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이란 부제를 달아 떠난 길이었다면 온통 가을로 물들어가는 절정의 여행길이었겠지만
스물 다섯해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온 네가 못 다핀 한 송이 가을 국화같아 외숙모는 서럽다.
경부야!!
먼 길 편히 잘 가거라.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치열하게 살면서 공부하지않아도 되는 그런 곳에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너와 나의 인연은 시누이의 아들과 외숙모..
옷깃만 스쳐도 억만겁의 인연이 있다고들 한는데 외숙모와 넌 더한 세월의
깊이가 있다고 믿고 싶다.
뭐 그다지 잦은 만남이 없었다면 외숙모 역시 그냥 시누이의 아들...이 정도였을것 같다.
그런데 정이 많고 깊은 넌 외갓집에도 자주 왔었고, 그리고 이렇게 갈려고 그랬든지
올 6월에 바람처럼 찾아 들었지..
굉음을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무장을 한 웬 젊은 남자..(외숙모눈에..)
순간 외숙모는 몸을 움츠렸다.
낯 선 남자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집을 둘레 둘레 살피고 있었다.
넌 그렇게 외숙모 시골 들어오고 처음 온 외가집이 많이 변해 있어 이곳 저곳을
살피고 있었는데 외숙모는 너의 이런 모습에 도둑으로 오인하였다.
나의 짧은 물음에 헬멧을 벗고..환한 웃음으로
라고 웃던 녀석..
그리고 점심 때가 훨씬 지나서였는지 배고프다고 밥 좀 달라면서 맛나게 그릇들을 비워 내던 녀석.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 학교를 휴학하고 열심히 일터에 뛰어 들어 복학를 꿈꾸던
네가 그렇게 허무하게 갈 줄이야..
그것도 그렇게 가는 먼길을 네 부모님이 아닌 이 외숙모 앞으로 네 길을 알리고 떠날줄이야..
오토바이 위험한데 그걸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반가움보다 잔소리를 늘어놓던 내마음을 네가
너무 늦게 알았더냐?
건조한 네 일상에 한자락 시원한 바람이고싶어 여행을 한다면서 외숙모말을 일축하던 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네가 숨을 거두었다는 간호사의 그 말이 들리는 듯 몸이 떨린다.
경부야!!
얼마나 살고 싶은 네 젊음이었기에 눈도 감지 못하고 갔더냐..
그러한 네 눈을 감기면서 보내는 네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떠하였을까?
사람이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가 보다.
널 보내고 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더 외숙모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되새겨진다.
그리고는 잘 사는것 보다는 사람답게 사는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지는 날이기도하다.
평생 삶이 보장되는것처럼 살던 날들이 슬며시 무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널 떠나보내는 그 길 앞에 많은 네 친구들을 보면서 네가 결코 짧은 생이었지만
헛되이 보내지않았음을 우리 가족들은 알았다.
네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준 친구들에게 네 엄마는 정말 감사했다.
네가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그 시간 밖에서는 강한 바람 한 줄기가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떨어져 아무렇게 나뒹구는 피빛가을을 널 보낸 우리 마음인 냥 휩쓸고 지나간 바람 한 줄기..
가족들에게 보낸 네 마음이라 여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네 이름 석 자를 불러본다.
잘 가거라 !!...그리고 편히 쉬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