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직장 다닐 때 제가 참 좋아하던 외식메뉴 중 하나가 토니 로마스의 바베큐 립이었습니다.
음식값이 만만치않은 지라 자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후배들에게 한턱 쏠 일 있으면 곧잘 바베큐립을 쏘곤 했죠.
그러면서도 립을 집에서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우리 동네 정육점에서 '피아노 갈비'라 부르는 이 립을 발견하고는
'아, 어디서 레시피만 구하면 되는데...'했었습니다.
물론 수입식품점에서도 바베큐소스를 팔 긴 하지만, 한번 사서 못먹고 버린, 안좋은 추억이 있거든요.
폭 립 레시피는 구하지 못하고, 괜히 피아노갈비를 사다가 김치찌개를 끓여먹으면서 아쉬움을 달래곤 했었죠.
그러던 차에 키친토크를 뜨겁게 달군 레시피...
며칠동안 참느라 좀이 쑤셔서 혼났습니다.
오늘 어머니 성당에 모셔다 드리는 길에 성당옆 정육점에 갔습니다
립,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더이다.
그래서 저렇게 두 덩어리를 샀습니다. 1.4㎏, 9천6백원.
들어오자 마자 일단 소금 후추 생강가루를 조금 뿌려 토닥토닥해준 다음 냉장고 안에 넣어두고 소스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소스에 필요한 재료, 몽땅 있다고 자신했는데 시작부터 없는 재료...

결정적으로 집에 케첩이 없더이다.
집앞 슈퍼에 뛰어가 케첩을 사다가 시작을 했는데, 또 없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전 집에 있는 것이 칠리파우더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칠리파우더가 아니라 파프리카파우더 였습니다.
그렇다고 굴할 제가 아니죠!!
오늘 제가 넣은 재료입니다.
케첩 1½컵, 발사믹 비니거 1컵, 우스터소스 ¼컵, 간장 ¼컵, 흑설탕 1컵, 머스터드 파우더 2큰술, 파프리카파우더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생강가루 1큰술, 마늘가루 1큰술, 양파가루 1큰술, 식용유 2큰술, 레몬 3쪽.
순서는 momy60님 가르침대로, 일단 케첩과 발사믹비니거를 끓이다가 다른 소스 재료 모두 넣고 졸였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튀더이다!! 싱크대가 온통 검붉은 얼룩...완성된 소스는 제가 제맘대로 재료를 바꾼 탓인지 검정에 가까운 붉은 색이었습니다.
소스 완성 후 가스오븐에 1시간 30분동안 쿠킹호일로 덮은 립을 구운 후, 꺼내서 살이 많은 쪽에 소스 바르고 10분, 뒤집어서 소스 바르고 10분, 다시 뒤집어서 소스 바르고 10분...이렇게 구웠습니다.
정성이 무쟈게 가더이다.
완성후 가장자리를 하나 떼어서 kimys와 같이 간을 봤는데, kimys, 엄지손가락을 세우더이다. 호호.
그런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타지도 않았는데 마치 탄 것처럼 보여 먹음직하지는 않았습니다.
컨벤션오븐이어서 거죽이 마른 건지, 아니면 소스를 발라가며 구울 때도 호일을 덮어서 촉촉함이 유지되도록 해야하는건데 호일을 덮지 않은 탓인지...
암튼 저 분량대로 소스를 만들었는데, 1번 더 해먹을 만큼 소스가 남았습니다.
곧 다시 시도할 겁니다.
그래서 윤이 반질반질나고, 촉촉해서 보기만 해도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폭 립을 압박샷으로 촬영해 다시 올릴 겁니다.
외양은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먹어보면 정말 맛있는 립...
kimys는 그러네요, "모양은 이래도 진짜 맛있다. 그런데 너무 손이 많이 가서 또하라 소리는 못하겠네..."
요새 고기가 별로 댕기지 않아 잘 안먹었는데, 저 립은 6대나 뜯었어요. 아, 이 심한 포만감...신문 원고 빨리 마감해줘야하는데 이 부른 배때문에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우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