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제가 패션지 창간편집장을 하던 당시 함께 일하던 후배들...
이제 하나는 패션지의 편집장이, 하나는 웨딩잡지의 중견기자가, 그리고 또하나는 잠시 잡지로의 외도를 접고 신문으로 돌아가 연예담당기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넷이 점심약속을 했습니다.
제 스타일대로라면 그냥 광화문쯤에서 만나면 딱 좋은데, 이 친구들, 강남에서 볼 일이 많으니까 강남에서 만나자고 하네요.
저 아무래도 강남 컴플렉스가 있나봐요. 일단 목적지가 강남이면 주눅이 들어버려요.
오늘 점심 약속은 1시, 3호선 지하철을 탔어요.
압구정역 쯤 오니까 약속시간보다 50분이나 이른 거에요.
압구정동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강남고속버스터미날까지 갔어요. 거기 지하상가에 예쁜 물건이 많다면서요?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딱 서울 구경 처음 나온 사람처럼, 여기저기 휘둘러보다가 물어물어 강남지하상가엘 찾아갔어요.
가보니, 예전에, 한 10년전쯤에 많이 다녔던 곳인데, 당최 기억이 나질 않아...
진짜 소문대로 그릇이며, 인테리어 소품, 가구 등 이쁜 거 파는 집이 많네요.
허나, 이 주눅녀, 강남이라는, 그래서 남대문시장보다 훨씬 비쌀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마음을 놓지못하고 구경만 하는데...
왼쪽의 케이크서버가 눈에 띄는 거에요.
가격은 놀랍게도 3개에 9천원...갖가지로 골라도 되고, 한가지로만 3개를 해도 되고...
가게 주인이 이태리제라고 하는데, 어느 나라 상품인건 중요하지 않고, 한개쯤 있어야할 물건이더라구요.촬.영.용.
손잡이색이 갖가지라서 한참 고민하다가 녹색으로 세트를 맞췄죠. 이걸 사고 나니까 마음이 좀 풀리면서 지갑도 열리더이다.
그리하여 또 산 것이 도자기 수저받침과 티스푼. 수저받침은 1천원씩, 티스푼은 1천5백원씩.

오늘은 좀 우아하게 봉다리를 안들고 다니려고 했는데... 또 봉다리 여인이 됐습니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도 10,20분 남아있어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점포 이사 때문에 세일한다는 집에서 이 수저통을 발견했습니다.
꼭 필요한 거였는데...값은 2천원.
2만1천원을 투자해서 부자가 됐습니다.
영 눈에 띄지 않아서 사지 못했던 흰 수저받침과 옹기 수저통, 그리고 촬영할 때 얼마나 잘 써먹을 지 안봐도 비디오인 흰 티스푼...얼마나 흐뭇한지...
얘네들이 담겨있는 봉다리를 털레털레 들고, 안세병원 근처의 '공을기'라는 중국음식점엘 찾아갔습니다.
봉다리를 들고도 강남 거리 활보할만 하더이다.
지금까지 검은 봉다리 여인, 검봉녀 외출기 였습니다.
검봉녀 지금 갈등 때리고 있습니다. 그 케이크 서버 몇개 더 사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으로 낼 다시 한번 가볼까 말까 하며...
p.s.
어디서 샀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네요.
케이크서버는 라-28호. 02-599-1288
도자기 차수저는 마-16호 02-537-9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