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라별 양념을 다 넣어도,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가 만들어도,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건 역시 재료입니다.
며칠 전 죽변에서 온 오징어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제 오징어 철이 막 시작된 탓인지, 먹기 불쌍할 정도로 크기가 작습니다만, 아, 그 부드러운 맛은...

첫날은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먹고,
그 담날은 오징어순대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날 먹고 남은 오징어순대 4마리를 오늘 김치냉장고에서 꺼내 쪘습니다.
오징어 순대의 속은 순대를 만들 오징어에서 떼어낸 다리와 두부, 부추를 재료로 하여 파, 마늘, 소금, 후추로 간하고, 참기름을 조금 넣은 후 달걀 하나를 깨뜨려 넣었습니다.
오징어가 워낙 작다보니까 속 넣는데 좀 애는 먹었지만, 진짜 요리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다리는 굵게 다질 것. 전 커터에 갈았습니다. 이때 떼어낸 오징어 다리만 넣으면 속이 다소 부족한 듯 하므로 오징어를 좀더 넣는 것이 좋습니다.
두부는 물기를 짜고, 부추는 잘게 썹니다.
달걀은 접착제 역할을 하라고 넣었습니다.
오징어 몸통을 반죽으로 꽉꽉 채운 후 입구를 이쑤시개로 막은 후 찌면 됩니다.
이때 이쑤시개로 막지 않으면 오징어반죽의 반은 밖으로 튀어 나와버리니 주의할 것.
김 오른 찜통에 넣고 찌면 되는데, 시간은 약 10분쯤? 암튼 오징어냄새가 폴폴 피어날 때까지 찝니다.
차갑게 식히면 맛이 덜하므로 살짝 한 김만 날린 후 썰어서 초간장에 찍어 먹어요.

남은게 딱 이 4마리 밖에 안되서 오징어 볶음도 했습니다.
양념장은 맛간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설탕 ½큰술, 소금 1작은술을 잘 섞었습니다.요새 양념 계량 복잡하게 안합니다. 어지간한 양념은 모두 동량으로 해서 외우기 쉽게 하는 중입니다.
재료는 피망 반개, 양파 반개, 양배추 1잎, 파 1대, 그리고 오징어..., 너무 작아서 마리수는 세어보지 못했는데, 큰 오징어로 치면 1½마리 정도쯤?!
채소는 집에 있는 대로 호박이면 호박, 당근이면 당근, 맘대로 넣으면 됩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썰어둔 야채를 모두 넣어 볶으면서 양념장 ⅓을 넣어 볶다가, 오징어를 넣고 다시 양념장 ⅓을 넣어 잠시 볶다가 양념장을 마저 넣은 후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마무리!!
볶을 때는 국물이 하나도 없이 잘 볶아졌었는데, 먹다보니 국물이 나와서 밥 비벼 먹었습니다. 밥이, 술술 넘어가더이다...
어린 오징어가 불쌍하긴 했지만... 앞으로 큰 오징어를 어찌 먹을지...이렇게 연한 오징어를 먹다가...
p.s.
raingruv님, 산돌 비상체... 보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