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음반점에 갑니다.무슨 음반이 새로 나왔나,그리고
무엇을 구할 수 있을까하고요.
언젠가 고속버스 터미날에 갈 일이 있을 때 들른
신나라 레코드에서 great concertos라는 제목으로 10장이
들어있지만 아주 비용이 저렴한 음반을 구했는데요
듣고 싶은 음악들이 주렁주렁 들어있어서 가끔씩
한 장씩 넣어놓고 누워서 듣고 있으면 저절로 몸이 깨는
경험을 하곤 하지요.
오늘은 모짜르트,쇼팽,빌라 로보스의 곡이 들어있는
음반을 골라서 수요일 아침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제 밤의 일이 떠오르네요.
밤에 집에 들어오니 보람이가 엄마가 온 기색에 방에서
엄마 왔는가 확인하는 소리만 지르고,나오지 않길래
들어가보니 뭔가 쓰느라 바쁩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어보니 ETS에서 주는 장학금을
신청해본다고 지원서를 쓰고 있는 중이더군요.

사실 전국에서 7명을 선발해서 4000달러를 지급하는
그런 장학금이라 확률상 거의 가망성이 없는 것이라
처음 상의했을때 과연 받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라고 말을
했었기 때문에 포기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꼭 성적만이 아니라 (토익과 다른 점수를 받은 것이
있으면 추가로 기입하는 것) 지도교수 추천서,그리고
교내외 활동을 지켜본 가족이외의 추천서가 합쳐지는
것이니 한 번 해보겠노라고 하더니 정말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포기하라고 말렸던 제가 부끄러워졌지요.
왜 시도하는 것 자체를 칭찬하지 않았을꼬.

다 쓰고 나서 영어표현에 어색한 것이 있는지 고쳐달라고
들고온 기록을 읽고 있자니 정신적으로 많이 자란 아이가
그 안에 있었습니다.
영어표현자체도 대학에 들어갔던 당시에 비해서 많이 늘어서
어,이제 제법 자연스럽게 쓰네,조금만 노력하면 글이 더
좋아지겠다고 격려할만큼 늘었더군요.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란에 엄마이야기를
썼길래 놀랐습니다.
왜 그랬는가 물어보니 반은 진심이고 반은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주어서 장학금을 받고 싶었노라고 말해서 웃었는데요
보통의 엄마가 해주는 일들에는 서툴지만 열심히 살아서
자신에게도 정신차리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면에 대해서 부각을 해놓았는데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열린 정신에 대한 기록을 해 둔 것을 보고 아,아이들도
엄마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 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일종의 무력증일까 고민하게 만들던 아이가 조금씩 자라서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갑자기 눈물이 울컥 하던 순간이
기억나네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들,이제 다른 한 아들의 성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그래도
기다리는 것이외에는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요? 가능하면 즐거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