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루니 수업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곳에서의 제 아이디는 연초록인데요 (intotheself만큼이나
제가 마음을 담아서 만든 아이디라서 소중하게 쓰고 있답니다. 초록이 아니라 늘 아직은 생성중인 느낌으로
생의 마지막까지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 연초록님, 루니 수업 다 끝나고 나면 스니카즈 후속 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월요일 밤 시간 가능하세요? 하고 동욱씨가 물어보더군요. 스니카즈가 뭐예요?
스피노자, 니체, 그리고 카프카를 공부한다고 합니다.
스피노자, 니체는 알겠는데 왜 카프카를? 그 의문은 어제 노마디즘 읽다가 풀렸지만 문제는 스니카즈가
생기는 것을 모르고, 제 나름의 후속 공부모임을 이미 마음에 찜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네이버로 들어가서 길담서원의 홈페이지에 접속한 날, 따뜻하게 맞아주신 서원지기 박성준선생님이랑
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불어로 책을 읽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그것도 꼭 월요일에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마치 쪽집게 점쟁이 같다고, 마침 그 곳에서 불어로 책읽기를 추진하기 위해 강의를 맡아줄
분과 이야기나누는 중이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월요일로 ,그렇게 강력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말이 없더니 (그동안 길담 서원의 사람들이 2주간의 유럽미술기행을 다녀오느라고 홈페이지가
조금은 조용하다가 15일에 드디어!! 불어모임에 관한 공지가 올라왔습니다.)끄세쥬란 이름으로 불어모임에
관한 공지글이 올라왔더라고요.

물론 일본어 번역 모임에 처음 갔을 때의 황당함처럼 이 모임의 글읽기가 제게 커다란 압박감을 주리란
것은 불보듯 뻔하지만 한 번 그렇게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힘을 빼고 오래 오래 함께 하면 된다고,그 사이에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통해서 배우다보면 어느새 저절로 내 힘으로 글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란 믿음,그러고보면 한 번의 경험이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예전의 저라면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하고, 그러고 나면 다른 한 가지에는 눈을 감아버렸겠지만
이제는 그렇다면 다른 하나는 온라인상으로 진척을 지켜보면서 따라가다가 다른 기회에 다시 접속하면
되겠지 하는 여유있는 생각도 가능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월요일 단 한 번의 세미나로 갑자기 열려버린 세계, 그래서 언젠가 진중권의 교수대위의 까치 출간후
출판사에서 독자와의 대화라고 해서 마련한 자리에 참석했다가 선물로 휴머니스트에서 골라왔지만
어려워보여서 손대 못대고 있던 이진경의 노마디즘을 어제는 하루 종일 시간나는대로 읽다가 하루가
다 지났답니다. 이 책을 이렇게 재미잇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역시 수유너머와의 만남 덕분인데요
그래서 이 세상에 그냥 오는 것은 과연 무엇 하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기도 했지요.

아주 두꺼운 노마디즘 두 권, 이 책은 이진경이 읽은 들뢰즈 가타리의 천의 고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장에 그저 박혀 있을 때는 물체에 불과했던 이 책이 손에 잡는 순간, 이야기,이야기의 광장에 초대받은
기분이더라고요.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어딘가 목적지가 없더라도 그 안에서 초대받은 자로서 맘껏 즐기면서
만날 수 있는 능력만큼 만나보고 싶습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나, 그동안 고민하다가 답을 못 얻고
멈추어 있던 것들에 대한 것, 혹은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그런가 다시 뒤집어 생각해보고 싶은 것

자신의 삶에 뭔가 균열을 내서 다른 각도로 살아보고 싶다거나, 균열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길을 만나는 창조적인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스니카즈 혹은 끄세쥬라는 모임소개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