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냉동고, 새 김치냉장고..그리고 전원을 꺼뒀던 헌 김치냉장고...
이 네군데에..이제 파 한뿌리도 꽂을 여유가 없네요.
파, 지금 다용도실 바닥에 그냥 널부러져 있죠. 아직 해결을 못봤어요, 셀러리랑 둘이...
네, 네번째 책 촬영 들어갑니다.
'일하면서 밥해먹기'는 얼떨결에 사진 촬영을 했었어요.
첨에 원고 쓸 때는 소박하게, 글만 싣고 중간중간에 일러스트나 조금 넣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출판사에서 책 디자인을 정하고 사진촬영 목록을 보냈는데, 저 졸도하는 줄 알았어요.
1차촬영분만 A4용지로 빡빡하게 6페이지쯤...
한 여름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촬영하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도와달라고 몇몇 사람에게 얘기했는데, 장난인줄 아는 거 있죠? 음식을 해서 찍기도 바쁜데, 설거지까지...
촬영팀 돌아가고 나면 산더미같은 설거지를 하는데, 참 기가 막히대요. 이제 뭐하는 짓인가 싶고.
한 1주일 찍고 나서 몇주가 흐르고 났는데 보충촬영을 해야된다고 해요, 보충촬영이라고 해서 몇 커트 안되는 줄 알았더니,
거의 1차 촬영에 맞먹는 분량..
게다가 반나절 빌리는데 거금 50만원이나 내야하는 남의 부엌과 개점 직전 온갖 구박받아가면서 찍은 백화점 지하수퍼에서의 야외촬영,
그래도 인왕시장에서의 촬영은 좀 챙피해서 그랬지, 참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할수 있었어요. 역시 재래시장은 좋은 곳이여!!
'칭찬받은 쉬운 요리'는 두번째라 쉬울 줄 알았어요.
첨에 섭외당할(?) 때도 사진 조금만 찍으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끝없이 쏟아지는 과정셧에, 완성컷에, 재촬영에, 보충촬영에...
한여름, 우리 82cook 식구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과로사했을지도...
하루에 서너분씩 와서 도와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그 바람에 딴 사이트에 가보니까 어떤 사이트 쥔장은 자기 책 내는데 회원들 설거지 시킨다고 한마디 쓰신 분도 계시더군요.
내년으로 미뤄진 이 네번째 책 원고 쓰고 사진 촬영스케줄 잡을 때만 해도, 82cook에서는 입도 뻥끗 안하려고 했어요.
회원들 설거지 시키네 어쩌네 하면서 떠들썩하게 책낸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러다가 출판스케줄이 바뀌어서 '희망요리수첩'이 먼저 나오게 됐죠.
희망요리수첩, 기획단계에 있을 때 , 기존에 올렸던 사진 그대로 쓸 거라고 해서 룰루랄라 노래를 불렀어요. 거저 책이 나올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어디 그렇게 되나요? 울 아들이 다시 찍었죠. 조명도 더 사고, 반사판도 사고..큭큭...
죽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혼자 음식하고 세팅하고...팔이 떨어져라 반사판 잡고....
사진 땜에 전혀 고생안할 줄 알았는데...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네요.
이제 네번째 책....이건 아예 제가 욕심을 부렸습니다.
아주 친절하게, 넣을 수 있는 사진은 다 넣자고...그랬더니..리스트가 장난이 아닙니다.
일단 어제 오늘 1차 장 봤어요. 어제 아침 이마트, 오늘 오전 코스트코, 오후 하나로클럽...
장 봐온 것 중 일부가 저 위의 사진입니다.
저거 말고도 많죠. 그뿐인가요? 중간중간에 더 사야하죠. 또 냉동고 안에 잔뜩 들어앉은 것도 꺼내 써야죠.
그런데 이제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거 있죠??
너무 의욕이 앞선건 아닌지...예정된 열흘안에 1차 촬영 끝낼 수 있을 지...
1차 촬영에 진도 많이 못나가면, 1월에 있을 2차 촬영에서 고생 무지하게 할텐데...
에구, 또 2~3개월은 나죽었소 하면서 살아야할 것 같아요...동지날 팥죽도 못쑬 것 같고...
혹시 제가 20일부터 사이트에 좀 소홀히 해도..바쁜가부다..이해해주세요...잘하라고 기(氣)도 좀 많이 보내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