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우 몸살인데, 모두들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전에 비바람에 쓰러진 콩 일으켜 세우고,
오후에는 수수 돌보려 했는데 비가 또 오는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기른 국수호박으로 국수 만든 이야기 올려봅니다.

지난 봄, 노은의 하나어머니께서 국수호박이라며 모종을 몇 주 나누어주셨습니다.
모양은 호박 모종 같은데, 처음 듣는 거여서 어떻게 먹느냐고 어쭈었더니 그러시더군요.
"우리도 처음이라 모르겠어요. 호박에서 국수가락이 나온다네요."
우리는 국수호박을 닭장 앞에 심었습니다.
마디호박도 심고, 토종호박도 심었는데, 국수호박이 그 중 제일 잘 자랐습니다.
호박이 달리기도 다른 것보다 빨라, 처음에는 애호박만큼 커진 녀석을 찌개에도 넣고,
부쳐먹기도 했습니다.
위아래로 동그란 것이, 맛은 토종호박이나 마디호박보다 조금 덜한 것 같았지요.
그래서, 커지는 데까지 놔두기로 했습니다.
국수호박은 무럭무럭 잘도 커졌습니다.
작은 수박만한 것이 차츰 노란 색이 돌기 시작하면서 껍질이 아주 단단해졌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하나네도 묻고 인터넷도 뒤져 나름대로 조리법을 결정했습니다.

일단, 잘 익은 국수호박을 반으로 갈랐습니다.
가로로 가를까, 세로로 가를까 망설이다가 길게 갈랐습니다.
첫번째 실수!
여기서 과연 국수가 나올까, 확신이 도통 서질 않았습니다.

씨를 파냈습니다.
씨 주위의 물렁한 부분도 파냈습니다. 거기에서는 국수가 아무래도 나올 것 같지 않았지요.
파면서,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살이 부분적으로 국수가락처럼 일어났습니다.
아, 되겠다! 싶었습니다.

물을 넉넉히 넣고 삶았습니다.
15분 정도 삶았습니다.

호박이 워낙 커서 반으로 가른 것도 한손으로 요리하기에 벅찼습니다.
다시 반으로 가르려고 보니, 세상에! 살이 저렇게 국수가락이 되어 있었습니다.

찬 물 속에서 껍질을 살살 누르면 국수가락이 나옵니다.
마침 남편이 집을 비웠기에 현장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국수가락입니다.
채에 받혀 물기를 거둡니다.

시원한 냉면 육수를 만들어 호박국수 사리 위에 사르르 부었습니다.
앞밭에서 딴 방울토마토도 올려놓고 오이도 채썰어 올려놓았습니다.
호박국수의 특징은 무르지 않고 사락거린다는 겁니다.
사각사각, 씹는 맛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시원했습니다.

비빔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 비빔 국수로도 만들었습니다.
식초 조금 넣고 빨갛게 비볐더니, 그 맛도 썩 꽨찮았습니다.

다음날 콩국수를 만들 작정이었기에 국수호박을 1/4 남겨두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거둔 메주콩에 잣도 조금 넣었더니, 아주 고소한 콩국물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호박국수 사리를 퐁당 띄웠습니다.
맛이요?
말도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