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함께 공부해온 중학교3학년 남학생이 있습니다.
원래 과학고를 목표로 공부하던 그 아이는 내신성적에서
국어과목이 어려워서 결국 과학고를 포기하고 외고준비를
하면서 만나게 된 아이인데요,아무리 권해도 책읽기를
싫어하고 그저 문제집만 푸는 것입니다.미스테리로구나
혼자서 이상하게 생각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말쯤 되자 고등학생중에서 영어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은 거의 다 풀게 되었고
그렇다면 텝스준비를 하자고 시작한 공부,거기서 드디어
아이는 독서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되었지요.
단어를 찾아서 읽어도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노라
하소연을 하면서 미리 그 내용에 대한 보조자료를
찾아주시면 읽겠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지문에 초현실주의,혹은 세잔,산업혁명
세계화,자본주의의 문제,이런 식으로 무차별적으로
다양한 지문이 나오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입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일부러 빌려달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인데
오늘 수업중에 나쁜 사마리아인은 재미있어서 세 번이나
읽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혹시 너 통계나 경제쪽에
관심이 있니?
그렇다고 하네요.
사실은 카이스트의 경제학과에 가고 싶지만
국어과목이 어려워서 이과공부해서 그곳에 가려고 한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웃으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과에서도 국어는 똑같은 조건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른 아이들도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가고 난 다음,외국에서 살다와서 영어를 제법
어려운 책으로 공부하지만 막상 (그 아이는 중학교 일학년인데요)
개념이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여학생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책읽는 일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영어책 읽는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란다.

우리 아이가 나이에 비해서 어려운 영어를 한다고
기특해하고,더욱 더 잘하도록 밀고 있는 부모라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 바로 이런 불균형인데요
과연 내용을 모르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소화불량이 되지
않을 것인가,그래서 언젠가 이제는 모르겠다,지겨운 언어
이렇게 평생을 친구처럼 써야 할 언어에 대해서
고민하는 싯점이 오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독해력에 비해서 너무 어려운 책을 읽는 일은
그것이 한글이건 다른 언어이건 잘못하면 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그것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을 잘 지켜보면서
책나이에 맞는 책을 소개하거나,함께 읽기
아니면 도서관에서 책을 스스로 책을 빌려오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서점에 들러 아이가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것
이런 식으로 책과 가까이 하는 것이야말로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역시 책을 읽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신음소리가 나지 않는 지름길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에 있는 셈인데요
어떻게 하면 그 괴리를 줄일 수 있는지 그것이 문제로군요.
우리집에서도,수업으로 만나는 아이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