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 시기를 접고, 또 하나 올려 봅니다. 저도 계란 주먹밥은 울 엄마 발명품인 줄 알았어요.
김밥 싸고 나면 재료들이 어중간하게 남을 때 있잖아요?
그럴 때면 엄만 재료들을 다 채를 쳐서 남은 밥이랑 휘휘 섞어서 초밥틀로 주먹밥 만들어서
계란을 부치거나, 남은 김으로 싸서 주시곤 하셨어요. 정말 김밥 보다 더 맛있었답니다.
또, 학교 다닐 때 도시락으로 저거 싸주시면 오전 내내 점심 시간이 어찌나 기다려지던지...
주먹밥이 주인공이 될 때는 계란, 김, 오이, 베이컨 등으로 형형색색 말아주셨어요.
친구들 한테도 인기 좋았죠.
초밥틀은...저 결혼하고 나서 남편 도시락 싸주려고 엄마 한테 빌렸는데, 엄마가 20년 넘게
쓰신 거라고, 기념으로 주셨어요. 항상 저한테 뭐 주실 때는 새걸로 사주셨는데, 헌 거 주신 건
초밥틀이 유일하네요... 결혼한지 1년 만에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다른 딸들 처럼 이것저것
갖고 올 틈도 없었답니다...

엄마의 주먹밥 흉내 내봤어요. 밥은 촛물로 간하고, 속에는 당근, 단무지, 햄, 맛살, 소고기
등등 있는 재료 채쳐서 넣어 섞어 주면 되구요.
저기 하얀 건 햄이에요. 마침 마트에 하얀색 슬라이스 햄이 있길래 색깔 맞추려고 샀죠.
초밥틀에 참기름을 발라주면 밥도 잘 떨어지고 나중에 겉 재료도 잘 붙어서 좋아요.
물론 맛도 더 고소하구요~

이건 도시락으로 싼 거. 결혼하고 얼마 안돼서 남편이 좀 아팠거든요.
먼 지방까지 침 맞으러 다녔는데, 새벽에 나가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거의 매일 도시락을
쌌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찍어둔 사진이죠.
이때만 해도 엄마가 계셔서 새벽 마다 전화 걸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는데...
엄마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되어 가네요...
아직도 길 가다가 문득 뒤돌아 보면 엄마가 '먼저 가라. 조심해서 들어가라' 하시며
손 흔들고 계실 것 같은데...
암튼, 그러고 보니 엄마 돌아가신 후 2년 넘도록 제 요리 실력은 계속 제자리네요.
새 종목을 좀 발굴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