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구겐이란 커피 하우스 겸 갤러리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 everymonth에 조조님이
다음 목요일 저도 가고 싶어요 라고 리플을 달아놓았더군요. 강남에서 먼 길 괘념치 않고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는 그녀라서 그렇다면 목요일 점심 먹고 함께 가야지 마음 먹었습니다.
로마네스크,고딕,거기다가 알함브라까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때가 되니
함께 모여서 점심을 먹고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구겐에 다시 갔습니다.
음식점에 사람이 많아서 잠시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동네 한 바퀴 돌다가 story란 이름의 퀼트 샵을
만났습니다. 평소라면 그 곳을 들여다 보지도 일부러 문열고 들어가보지도 않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주위에 퀼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으면 좋을 분위기이겠다 싶어서 안으로
들어갔지요.

사람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규정지어서 말하는 것은 사실은 부질없는 일이로구나
누구와 만나고, 그 시기 자신의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서 상당한 변화가 오기도 하고, 굳어서 무엇인가
균열이 생기기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거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장미 한 송이에 눈길이 가서 주변의 너무 많은 것들이 사진속으로 들어오면 어색할 것을
알면서도 찍어보게 됩니다. 늦게 꽃을 피웠다는 바로 그 점때문에 시선이 가는 것이겠지요?

요즘 자주 보게 되는 이 식물은 이름이 뭔가요?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을 많이 겪었으나 미술사적으로는 큰 족적을 남긴 페기 구겐하임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성중에서 반만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구겐, 이 공간의 주인은 지난 번 온 사람들이란 것을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네요.

자신의 나이가 60 그래서 요즘은 60평인 셈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이 공간을 열게 된 사연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영상음악회를 열게 된 사연도 이야기합니다.

야마하 피아노 위에 너무 많은 장식이 있어서 처음 볼 때는 피아노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 공간에 익숙해지면 피아노 악보를 들고와서 쳐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베네치아의 구겐하임에도 들렀다는 그녀, 아마 그 때 산 가면이 아닐까요?

본인 자신이 화가이기도 한 그녀의 집에는 자신의 작품, 다른 이의 작품이 참 많이 걸려 있기도 하고
세운 채로 있기도 합니다. 만약 이 공간의 주인이 나라면 한꺼번에 다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고
수고스럽더라도 조금씩 바꾸면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라 한 마디로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

가방만 그리는 화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런 작업이 여러 점 걸려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난히 가방,구두를 좋아하는 딸 생각이 나서 카메라가 저절로 손이 나가더군요.

구겐에서 말견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입니다. 일종의 다락방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여기서 내려다보면
영상음악회 하는 곳이 바로 보이고, 그 쪽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미술사 책에서나 보는 아르누보 풍의 가구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분이 바로 영상음악회를 주관한다고요. 회사일을 하면서 목요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진행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맛보기로 영상을 하나 틀어주네요.
정말 좋은 소리,스피커가 좋다는 것은 같은 곡이라도 얼마나 다른지요.!! 갑자기 마음속이 혼란스럽습니다.
소리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고 생각해도 불쑥 불쑥 욕망이 생긴다는 것이



그림에 비친 빛으로 인해 독특한 사진이 되었네요. 혼자서 멋지군 하면서 감탄하고 있는 중..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피하지 않고 멋진 포즈를 취해준 사람들의 환한 얼굴이 인상적입니다.
오래 함께 한 세월,그 세월동안 아이들이 자라고 서로 알아가고 ,그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져 가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만나서 그럴까요? 자연히 이야기가 그런 쪽으로 흘러서
목요일 수업중 하루를 내서 정발산의 백 명자씨 집에서 오페라 모임을 갖자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역시 after는 힘이 세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네요.


일단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생기고, 실현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것에
관심이 폭발하게 되는지, 그런 힘을 일단 맛 보면 앞으로 나가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어요.
60살 생일에 뉴욕에서 한 달 정도 있고 싶다고 말하자 그렇다면 그 때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은 함께 하면
어떤가 그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함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런 꿈을 꾸게 되었으니
함께 할 사람들이 생기겠지요?
아들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그러면 그 때 자신은 26살이니 사회로 나가기 전 가족여행으로 가면 되겠네
그런데 아직 돈을 벌 수 있는 때가 아니니 어떻게 하는가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래? 그러면 네 비행기 표값만
아르바이트 해서 벌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되나, 그렇게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엄마가 가고 싶어하는 미술관을 본인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일부러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장소에 따로 따로 다니면 되겠다고 부쩍 관심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보통은 엄마랑 가면 지루하다고 불평하던 아이였는데,
뉴욕에서의 한 달이라, 지금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나니
갑자기 씨앗이 일단 뿌려진 기분이 든 목요일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