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린 이름, 아버지...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던 것이 지난해 12월26일,
그리고 우리 곁을 뜨신 날이 지난 4월16일,
그 112일동안....참 많이 바빴었습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병원에 드나느라고 바빴고,
병명을 알게 되고, 수술을 받으시고, 또 퇴원하시고...그 무렵에는 드시고 싶다는 음식,만들어서, 또 사서 나르느라 참 바빴습니다.
남은 시간이 4개월 정도라는 통고를 받고는(그 4개월도 다 못채우셨지만...) 잠시라도 아버지 곁에 더 있으려고, 바빴습니다.
아버지께서 편찮으신 동안...'아버지가 아픈데 내가 이래도 되나..'싶은 생각에, 미용실도, 사우나도, 쇼핑도 자제했었습니다.
바빠서 못한 것이 아니라, 이따금 짬이 나도...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아버지 가신 지 보름....아직도 믿어지지는 않지만, 지금도 왈칵왈칵 울음이 쏟아지기는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아버지 곁에 있었을 텐데...,
아버지가 안 계셔서 시간이 넉넉했던 오늘....도자기 비엔날레가 열리는 이천엘 갔었습니다. j○○님이랑 ㅂ○○님, ㅎ○○님이랑 같이요..
머리에는 아직 흰 리본을 꽂고, 검은 바지에 검은 재킷 차림으로 그릇 쇼핑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주랑 이천에 가서 그릇..실컷 샀습니다.
액수도 액수지만...아마도 이렇게 다양한 작가들의 그릇을, 이렇게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사본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비만 안왔더라면...더 일찍 갔더라면...아마도 더 그릇을 질렀을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아버지 때문에 바빠서...돈도 못 써봤습니다....)
그릇을 고르고, 돈을 내는 일에만 열중해서,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생각없이 그냥 예쁜 그릇 막 샀더니,
집에 돌아와서...그릇꾸러미를 푸는데...'아, 내가 이런 그릇도 샀던가?'싶은 것이...
불과 몇시간전에 제가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꿈결같이 느껴집니다.
그래도...뭐...잘못산 그릇, 후회가 되는 그릇은 없는 듯 하네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서이천IC로 나갈까 하다가 일행들이 은근히 광주요 가보고 싶어하는 듯 하여..
곤지암IC로 나갔습니다.
광주요 가기 전에, 도자 비엔날레 광주행사장 한바퀴 돌아주고, 이 그릇 건졌습니다.
그릇 가격은 묻지마세요...이 그릇은 물론이고 다른 것 역시 전혀 기억이 안납니다.
그냥 달라는 대로 냈는데..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건...아마도...귀가 이쁘게 달려서 산 것 같아요. 죽그릇이나 스프그릇으로 쓰겠다고...
그런데 덜렁 이렇게 하나만 사면 어쩌자는 건지...
공방이름이나 작가이름은 전혀 외울 수 없을 것 같아서...그릇 포장할 때 그 속에 명함을 넣어달라고 했어요.
작가 이름이 오규영씨네요..이 계열 그릇이 꽤 여러 종류 였고 꽤 예뻤습니다.


광주 행사장에서 나와서 광주요에 들렀었습니다.
일행들, 꽤 여러가지를 산 것 같은데..전 이 솥 하나 샀습니다.
제가 산건 1~2인용 아주 작은 솥이고, 더 크고 비싼 것도 있었습니다.
단지,뚜껑 속에 또다른 속뚜껑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질렀는데...
사오자마자 저녁에 밥을 해보니,
제가 기대했던 바로 그 밥맛, 압력솥에 한 것 처럼 차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냄비밥처럼 덜 퍼지지도 않아,잘 샀구나 싶으네요.

이천 비엔날레 행사장에 갔을 때 성의없는 주차요원들 때문에..그냥 올까도 생각했었어요.
빈자리가 보이는데도 막아놓고, 먼 곳에 있는 행정타운 주차장으로 가라고 한다든가,
이쪽에 있는 주차요원은 옆의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라고 하고, 그 출입구로 가면 안된다고 하고...아주 불쾌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보다 제가 좋아하는 생활도자기들이 아주 많이 있어서...마음을 풀었습니다.
(또 가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주차요원들만 생각하면...다시는 발길을 하고 싶지않다는...글을 쓰다보니 더 화가 나는 거 있죠?)
이 그릇은 그림이 예뻐서 산 것 같아요.
사각 접시와 작은 종지, 이우라는 공방에서 산 것입니다.
이 공방 그림엽서를 보니까 작가의 성이 한분은 이씨고 한분은 우씨라서 이우공방이라고 하나봐요.

예전에 무슨 음료수CF에 탤런트 최불암씨가 빨간티셔츠를 입고나와서, '나이가 드니까 빨간색이 좋아진다'는 대사를 한 적 있습니다.
그걸 보고, 우리 딸 어렸을 때부터 제가 빨간색만 고르면,
"엄마, 최불암씨도 빨간색이 좋대"하고 놀렸는데...
정말 나이가 드는 탓인지, 아니면 올해의 유행색인지...이 빨간 그릇에 꽂혀서,
이 부스를 서너번 드나들며 망설이다가 고른 그릇입니다.
감이라는 공방이었는데..이 공방의 작가는 확실하게 기억이 납니다. 광주요에 근무하셨다는...
이 빨간색은 안료가 아니라, 진사라고 했던 것 같은데..그런 얘기는 뒷등으로 듣고,
접시에 있는 작은 티끌만 흠 잡아, 좀 싸게 산 것 같아요...
집에 와서 보니, 정말 잘 산 것 같다는...더 이쁜 것 같다는...



유산요의 이영호선생님 사모님도 부스에 나와 계셨어요.
도넛처럼 생긴 이 접시가 신기해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골랐어요.
백자 작업을 주로 하는 이영호선생님이 푸른 색 그릇도 했다고, 이채롭다고...접시도 두장 골랐는데...
많이 비쌌습니다.
너무 비싼 걸 산 게 아닌가..약간은 후회도 된다는...

지난번 시아버님 산소에 성묘하고 오다가 오포에 있는 까사미아 아울렛에서 밥공기를 사왔는데,
바로 그 밥공기를 만들어 납품한 연지공방의 부스도 있었습니다.
밥공기와 같은 계열의 작은 볼 2개 샀는데..사진이 잘 안나와서 못 올렸습니다.
그리고..이건...그냥 샀어요....

마지막 코스는 역시 사기막골의 산아래.
산아래님까지 만나고 와야, 이천에서의 일정이 제대로 마무리 되는 느낌!
한림공방의 흰색 볼인데..검은색 흠이 많아서 팔기 어렵다고 작은 볼 4개를 선물로 주셨어요.
사양도 안하고 받아들고는 조금 큰 볼 4개는 샀어요.
대단히 만족....
그냥...아무 계산없이..눈에 보이는 대로, 사고 싶은 대로 마구 샀는데...
뭐, 잘못 산 것 없는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