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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정독 도서관 오고 가는 길

| 조회수 : 2,497 | 추천수 : 62
작성일 : 2010-08-18 00:57:31


  
8월 첫 주 화요일 휴강을 한 바람에 한 달만에 가는 정독도서관, 오늘 발제라 아무래도

오랫만에 다시 기억을 되살려서 푸코에 관한 설명을 간추려보려고 지하철을 탔지요. 지하철에 타고 보니

어제 밤  수유너머에서 앙띠 오이디푸스를 읽으면서 세미나 강사인 박정수샘이 했던 말이 기억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 운송수단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경우 시원한 지하철을 독서실 삼아서

한바퀴 빙 돌면서 책을 읽으면 지하철이 독서실이 되고, 누군가 다른 용도로 지하철을 사용하면 또 그 경우

다른 것으로 전환되는 그런 예를 지하철로 들었는데 제 경우가 바로 운송수단으로서의 지하철보다는

오히려 무엇인가 읽을 거리가 있으면 버스대신 지하철을 타게 되서 재미있는 비유로구나 하고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사실 앙띠 오이디푸스는 목요일 커리큘럼인데 선생님의 사정으로 월요일로 수업이 바뀐 경우였지요.

그래서 사실은 망서렸습니다.하루 빠질까? 전혀 모르는 텍스트인데, 그래도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정수샘의 강의가 궁금하니 텍스트를 전혀 읽지 않은 상태라도 그냥 들어보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아무튼 월요일 식사 당번이기도 하니 일본어 수업끝나고 밥만 하고 돌아오는 것도 좀 그렇지?

이렇게 망서리다가 들어간 수업인데 알고 보니 제가 앙띠 오이디푸스 책 제본도 부탁해놓은 상태더라고요.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책도 생기고, 수업중에 진행되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어서 아니 이렇게

좋은 기회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갈 뻔 했네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시간이 기억납니다.



경복궁을 지나서 정독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도 지난 밤의 놀라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고 할까요?

그 수업 전까지만 해도 유토피아에 관한 것으로 루니 2학기 에세이를 쓰려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단 한 번의 수업으로 마음이 바뀌어서 그렇다면 잘 모르지만 공부를 더 해서 들뢰즈에 관한 것 .아니면

들뢰즈의 사유를 촉발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것으로 미세한 것 하나를 잡아서 이야기를 내 삶과

연관해서 써볼까?  아니, 그런데 늘 들뢰즈 책 읽다가 중간에서 그치고 말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한 번 수업으로 이렇게 마음이 바뀔 수 있나?



우연이 촉발하는 대단한 에너지를 여러 차례 실감하면서 2009년과 2010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온전히 우연인 것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런 우연적인 만남이 있을 때 그것을 그 다음에

지속시키고 촉발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 힘이 균등하지 않을 때 밀고 당기는 에너지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런 의문으로 푸코는 어딘가로 물러나고 제 안에서 다른 생각들이 뭉글뭉글 피어나는

중이었습니다.



철학 시간에 즐거운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정독도서관에서 우리들 모임에 지원을 해주어서 고병권 샘을 모시고 두 번에 걸쳐서

니체 강의 들은 것이 인연이 되어서 수유너머에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지원 대상이 되었다고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선생님을 만나보도록 하면 어떨까, 거기까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도서관 예산이 줄어들어서 한 번 정도 가능한 액수이지만 한 번으로는 조금 부족한 듯하니

개개인이 십시일반해서 강의를 한 번 더 들어보면 어떨까 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답니다.



사실 지난 번 발제가 조금 남았던 조르바님 먼저 내용 이야기 하고 나서 제 차례가 와야 했지만

오랫만에 만나기도 했고 내용에 대해서 덧붙이는 말, 내용과 상관없이 의견을 내놓는 말, 이런 공부가

과연 우리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회의적인 의견에 이런 저런 점에서 사실 도움이 된다는 간증같은

분위기의 발언까지, 그렇게 하다 보니 요상한 수업이 되고 말았지만 사실 철학시간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더군요.



수업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소개된 영화에 눈길이 가서 한 장, 대부 옆에 붙은 포스터의 감독 작품을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어서 관심이 가서요.






노니님 소개로 오늘 새롭게 참석한 프리님, 저는 사실 키친 토크와는 인연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요

그녀가 프리님이라고 하자 아트마니아님 얼굴이 환해지면서 영광이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묘하게 소란스런 수업시간에 첫 발을 디뎌서 고개 갸웃했을지 모르나  점심 after까지 함께 한 그녀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키친 토크에 가서 그녀와 노니님의 글부터 읽어볼꺼나?

아니 그러면 일이 하나 더 늘어서 곤란하게 될까? 망서리게 되는 묘한 시간. 이것이 들뢰즈와 더불어

어제 오늘의 사건이로군요.제겐

그 날이 그 날같은 조용한 삶에도 늘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것.그것이 제겐 차이자체라고 말한 들뢰즈의

말과 연관해서 즐거운 상상이 끓어오르는 날이기도 하네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8.18 1:22 AM

    Romance (composed by Yuhki Kuramoto) - Cello ver. 달콤한 인생 OST

  • 2. intotheself
    '10.8.18 2:16 AM

    카루소님

    한 밤의 멋진 선물 , 감사,감사하는 마은 전해지고 있나요?

    이 곡도 이 곡이지만 비창과 월광, 틀어놓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는 중이랍니다.

    사실 자야 하는데 음악소리에 몸이 활짝 피어나고 있는 중...

  • 3. naness
    '10.8.18 5:10 PM

    정독 도서관은..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공간이지요
    올려주신 글 덕분에 다음주에 선재에 가서 저 영화를 보고 오렵니다

  • 4. 프리
    '10.8.18 5:17 PM

    intotheself님~
    어제... 뵈어서 반가웠어요..

    제가 사실.. 키톡에서만 주로 놀아서...ㅎㅎ 여기 이런 공간에 관심을 못 가졌는데..어제... 말씀듣고 들어와보니..여긴 또 이런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군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열심히 해볼까 합니다..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고....다시 뵐 땐..더 반갑게 만났으면 합니다^^

  • 5. 청미래
    '10.8.18 8:50 PM

    오늘 정독도서관 앞까지 갔다왔는데 인투님이 거기 계셨구나 하고 글을보니 어제였나보네요.^^
    딸아이 비자인터뷰있어서 같이 광화문 갔다가 인사동에 딸아이가 좋아하는 냉면집가서 냉면먹고 거기까지 올라갔었어요. 인사동은 가끔 갔다오는데 삼청동은 안 가봤다길래 딸아이가 좋아할 분위기라 구경을 시켜주려고 했는데 다른 볼 일이 많아서 담에 친구랑 갔다오라고 거기까지만 가서 길 일러주고 돌아내려왔답니다.

  • 6. 우담바라
    '10.8.18 9:10 PM - 삭제된댓글

    아, 정독도서관
    새벽 첫 시내버스를 부여잡고 경복궁을 지나 새벽을 가르며 뜀박질로 자리잡기위한
    몸부림을 치던곳
    점심시간 몇백원짜리 우동 한그릇을 먹기위해 길게 늘어서던 줄들

    가끔 서울을 가도 특별히 가보지못한 곳이었는데...
    반갑고 고맙네요
    이렇게 또 하루 추억에 잠겨봅니다.

  • 7. intotheself
    '10.8.19 8:10 AM

    naness님

    저도 저 영화 보러 가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는데요

    그 사진으로 누군가가 그 영화를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니 마음이 저절로

    기뻐지네요. 그렇다면 가끔 길거리에서 만나는 포스터에 눈길이 가면 담아놓고

    소개를 더 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절로 ...

  • 8. intotheself
    '10.8.19 8:12 AM

    프리님

    사실 저는 요리를 거의 못하다가 요즘에야 기본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서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얼어붙는답니다. 그래서 화요일 사람들의 반응에 놀라서

    감히!! 옆에 가서 말 붙이기도 어려웠지요. 그래도 용인 근처에 사신다는 말에 금요 모임에

    초대를 했는데, 그곳에서 보게 되든 철학모임에서 보든 조금씩 용기를 내어서 질문도 하고

    좋은 조언도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새로운 인연에 마음 설레는 것 ,느껴지시나요?

  • 9. intotheself
    '10.8.19 8:15 AM

    청미래님

    한 달 쉬는 모임인데 상당히 오래 된 느낌인 것을 보면 아네모 모임이 제게 주는 의미가

    느껴집니다. 9월 모임까지 숙제로 해가겠다고 미리 자수한 카메라 기능중의 한 가지

    그것을 숙지하고 가면 9월에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요?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의 사진에 관한 글을 읽다가 생활속의 고수라는 사람 한 명의 기사에

    눈이 갔습니다. 그는 사라져가는 골목 풍경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눈길을 끌어서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그렇게 일상에서 사진을 자신의 삶과 접목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네요. 청미래님이 카메라 바꾸고 나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진과

    만나는 모습이 보기에 아주 좋다는 것 아시는지요?

  • 10. intotheself
    '10.8.19 8:17 AM

    우담바라님

    저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서 정독도서관과는 철학모임때문에

    인연을 맺었는데요, 오고 갈 때 마다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으면

    그 곳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제겐 더 신선한 경험이랍니다.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우리가 지금의 우리만이 아니라 추억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란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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