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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 이야기2

| 조회수 : 893 | 추천수 : 2
작성일 : 2025-08-24 05:23:34

 

지난 일요일 어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외할아버지 묘소에

성묘를 가셨습니다.

 

모두 말렸지만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수는 없었어요

아마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외할아버지와의 만남을

어머니는 병원에서부터

준비하고 계셨나 봅니다

 

 

 

어머니는 작년 가을

간암 선고를 받으셨습니다

 

혼자병원에 가서

그이야기를 듣고

병원 문을 나설 때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러 가슴이 뛰었다던

어머니.

 

오는 길에

평소에 먹고 싶던 것이나

마음껏 먹어야지 결심하고

과일을 고르셨다는데

결국 손에 쥔 것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썩고 뭉그러진

떨이 복숭아 한 바구니. 

 

 

 

평생을 가난 속에

내핍과 절약으로 살아오셨기에

그 순간에도 비싼 과일은

손이 떨려 살 수 없었던 어머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맨손으로 올라온 서울.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막내 동생을 등에 업고

어머니는 남의 일을 나가셨습니다.

 

그때 우리가 매일 먹은 것은

퉁퉁 불은 수제비였어요.

하루 종일 먹을 수제비를 끓여놓고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면

밖에서 놀다가 들어와

오빠와 함께 싸늘하게 식은

수제비를 떠먹었지요. 

바람 부는 한강변에 나가 캐어온

 꽁꽁 언 달랑 무로 담근 김치가

유일한 반찬이었습니다.

 

 

 

그렇게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한 끝에 장만한 우리 집.

포도나무가 울창했던 

그곳에서 콩나물국 아니면

우거지국으로 세끼를 다 때워도

마냥 행복했던 시절.

그때가 아마

어머니 일생의 절정이 아니었을까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가 끝난 어느날

그 집마저 경매로 넘어가

단칸 월세 방으로 이사 가던 날,

어머니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단칸방에서 다시 집을 사고

우리 사 남매 모두 대학 졸업을 시키기 까지

어머니가 흘린 땀방울, 그건 땀이 아니라 눈물이 아니었을까요.

 

 

어머니 같이 살지는 않겠다고

소리치며 어머니가 반대한

결혼을 한 나.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온 길과

너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라곤 합니다.

 

가난한집 맏며느리로 시집와

시동생 둘 대학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내가 입은 옷은

동생들이 준옷이 대부분이고,

아이들 옷도 친지들에게 물려받아 입혔지요.

 

 씽크대도 냉장고도 장롱도

우리 집에는 돈 주고 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온몸으로 내게 삶의 교훈을 보여준

어머니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음을 느끼고 있는데…….

 

작년 가을 이후

어머니는 나날이 쇠약해져 갔습니다.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일을 반복했고,

이젠 속이 울렁거려

아무것도 잡수시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외할아버지.외할머니 묘소를 다녀오셨습니다.

오는 길에 밤도

따오셨다며 활짝 웃으시는

어머니

 

어쩌면 어머니는

이렇게 하나하나

우리 곁을 떠나실 준비를

하고 계신 것은 아닐런지요...

 

어머니 가슴만

아프게 해드리고 떠난 맏딸로

아직 어머니에게 보여드릴

그 무엇도 없는데

어머니는 굳게 잡았던

내손을 놓으려 하시네요.

 

 

어머니, 아직 떠나시면 안돼요.

어머니가 눈물로 키운 어린 묘목이

아직 큰 나무로 자라지 못했는데

이렇게 삶을 정리하고 떠나시면

남은 저는 어떻게 하나요.

잠시만 더 곁에 계셔주시면

자랑스러운 딸이 될 것만 같은데…….

내년도 후년도

어머니가 곁에 계셔주시리라 믿으며

글을 맺습니다.

 

 

 

ㅡ 내가 쓴 이글을

머리맡에 두시고

읽고 또 읽으시던

어머니는 딱 1달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빠르다면 빠른 나이  향년65세.

 

올해는 살아계시면 

어머니 연세 88세가 되는 해입니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남편 퇴직이후 

10여년  어려운일들을 

겪으며 나보다

힘든일이 더 많았던

어머니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그래 온식구 목숨줄인

양담배목판 목에 매고

달리고 또 달렸던

엄마처럼 강하게 살자.

결심하고 세상과 싸웠지요.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잘살았다

칭찬받는 딸이 되고 싶습니다.

 

엄마. 엄마. 엄마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요리보고
    '25.8.24 6:51 AM

    은하수님 어머님처럼 저도 강한 엄마가 되야겠어요.
    밤이 넘 반질반질 이뻐서… 어머님이 따오신 밤일까요?
    포도 열매를 보면 은하수님이 은하수님 어머님이 생각날꺼 같아요.
    잘지내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할께요!!

  • 은하수
    '25.8.24 6:56 AM

    그엄마의 그딸이란 소리 들으며
    살겠습니다.
    포도 하면 은하수의 사모곡 떠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 2. 은하수
    '25.8.24 6:54 AM

    엄마가 좋아했던 들꽃을 한아름 꺽어
    엄마에게 바칩니다.
    해마다 다시 피는 들꽃처럼
    엄마도 다시 피면 얼마나 좋을까요

  • 3. 피어나
    '25.8.24 8:23 AM

    은하수님의 글을 읽고 또 읽으시며 따스하샸을 어머님의 나날을 떠올려봅니다. 그래도 코가 맵고 마음이 아프네요. 하루하루 감사히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은하수
    '25.8.24 9:29 AM

    몇번이고 읽고 읽고
    어머니의 마지막날 위로가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 4. .
    '25.8.24 11:13 AM

    아..눈물 나..

  • 은하수
    '25.8.24 11:14 AM

    댓글 감사합니다.

  • 5. 2것이야말로♥
    '25.8.24 1:31 PM

    기다렸어요~!!!!

    역시 오늘도 눈물콧물 다 흘리며 읽어내려왔네요.
    그심정. 우리엄만 이보다 더한일도 겪었지.
    이심정. 저도 압니다.
    옆에 계시다면 안아드리고 싶어요.

  • 6. 뭉이맘14
    '25.8.24 1:52 PM

    테라스에서 키우신 포도나무에 이런 사연이 있었네요.
    23년전 하늘로 가신 어머님을 절절하게 기억하며 쓰신 사모곡. 당분간 포도 볼때마다 기억 날거 같아요.
    강인한 어머님과 그 어머님을 가슴 깊이 새기긴 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 캔디
    '25.8.24 1:53 PM

    기쁘게 한껏 부플어 오르고 보니 곁에선 부모가 바짝 쪼그라든채 웃고 있었다(권애란)
    오늘 읽은책에 있는 구절입니다
    저는 작년 10월 아버지를, 올 5월 어머니를 여위었습니다
    그럭저럭 잘 사는듯 보이지만
    이렇듯 혼자 있을때 가슴속에 폭풍같은 설움이 밀려옵니다
    님, 어머니가 편안해지셨기를 기도드립니다

  • 8. hoshidsh
    '25.8.24 2:02 PM

    존경스러운 어머님께서는
    하늘나라에서 포도나무 키우시면서 은하수님을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아요.
    반들반들 빛나는 껍질이 탱글탱글한 속살을 감싼 포도알처럼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충실한 인생이었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린 나이에 가장 역할을 해 낸 것에 이어
    자녀분들을 훌륭히 키워내신 어머님..
    마지막 줄에서
    엄마를 부르는 그 마음이 너무나 애절하여 눈물이 맺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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