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계속 지킬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후 저 혼자, 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일주일에 하루를 친정어머니께 할애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몇주전 제게 여러 차례,
"오빠나 ○○이가, 내가 없어도 엄마한테 잘 하겠지만...그래도, 난 니가 있어서, 안심이다, 니가 엄마한테 잘 할테니까...."
아마...유언이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철썩같이 약속했기 때문에..적어도..일주일에 하루쯤은 엄마와 시간을 보내야겠다 싶지만,
약속을 끝까~~지 잘 지킬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튼 그래서,
지난 주에는 드라이브 하고 싶다고 하셔서, 자유로를 타고 나가 프로방스에서 차 한잔 마시고 들어왔고,
이번 주에는 오늘 신세계백화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 치프리아니에서 샐러드 스프 스파게티 등심스테이크 디저트가 줄줄이 이어지는 세트 메뉴도 먹고,
신세계백화점 구경하고, 남대문시장도 가고, 마무리는 롯데백화점에서 시어머님 어버이날 선물 사는 걸로 마무리 했습니다.
이렇게..시간에 쫓기지 않고, 엄마랑 팔짱끼고 백화점이며 남대문시장을 쏘다닌 것이 그 얼마만인지....
2000년대 들어서서 처음인 것 같아요..^^;;
들어오면서, "엄마, 저녁 저희 집에서 드시고 가요..우리 시어머니도 안계신데.."
따님네 다니러가신 시어머니가 아직 안오셨거든요.
"그럴까??"
어제 저녁, 엄마, 달걀 프라이 두개에 햇반 하나 데우고, 김이랑 김치해서 드셨대요.
제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거거든요. 아버지가 안계시니까..분명 엄마는 엄마 자신을 위해서 요리하지 않을 거에요.
아버지가 계실 때는 아버지 입맛에 맞는 음식들 요것조것 해드렸는데....
집으로 모시고는 왔는데...사실, 재료가 별로 없었어요.
서산에서 올라온 바지락과 모시조개, 쭈꾸미..그리고 김치냉장고에서 1주째 거뜬하게 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두릅뿐...

냉장고를 뒤져보니...느타리버섯이 한 팩 나오길래, 볶았습니다.
지난번에 jasmine님이, 허브 솔트에 볶은 것이 젤 낫더라 하고 쓰셨던 것이 생각나, 허브 솔트에 볶았어요.
강추 입니다...그저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 좀 두르고 느타리버섯과 허브솔트 만으로 볶았는데..아주 괜찮았습니다.

쭈꾸미는 속의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데쳤어요.
깨끗하게 씻은 쭈꾸미가 데쳐지면서 머릿속의 내장이 흘러나와, 약간 지저분해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머리 부분이 아주 고소한 것이...맛있었어요.

두릅은 거죽에 부침가루 반죽을 살짝 입혀서 식용유 두른 팬에 부쳤어요.
거죽의 옷을 두껍게 입히지 않으니까, 두릅의 향이 죽지않고..식감도 살아있고...

바지락은 굴소스에 볶았습니다.
볶음팬에 식용유 살짝 두르고, 바지락을 넣어 익히면서, 다진 파 마늘 양파와 굴소스를 넣었어요.
바지락의 입이 반쯤 벌어졌을 때 참기름 몇방울 떨어뜨려 마무리 하면 끝!!
엄마...잘 잡수셔서...기분이 좋았습니당..^^

국물요리로 조개탕을 끓였어요.
소금물을 끓여서 모시조개와 파 마늘 홍고추를 넣었는데, 소금이 좀 많이 들어갔는 지 살짝 짰어요.
그래도 국물이 시원해서, 먹을 만했답니다.
"엄마 우리 시어머니가 오셔도, 가끔 우리 집에 저녁 드시러 오세요, 안사돈끼린데 어때.."
그런데..안사돈이라도 어려우신 지...다시 오시겠다는 대답은, 끝내 안하시네요...
가끔은..우리 엄마를 위한 밥상도 차리고 싶은데..글쎄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