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광천 구운 김을 사서 먹었는데요,
우연히 한살림 김을 사다가 구워 주었더니 아이들이 훨씬 잘 먹더라구요.
그 이후론 쭈욱 김을 굽습니다.
오늘 문득 김을 굽다가 문득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에 목이 메이네요.
제 김구이 경력은 삼십년은 된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고학년 시절부터니까요...
아침에 일어나 그날 먹을 김을 엄마가 얼른 기름을 소금을 뿌려 주시면 저는 후라이팬에 김을 구웠습니다.
엄마는 직장엘 다니셨는데도 꼭 그날 먹을 김은 그날 구우셨습니다.
지금의 저는 꿈도 못꾸지요.ㅋㅋㅋ
엄마는 행동이 느린 언니 보다는 뭘 시켜도 빠릿빠릿한 저를 더 많이 집안일을 시키셨는데 김도 제가 맡은 집안 일중의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들기름을 발라 김을 구우면 그 냄새가 정말 입에 침을 고이게 했더랬는데...
다른 반찬 없어도 들기름 발라 구운 김만 있으면 밥한그릇 뚝딱 해치우는건 문제가 없었지요..
결혼을 해서도 김은 제손으로 꼭 구웠습니다.
시아버님이 참 좋아하셨기때문이지요.
물론 엄마처럼 그 날 그날 굽지는 않았지요.
제가 출근한 뒤 낮에 혼자 점심을 드셔야하는 시아버님이 드실 밑반찬이 꼭 있어야 했기에 김은 떨어뜨리지 않고 꼭 김통에 넣어두었지요.
그러다가 시아버님이 돌아 가신 후론 김을 굽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집안일을 쉬운쪽으로 하다보니 김도 맛있는 김을 찾아서 사먹게 되더라구요.
그리곤 10년이란 세월이 지나 이젠 제 아이들을 위해 제가 김을 굽습니다.
들기름향을 싫어 하는 아이들때문에 비록 참기름을 발라 굽지만 제 손으로 구운 김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참 마음이 뿌듯합니다.
엄마도 이런 마음이셨겠지요...
지금은 돌아 가셔서 볼 수 없는 엄마가 갑자기 많이 보고 싶습니다.
참기름과 식용유를 섞은 기름, 붓, 구운 소금, 그리고 김...

오늘은 돌김을 50장 사왔습니다
100장은 어무래도 너무 오래 먹는 것 같아서 50장씩 사다가 먹습니다.

기름을 발라서 그런지 참 맛있게 반짝이네요.

기름을 발라 소금을 다 뿌렸으면 불을 약하게 하여 달군 후라이팬에 두장씩 굽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는 한장씩 구우면 김의 향이 날라 간다고 꼭 두장씩 구우라고 하셨거든요.
왼쪽은 구운 김, 오른쪽은 구울 김..

바삭 바삭 맛있게 다 구워졌습니다.
이제 가위로 잘라야지요.
엄마는 부엌칼로 자르셨는데...
그때는 부엌에서 가위를 안썼던것 같아요.
지금은 필수가 됬지만...

6등분을 해서 자른 후 김통에 한통, 나머진 지퍼락에 넣어 두었습니다.
딱 삼일 갑니다. 50장...
엄청 먹지요?
요즘 한창 키가 크는 아들놈덕분입니다.
김들의 기념사진을 찍고는 참 흐믓한 마음입니다.
별것도 아닌걸로 흐믓해지는 제가 좀 우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