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장난이 아닌 휘발유 좀 아껴보겠다고 차에 에어콘을 안틀고 다니려니,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스팔트의 열기...
와...올 여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제도 더웠다는데, 어젠 신선놀음 하느라 잘 몰랐거든요.
가끔 82cook 만든 이후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나쁘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솔직히 가끔 속상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나쁜 건 거의 없고,
모두 좋은 일뿐이라고 대답하는데 생각해보면 나쁜 일도 있긴 합니다.
82cook 때문에 친정부모님에게 시간을 거의 못 내드린다는 거, 그게 좀 나쁜 것 같아요.
작년엔 그래도 친정아버지, 일주일에 3번씩 한의원 모시고 다니기도 하고,
친정어머니 팔을 잘 못 쓰시니까 집안일도 가끔씩 도와드리곤 했는데...이젠 진짜 짬이 안나네요.
저희 집 부엌창을 열면 저 멀리 저희 친정집이 보여요.
차로 5분 정도, 멀지 않은 거리에 살면서, 요즘은 2주일에 1번 정도 찾아가 뵈는 정도이니, 저, 참 너무 하죠?
지난 토요일 친정부모님이랑 점심을 먹었어요. 그것도 kimys가 약속을 잡아서.
그날 지나가는 말로, 친정어머니 그러시네요.
"요새 다리가 시원치 않아서, 어디가서 뜨끈한 물에 푹 좀 담갔으면 좋겠다"하세요.

저희 친정어머니, 오래된 퇴행성 관절염으로 다리의 모양까지 변형됐어요.
엄마의 다리를 볼 때마다 가슴에서 서늘한 물이 흐릅니다.
딸이 되어가지고 어떻게 엄마 다리가 저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뒀을까, 하는 자책도 해보구요.
요새 다리가 좀더 불편하셨던 모양이에요. 바쁜 걸 알면서도 같이 목욕갔으면 하시는 걸 봐서...
아니, 딸 얼굴 보기 너무 힘드니까, 오랜만에 봐도 꿈결에 보는 듯, 잠시 얼굴만 내비치고 달아나곤 하니까, 좀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 생각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다음주에 하루 날 잡아서 같이 목욕가요"
어제, 시간을 쪼개서, 12시쯤 친정엘 갔어요.
가니까 친정아버지까지 준비하고 계시네요.
"아버지도 가실라구요?"했더니,
"난 가지 말까? 니가 안데려가면 관두구 " 하시는데...노인이 되면 아이가 된다더니, 울 아버지도 별 수 없구나 싶대요.
근처 아무 찜질방이나 모시고 갈까 하다가, 드라이브를 겸해서 유일레저로 향했어요.
유일레저의 목욕탕에는 노천탕이 있는데, 엄마가 노천탕을 좋아하시거든요. 답답하지 않다고.
가면서 "날씨 참 좋다!!" "저 산에 나무 많은 것 좀 봐라!!"
"여기가 우리 형석이(고딩 조카) 유치원때 감자 심으러 오던 곳인데..."
라며 아주 좋아하시는 두분을 보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 아들들이 자주 모시고 다니니까 믿거라 하고 조금 소홀했던건데...
오랜만에 유일레저의 목욕탕에 가보니, 찜질방 시설까지 갖추고 아주 근사하게 리뉴얼을 했더라구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온탕, 다시마탕 녹차탕에 몸도 담그고 허브사우나 황토사우나에서 사우나도 하고,
노천탕만 아껴둔 채 찜질방으로 내려갔어요.
평일인 탓에 서울의 찜질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고...암튼 참 좋더라구요.
찜질을 마치고 다시 목욕탕으로 올라와서 노천탕으로 갔어요.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적당히 불고...
뜨거운 노천탕에 딸과 함께 들어가 앉아있자니, 작은 행복감이 밀려온 모양이에요, 저희 친정어머니.
"참 좋다" "너무너무 좋다" "다리가 한결 부드럽다"...
참, 효도라는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힘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기 힘든지...
저 들어가서 저녁해야하는 시간을 계산하셨는지, 서둘러 노천탕에서 일어서시면서,
"에구, 이 노천탕 두고 가기 아깝다!"하시네요.
마무리 샤워를 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질 듯 해서, 애써 얼굴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예쁘던 엄마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하고,
백옥같이 하얗고 팽팽하던 속살은 탄력을 잃어 늘어졌고...
그래도 아직은 매끈매끈한 속살을 만지면서, "엄마 속살 아직도 처녀같은데..."라며 객쩍은 농담도 던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니 덕에 목욕 푹 잘했다, 메트로(엄마가 혼자 다니시는 목욕탕)는 물이 뜨끈하지 않아서 하고 나도 개운치 않았는데...오늘 참 잘했다, 뜨끈하게.."하시네요.
친정근처 큰길에 두분을 내려드리면서, '내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그리 좋아하는 노천탕을 꼭 모시고 가기라' 속으로 다짐해보지만, 아무래도 지킬 자신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