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예고도 없이..막내 시누이 내외가 왔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입주한지 15년이나 된 아파트입니다.
입주 후 아직 한번도 욕실 수리를 안했습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어쩌다 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네요.
오래 되다보니...욕실의 세면기 수전이며 샤워꼭지 수전이 좀 빡빡합니다.
얼마전, 막내 시누이가 느닷없이 수전의 사이즈에 대해서 묻는거에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막내 시누이 남편이 우리집 세면대의 수도를 틀어보니 너무 뻑뻑해서,
연세 많으신 장모님 불편하실 것 같다고, 바꿔 드렸으면 한다는거에요.
아닌게 아니라...어머니가 쓰시는 수도꼭지가 뻑뻑해서,
간혹 어머니께서 잘 잠그시지 못해서 물이 새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지 벼르기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갔는데...
그래서, 곧 욕실 수리 계획이 있으니 그만 두라고 했는데,
지난 주 kimys의 생일에도 여전히 그 상태이니까, 연휴기간중인 어제, 새 수전이며 공구 등을 챙겨가지고 온거에요.
kimys 같으면 3박4일동안 작업해도 끝내지 못할텐데, 1시간도 안 걸려서 샤워꼭지와 수도꼭지를 교체해주었어요.^^
정말 막내 시누이 내외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사실, 장모님 쓰시기 불편하다고 수도꼭지며 필요한 공구를 몽땅 챙겨들고와서 손수 갈아주는 사위,
그렇게 흔치 않잖아요?

작업을 마친 시간이 12시 정도.
외식보다, 그냥 있는 반찬해서 먹는 집밥이 나을 것 같아, 있는 대로 차렸습니다.
뭘 해먹을 지 결정하지 못했던 샤브샤브용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했어요.
스텐 불고기판은...못 꺼냈습니다.
지난번에 한번 구워먹고, 닦느라 너무 고생해서..
스텐 불고기판 닦는 거...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분위기는 제대로 나지만, 뒷처리가..쩝...

전날 푸짐하게 만들어뒀던 김치찜도 덥히고,
(김치찜 같은 것은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뒀다가 나중에 데워먹으면 더 맛있습니당!!)
갓김치도 썰고, 데쳐뒀던 뽕잎 소금 파 마늘 넣고 무치고,
메추리알 장조림도 올리고...
시누이는 번거롭게 한다고, 아침 먹은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점심 안먹고 간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요? 수저 두벌만 더 놓으면 되는 걸요.
이 정도의 밥상이라면 언제든 차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요..마음의 준비만요...^^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정이라는 것이, 꼭 대단한 물질이 오고가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담긴 선물...그게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요?
장모님댁 수도꼭지 갈아주는 막내 시누이남편을 보면서, 저도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거든요.
아마, 친정어머니의 수도꼭지가 그렇게 불편해도, "엄마, 이것 좀 어떻게 해보지?" 뭐 이러고 말았을 거에요.
고쳐드릴 생각은 못하고...

오늘 며칠만에 친정엘 가니까 마당에 꽃이 잔뜩 피었습니다.
저는 이꽃이 붓꽃이라고 하고, 아닌 것 같다는 듯 kimys는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요즘 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마치 원형탈모증 환자처럼, 머리칼이 뭉터기로 빠집니다.
이렇게 머리칼이 많이 빠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평소 머리숱이 무지하게 많았으니 망정이지, 숱이 적었더라면 꽤 고민이 심했을 듯 합니다.

요즘, 나라 생각을 하면...가슴을 바위로 누르는 것 같아요.
한순간이나마 꽃을 보면서 잊으려고,
꽃사진을 두고두고 보면서 잊으려고, 카메라에 담아오긴 했는데요....글쎄요...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