장과 머리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전 쓴 맛 도는 것이 싫어서 꼭 따서 씁니다.
한상자를 다 딴 다음에, 전기오븐의 그릴 코스로 5분간 구워줬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기름에 튀기기라도 한듯 노르스름하게 말랐습니다.
이걸 다시 냉동실에 넣어뒀는데요,
오늘 이 멸치를 꺼내서 국물을 냈더니, 비린맛이 전혀 없으면서 맑고 노르스름한 육수가 나왔습니다.
(전 멸치 육수 맑은 것이 좋아요, 어떤 건 육수를 내면 탁한 국물이 되는데..이렇게 탁한 국물이 나오면 더 비린 것 같아요.)

이 육수에 양념 된장 풀고 일단 무 감자 주사위 모양으로 썬 건 넣어 끓이다가, 무와 감자가 어지간히 익었을 무렵에,
냉장고 안에 있던 대로, 양파, 호박, 청양고추, 홍고추, 맛타리버섯, 파, 그리고 맛내기 포인트 바지락살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끓였는데..진짜 맛있었어요.
평소 된장찌개를 담아내는 뚝배기보다 두배 큰 뚝배기에 담아냈는데, 다 먹었습니다.
제 입에 맛 있으면..집 식구들도 맛있는 거죠.
그리고..제 결론은...차돌박이 된장찌개보다 바지락살을 넣은 된장이 더 맛있다는 거..
아..근데..사진발은 어째 그렇게 안받는지...
너무 맛없어 보이게 나와서..사진은 뺐습니당..제 말 안믿으실 것 같아서...




한 한달쯤 전에 어느 더운 여름날, 저희 집 부엌 정리했던 거 기억 나시죠?
요리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 탓인지..이번 정리는 좀 오래가네요.
보통 한달쯤 되면 다시 지저분해지는데..
아직 멀쩡합니다. ^^




김치냉장고 위에도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들로 인해 지저분해지는데..
아직 괜찮습니다..^^

정리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아요.
한번 잘 정리해놓고, 물건을 꺼내 쓰고 나서, 그 정리된 자리에 바로바로 딱딱 집어넣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어쨌든...거의 한달이 되어오는데..말짱한 기념으로 촬영 한커트 했습니다..^^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aran
    '09.9.14 8:14 PM

    1뜽~!
    어머 이런 영광이~
    칠리소스에 소시지볶음 너무 맛있겠어요 .

  • 2. 수늬
    '09.9.14 8:28 PM

    아...저는 지금 처음으로 대하장?새우장? 만들어볼려고...새우를 사왔는데요...
    간장은 제맘대로 레시피로 끓여놨는데...
    좀 헷갈리는게 있어서...혹시 히트 레시피에 있으려나 하고 뒤지러 왔다가~
    또 소세지보니 침이 도네요~~^^
    쌤님,저 하얀 대리석 부럽습니다~
    저는 왜 얼룩덜룩인지...소다로 닦아내도 잘 안지공...

  • 3. 안젤라
    '09.9.14 9:25 PM

    김치 냉장고 위에 있는 바구니
    저희 성당의 커피 바구니 입니다
    성당에서 단체로 피크닉(성지순례)갈때
    간식도 담고 커피도 담고
    때론 제가 만든 쿠키도 담아서 들고가는 바구니예요
    바구니가 반가워서 한마디 남깁니다 ^^*~

  • 4. 돈데크만
    '09.9.15 12:08 AM

    요리선생이 다시다를 듬뿍이라...완전 깨네여..그분...--;;

    혜경쌤 말씀듣고..된장에 가루류 섞으러 갑니당.=3=3=3 좋은팁 감솨드려여~~

  • 5. 한울
    '09.9.15 2:16 AM

    냉동실에서 튀쳐나오고 싶어하는 멸치,다시마,새우,표고가루 등등등 모두 된장 있는 냉장실로 자리이동시켜야겠네요^^
    안그래도 내일 소시지 볶음 하려했는데..꽈리고추랑 같이 볶아도 맛나답니다.

  • 6. 또하나의풍경
    '09.9.15 5:06 AM

    역시역시....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손한번이라도 더 간것이 더 맛있다는 말씀!! +_+
    저도 담에 멸치 사오면 그릴기능으로 말려야겠는걸요!!(저 된장찌개 엄청 좋아하거든요 ^^)

  • 7. 지나지누맘
    '09.9.15 7:31 AM

    소세지 볶음 따라쟁이 해봐야겠어요 ^^;
    전.. 시판 된장 사용하는중인데... -_-;;;
    이미 조미료에 너무 길들어져 있어서인지 시집된장으론 도무지 맛을 낼수가 없더라구요
    큰맘 먹고 각종 가루류 내서 시집된장 받아다 만들어봐야겠어요...
    근데 바지락살이 키 포인트라면... 전 조개를 싫어하는뎅....... ㅠㅠ

    냉장고 자석중에 새로 들이신 계량스픈이 눈에 딱!! 들어오네요 ^^;

  • 8. 살림열공
    '09.9.15 7:55 AM

    선생님. 요리일기 쓰시는 거, 가끔은 귀찮으시죠?
    그런데, 저는 선생님 일기 읽는게 넘넘 좋아요.
    게으르고 그냥 대충 해먹고 말자던 마음이 덕분에 다잡아 지거든요.
    오늘도 감사해요.

  • 9. 옥당지
    '09.9.15 8:00 AM

    맞아요. ^^
    저희 시어머님 된장도 거의 지존급이신데요. 그 집된장에 멸치가루랑 물이랑 걔어 놓으면...
    그냥..양파나 청량고추 한 두개씩...만 다져 넣어도....

    "아! 신이시여~~~진정 이것이 제가 만든 것이란 말이시옵니까...올레!!! "

    자뻑급행을 탄다는...ㅋㅋㅋ

  • 10. 만년초보1
    '09.9.15 9:40 AM

    흐흐, 저도 케찹에 칠리소스 섞어서 소스 만들어 소세지 볶음 해요.
    미트볼도 그렇게 해먹음 맛나더라구요.
    된장 찌게는 잘 안해먹는데, 양념 된장 함 만들어서 해봐야겠어요. ^^

  • 11. 벌개미취
    '09.9.15 11:17 AM

    냉장고에 자석으로 된거 붙여놓으심 전기세 많~이 더나와요 ^^

  • 12. 행복한파랑새
    '09.9.15 12:32 PM

    된장에 새우,멸치 ,표고 가루를 넣으면 정말 맛있어지나요?
    얼마전 우렁각시님께 선물 받은 천연가루세트를 된장에 빨리 섞어야겠어요.
    이런 팁들이 정말 너무 너무 감사하답니다.^^

  • 13. mustbe-happy
    '09.9.15 1:27 PM

    와~ 정말 정리해놓으신게 오래 가는데요..^^
    정리의 비법, 한번쓰고는 제자리에 놓기..
    어렸을때부터 귀에 딱지앉도록 엄마 잔소리를 들으면서 컸는데도, 왜 그게 잘 안될까요?ㅋㅋ

  • 14. 아이사랑US
    '09.9.15 2:55 PM

    오늘도 로그인하고 들어오길 잘했네요~~
    전기오븐에다 멸치를 굽는거랑 천연가루 만드는법이랑...
    당장 만들어서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싶어요..
    맛나는 정보들을 한아름 안고 갑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 15. 곰사냥
    '09.9.15 3:17 PM

    선생님,특히 오늘 된짱지개 정보는 완전 해보고 싶습니다.쉽지만 맛은 상상이 가네요.멸치 그릴 정보와 전 표고는 말려서 다진걸 또 된장찌개에 불리니 좀 번거로왔는데 슈퍼가면 조그만 표고 가루 한통 사야겠네요...주말에 바지락 넣고 끓여볼게요.좋은 정보 넘넘 감사해요.

  • 16. minthe
    '09.9.15 3:58 PM

    쏘시지가 너무 먹고싶어요
    전 좋아하는데 애들이 안먹어서요 ㅠㅠ

    근데 자석을 많이 두면 몸에 좋지않다고..
    그래서 냉장고 자석 다 버렸어요 흑흑
    붙여놓으신거보니 넘 예쁘네요

  • 17. remy
    '09.9.15 6:09 PM

    된장을 담을때 메주를 빻아 막장식으로 담으면서
    말씀하신 온갖 맛난 가루들을 섞어 담아 익히면 된장 환상으로 나옵니다.
    막장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으니 도전해보세요...

  • 18. candy
    '09.9.15 6:14 PM

    안녕하세요~ㅎㅎ
    요즘 일본에서 다*다가 대인기라는 애길 들었어요.^^
    일본엔 조미료가 없을까요?

  • 19. 스베따
    '09.9.15 11:19 PM

    아............
    냉장고에 다닥다닥 붙여진
    저 이쁜 자석들이 탐나요 ㅋㅋ

  • 20. 나니
    '09.9.16 11:45 AM

    저는 친정엄마께서 쌤 말씀대로 맹글어서 주시는데 정말 집에 있는대로 넣어서 만드세요. 표고버섯없으심 양송이로 대체하시기도 하시고... 멸치육수해서 끓여 놓으면 정말 개운하고 맛나요~ 저도 차돌박이 대신 바지락에 완전 한표요^^ 차돌박이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또 내어도 덥덥한(?) 맛은 가시질 않더라구요. 바지락살 넣어서 끓이니 깔끔하고 좋았어요. 얼라땜시 조미료를 전혀 안사다 놓고 사는데 없어도 맛에는 이상무!!!

  • 21. 토끼
    '09.9.16 12:13 PM

    저는 설겆이 할때 냄비뚜껑때문에 제 머리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예요.
    냄비는 포개여서 놓는데 뚜껑은 어떻게 할수가 없어서 스트레스 받는데 사진을 보니까
    S자 고리로 저렇게 하니 편리하고 좋으네요.
    저도 한번 활용해 볼께요. 선생님 따라서 요리하려고 소스는 죄다 사놓고 한번뿐인 소스
    이것도 오늘 활용합니다.

    * 멸치 전기오븐에 그릴로 5분 굽는거 환상입니다.
    이렇게 좋은 정보 그냥 가져가기 미안하네요. 건강하세요.

  • 22. 러브지나
    '09.9.17 2:10 AM

    안녕하세요^^
    처음 답글 남깁니다.
    선생님 요리따라 저녁메뉴 해보곤 한답니다.
    오늘 저도 바지락된장찌게에 소세지야채볶음을 해 먹었어요^^
    신랑이 자기가 먹어본 소세지야채볶음 중 최고래요.
    저만의 비밀소스를 썼더니 너무 좋아 하네요.
    늘 선생님글 열심히 읽고 있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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