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하루 종일 뒹글면서 빈둥빈둥 놀고 싶었지만 (정말 오랫만에 아무런 약속이 없었던 날이라)
그녀의 영화선택이 탁월해서 만나기만 하면 서로 그동안 무슨 영화를 보았나 소개하는 한지황씨의
목소리가 문득 생각났습니다.프로포즈,왜 그렇게 평점이 좋은지 보니까 알겠더군요.
기회있으면 보실래요?
햇살 가득한 마루에 누워서 음악들으면서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 영화관에 갔습니다.
간 김에 영화를 두 편이나 보고 왔지만 그 날따라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두 편이나 남아서
결국 토요일 아침 또 길을 나섰지요.
이틀을 연속 영화관에 간 적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어라,그리고 보니 또 처음 있는 일이 있었던 셈인가요?
마이 시스터즈 키퍼,책으로는 쌍둥이별이란 제목으로 번역이 된 것이었는데
제 경우엔 이상하게 책에 몰입이 되지 않아서 (그 당시 더 손에 가는 책들이 여러 권 밀렸던 탓인가
아니면 당시엔 그 주제가 마음을 끌어당기지 않아서였을까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영화로는 어떨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들어선 극장,아뿔사 토요일,학생들이 영화관에 오는 날이었지요.
조조관인데도 아이들이 웅성웅성거려서 시간선택에 후회를 했으나
이미 늦은 일,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 아이들의 서로 주고받는 시끄러운 대화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순간 마음을 바꾸어먹었습니다.이런 드문 기회에 이야기를 즐거운 기분으로 들어볼까?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돌림노래처럼 퍼지면서 영화관의 분위기는
묘하게도 신선한 기운으로 가득했습니다.
집으로 걸어오던 중 파리바게뜨 앞에서 커피를 들고 앉아서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서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가까이에서 사람을 찍는 일은 아무래도 결례라는 생각이 들어
망서리게 되더군요.그래도 유혹에 져서 한 컷 살짝 찍었습니다.
평소엔 잘 가지 않는 길을 택해서 걷고 있는데 꽃집앞에 진열된 해바라기가 눈길을 끄네요.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BBC의 고흐를 보아서일까요?
고흐의 캔버스안의 해바라기,화단에 심어진 해바라기,그리고 꽂집의 해바라기,이상하게 대조되는 이미지가
눈에 들어와 찍어본 해바라기입니다.
영화를 보는 시간 그 자체도 좋지만 이렇게 오고 가는 길 걸어가면서 만나는 풍광들을 카메라에 담는 일도
즐거운 기대를 갖게 하는 시간이 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