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조카를 떠나보내면서..

| 조회수 : 3,121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8-10-27 11:37:21
너를 먼 길 보내는 그 길은 네 엄마의 서러움만큼이나 붉디 붉은  피빛 단풍이 절정이었다.
가을여행이란 부제를 달아 떠난 길이었다면 온통 가을로 물들어가는 절정의 여행길이었겠지만
스물 다섯해를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온 네가 못 다핀 한 송이 가을 국화같아 외숙모는 서럽다.

경부야!!
먼 길 편히 잘 가거라.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치열하게 살면서 공부하지않아도 되는 그런 곳에
다시 태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너와 나의 인연은 시누이의 아들과 외숙모..
옷깃만 스쳐도 억만겁의 인연이 있다고들 한는데 외숙모와 넌 더한 세월의
깊이가 있다고 믿고 싶다.
뭐 그다지 잦은 만남이 없었다면 외숙모 역시 그냥 시누이의 아들...이 정도였을것 같다.
그런데 정이 많고 깊은 넌 외갓집에도 자주 왔었고, 그리고 이렇게 갈려고 그랬든지
올 6월에 바람처럼 찾아 들었지..
굉음을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무장을 한 웬 젊은 남자..(외숙모눈에..)
순간 외숙모는 몸을 움츠렸다.

낯 선 남자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집을 둘레 둘레 살피고 있었다.
넌 그렇게 외숙모 시골 들어오고 처음 온 외가집이 많이 변해 있어 이곳 저곳을
살피고 있었는데 외숙모는 너의 이런 모습에 도둑으로 오인하였다.

나의 짧은 물음에 헬멧을 벗고..환한 웃음으로
라고 웃던 녀석..
그리고 점심 때가 훨씬 지나서였는지 배고프다고 밥 좀 달라면서 맛나게 그릇들을 비워 내던 녀석.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 학교를 휴학하고 열심히 일터에 뛰어 들어 복학를 꿈꾸던
네가 그렇게 허무하게 갈 줄이야..

그것도 그렇게 가는 먼길을 네 부모님이 아닌 이 외숙모 앞으로 네 길을 알리고 떠날줄이야..
오토바이 위험한데 그걸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반가움보다 잔소리를 늘어놓던 내마음을 네가
너무 늦게 알았더냐?
건조한 네 일상에 한자락 시원한 바람이고싶어 여행을 한다면서 외숙모말을 일축하던 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네가 숨을 거두었다는 간호사의 그 말이 들리는 듯 몸이 떨린다.
경부야!!
얼마나 살고 싶은 네 젊음이었기에 눈도 감지 못하고 갔더냐..
그러한 네 눈을 감기면서 보내는 네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떠하였을까?
사람이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지는가 보다.
널 보내고 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더 외숙모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되새겨진다.
그리고는 잘 사는것 보다는 사람답게 사는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지는 날이기도하다.
평생 삶이 보장되는것처럼 살던 날들이 슬며시 무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널 떠나보내는 그 길 앞에 많은 네 친구들을 보면서 네가 결코 짧은 생이었지만
헛되이 보내지않았음을 우리 가족들은 알았다.
네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준 친구들에게 네 엄마는 정말 감사했다.

네가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그 시간 밖에서는 강한 바람 한 줄기가 휩쓸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떨어져 아무렇게 나뒹구는 피빛가을을 널 보낸 우리 마음인 냥 휩쓸고 지나간 바람 한 줄기..
가족들에게 보낸 네 마음이라 여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네 이름 석 자를 불러본다.
잘 가거라 !!...그리고 편히 쉬렴 ~~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여진이 아빠
    '08.10.27 2:04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 진냥
    '08.10.27 3:28 PM

    저도..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힘내세요

  • 3. oegzzang
    '08.10.27 3:40 PM

    사랑하는 조카를 그렇게 떠나보내셨군요.....
    올해는 유난히 젊은이들이 우리곁을 떠나 너무 안타까와요.

    고인도 어깨의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고 그곳에서 편히쉬시길 빕니다.

  • 4. teamolady
    '08.10.27 7:47 PM

    싸늘한 가을의 찬 바람이 스산함을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별이엄마
    '08.10.27 8:57 PM

    절로 숙연해집니다.
    짧은 생을 살다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잘사는것보다는 사람답게 사는법을 .....
    맞아요 !!!사람이라고 다~ 사람답게 사는건 아닌가 봅니다.
    찬바람이 불면 더욱 더 가슴이 시리게 느껴지는날.....
    조카를 사랑한 마음이 절절이 녹아있네요.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요

  • 6. 돌담틈제비꽃
    '08.10.27 10:34 PM

    어쩌면 좋아요.
    사랑하는 이를 보낸 사람은 이마음 느껴지겠죠.
    절로 눈물이 나네요.
    국화꽃으로 다시 필 청춘이 되길...
    시골아낙님... 힘내세요.
    그리고 슬퍼하고 있을 분의 힘이 되어주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7. 시우랑 함께
    '08.10.27 11:28 PM

    아마 그리도 원하던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8. 스위트피
    '08.10.28 12:04 A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9. 앗싸라비야
    '08.10.28 12:14 AM

    글 속에 저와 같은 사연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 10. intotheself
    '08.10.28 12:41 AM

    살아있는 사람의 인연은 필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수명을 다 누리지 못했을 경우,이별은 늘 애달프지요.

    마음속의 기억으로 오래 남을 조카와의 인연,그 아이의 부모에게 힘이 되어 주시는 것이

    필요한 시기일 것 같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1. 카루소
    '08.10.28 1:30 AM

    경부님의 명복을 빕니다.

  • 12. 똑순이엄마
    '08.10.28 9:23 A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3. 수짱맘
    '08.10.28 9:36 A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4. 시골아낙
    '08.10.28 10:28 AM

    조카를 떠나 보내는길과 돌아오는 길에 웬 단풍은 그리도 붉은지..
    아들을 떠나보낸 형님과 조카를 떠나 보낸 가족들의 절절한 마음과도 같았습니다.

    인사 남겨주신 모든 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저 부모가 주는 돈으로 공부를 한 녀석같았으면 이렇게 마음이 쓰이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부모의 어려움을 알고 원망없이 혼자 씩씩하게 제 갈길을 가다 당한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낮에는 백화점에서 밤에는 아이들 가르치면서 꼭 필요하여 오토바이를 구입한게..
    올 6월에 외할머님과 친할머님을 뵈려 다니는 이 녀석을 보면서 전 알았나 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오토바이를 처분하라고 하였는데 복학하면 처분한다고..
    그 복학기간이 얼마 남지않았는데..그만 다른사람의 부주의로 먼 길 떠난 조카이네요.
    가는 날에도 방금 산 새 책 한 권이 가방에 담겨줘 있어 우리들을 더 슬프게 하였습니다.

    외숙모로써 짧은 생이었지만 다른이에게 이런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다는것을
    알리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음악주신 카루소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더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모든 님들께..
    경부가 웃음 남기고 떠날것 같습니다.

    시골아낙도 마음 추스릴것 같습니다.
    형님께 오늘도 전화 한 번 넣어봐야겠습니다.

  • 15. 미실란
    '08.10.28 12:16 PM

    마음 많이 아팠습니다. 고인의 명복보다 남은 부모님 빨리 마음과 몸 안정 찾길 바랍니다. 젊디 젊은 청년 바로 우리 미래인데...다시한번 위로의 말씀전합니다. 이동현

  • 16. 산책(승원 맘)
    '08.10.28 12:35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7. 상구맘
    '08.10.28 12:39 PM

    고인을 본적도 없는 제가 님의 글을 보고 가슴이 에이고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는데
    님은 얼마나 큰 아픔으로 남겠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외숙모에 대한 따뜻함을 안고 갔으리라 생각됩니다.

  • 18. 요리가좋아
    '08.10.28 1:29 PM

    꼭 좋은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9. 밍크밍크
    '08.10.28 1:47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 20. 훌훌
    '08.10.28 1:53 PM

    가슴이 먹먹하네요.
    그래도
    많은 이들의 추억과 바램이 이러하니
    먼 길 떠나는 님의 발걸음 또한 어둡지만은 않으리라 믿어요.

    아드님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이 가을이 좀더 빨리 가벼워지길 빌어봅니다.

  • 21. 해바라기s
    '08.10.28 2:31 PM

    가슴이 아픕니다..
    아낙님 힘내시고 건강챙기세요..

  • 22. 행복밭
    '08.10.28 3:17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또 다시 한 해를 마감할 때가 온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한데 영원한 이별을 맞이하다니
    찬 바람이 시리디 시리고 서글프겠어요. 슬픈 마음을 빨리 진정시켜야 될텐데요.정말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다 간 한 청년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운데 시골아낙님과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미어질까요?

  • 23. 수산나
    '08.10.28 3:23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4. 지노맘
    '08.10.28 5:57 P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5. 웬디
    '08.10.28 6:28 PM

    더 좋은 곳에 있을거에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먼저가버린 막내동생이 생각나네요...

  • 26. 캔디
    '08.10.28 6:58 PM

    시골아낙님!!! 그런아픔이...
    그래요.. 치열한싸움이없는곳에서 편히지낼겁니다...
    고인의 명복을빌면서 시골아낙님도 건강신경쓰세요..
    촌장님도 추운겨울에 감기드시지않게 조심하시구요..
    조카와 외숙모의관계도 이리아픈데...자식잃은어미의맘은...

  • 27. 나비야~
    '08.10.29 11:30 A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8. 잠오나공주
    '08.10.29 11:35 A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9. 지혜심
    '08.10.30 5:31 PM

    아직 한창인데 넘 가슴아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0. 녹차잎
    '08.10.30 9:10 PM

    삶이 슬퍼요. 어느 순간 덜컥 하는 순간이 잇죠. 덜컥,,,. . 그러한데 왜이리 삶은 어렵고 무거운지. 감당하기 힘든 무엇이 있는건지.

  • 31. 쫄라맨
    '08.10.31 9:17 AM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2. 송유진
    '08.10.31 11:38 PM

    너무 슬프네요.
    하늘 나라에서 부디 편히쉬기를 기도합니다.

  • 33. 시골아낙
    '08.11.1 3:47 PM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쁜 수확기라 일일이 인사 드리지 못하고 이 글로 대신합니다.
    어제 짬을 내어 밤 늦게 형님내외분 뵙고 새벽에야 왔습니다.

    의외로 두 분께서 마음의 평정을 찾으신 듯하여 조금 마음 놓였습니다.
    형님내외분께 이 글을 보여 드리니 얼마나 제 손을 잡고 우시는지..
    형님이 보지 못한 아들의 작은 부분을 보았다시며..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더 관심가져주시는 우리회원님들이 되셨음하고 바라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0201 어마어마한 교통사고 현장 ㅠㅠ 8 기현맘 2008.10.30 2,551 25
10200 과천의 가을...... 6 시간여행 2008.10.30 1,640 35
10199 허우적 거리고 있는 제게 "자랑스런 전남인상"을 주셨습니다. 7 미실란 2008.10.30 1,742 75
10198 귀농 일기 2 cicillia00 2008.10.30 1,599 12
10197 power vs force 3 intotheself 2008.10.30 1,843 156
10196 나 보기가 역겨워 사투리 버전....ㅋㅋㅋ 5 시간여행 2008.10.29 1,582 33
10195 사진 한 장 올려요 5 백구 2008.10.29 1,425 11
10194 천관산 억새산행 11 방글 2008.10.29 1,677 34
10193 이 음반-great concertos 4 intotheself 2008.10.29 1,444 121
10192 북한산 숨은벽-산성계곡 단풍 감상 2008-10-26 3 더스틴 2008.10.29 2,054 74
10191 독해력의 중요성 5 intotheself 2008.10.29 1,755 170
10190 단풍보고 싶어요 추천좀해주세요 1 밀물처럼 천천히 2008.10.28 928 47
10189 구봉산의 가을 아침 ~~~~~~~~~~~~~~ 2 도도/道導 2008.10.28 1,147 45
10188 기억 할게요... 24 카루소 2008.10.28 3,664 113
10187 귀농일기-* 3 cicillia00 2008.10.28 1,428 11
10186 피로하지만 뿌듯한 4 intotheself 2008.10.28 1,689 139
10185 북한산 노적봉과 단풍산행 스케치 2008-10-25 2 더스틴 2008.10.27 1,590 87
10184 전북 순창 강천산 단풍 스케치 8 더스틴 2008.10.27 2,033 65
10183 조카를 떠나보내면서.. 33 시골아낙 2008.10.27 3,121 51
10182 수업중에 만난 마음에 새길 말 1 intotheself 2008.10.27 1,717 199
10181 약초산행 4 금순이 2008.10.27 1,394 36
10180 빨래하는날이면 뭉치는 변신을....^^ 11 oegzzang 2008.10.27 2,415 55
10179 시골 풍경 ~~~~~~~~~~~~~~~~~ 8 도도/道導 2008.10.26 1,261 59
10178 카루소님^^ 노래 한 곡 신청할께요^^ 9 으니 2008.10.26 7,241 1,349
10177 돌연변이 코스모스 2 늘청년 2008.10.26 1,06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