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르던 가을 김치를 담갔습니다.
아직도 여름내 먹던 열무김치 끄트머리 붙들고 있었거든요.
집에 밥 먹는 사람이 없으니 많이 해봐야 힘만 들겠고, 배추 한포기, 무 한개, 그리고 양념으로 쓸 부추와 쪽파는 조금씩 덜어팔지 않아 할수 없이 한단씩 사들고 왔답니다.
이 적은 양으로 이렇게 세가지 종류의 김치를 담그니 소꿉장난 같습니다. ^^
포기 김치 담글 양이 안되서 배추랑 무 반개로 막김치를 담그고 나니,
남은 무 반개가 남겨두면 애물단지가 될거 같아 약식 동치미 하는 식으로 쉽게 물김치를 해놨어요.

아직 김치 국물 안 부었습니다. 내일쯤 부어야 해요.
정식 동치미는 작은 통무를 통째 넣고, 삭힌 고추도 통으로, 쪽파도 그냥 길쭉하게, 생강, 마늘은 편썰고, 청각하고 해서 무 한켜 소금 한켜 양념 한켜 식으로 담아놨다가,
하루 이틀쯤 지나 김치국물을 붓잖아요.
이 약식 동치미는 손가락 굵기로 썬 무와 생강, 마늘, 고추 등의 양념을 엉성하게 썰어서 같은 식으로 소금으로 버무려 담아요. 하루밤 지난 다음 끓여 미지근하게 식힌 물에 소금간 하여 부으면 됩니다.
쪽파를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썰지 않고 위에 얹어만 놨어요.
파를 잘못 넣으면 물김치가 국물이 느른해져서...국물 우러나면 바로 건져내면 되지요.
사실 다른 양념도 자루 같은데 한꺼번에 넣어서 나중에 빼내면 깔끔하고 좋은데 워낙 양이 적어서요.

파김치.(사진이 핀이 나겠네요.)
쪽파 2천원 한단인데, 담아보니 어찌나 양이 적은지... 작은통 절반도 채 안들어가요.
그래도 이게 밥도둑이예요. 별거 아니지만...
저는 쪽파를 액젓에 절여요. 그래서 별도 소금간 없이 절인 국물을 따라내서 양념 만들어 다시 버무려요.
파김치에는 설탕을 조금 넣어야 맛있는데, 나머진 같아요. 마늘, 생강정도...아, 오늘은 양파 반개 갈아서 함께 버무려 봤어요. 어떨지 모르겠네요.
배추김치는 사진 안찍었어요. 다 거기서 거기니까...
오늘은 양념으로 쪽파, 부추, 양파, 마늘, 생강, 액젓 넣었습니다. 전 풀물은 안 넣어요. 빨리 쉬니까.
마지막 사진은 자랑질입니다.

이케아에서 아주 저렴하게(개당 6천원 정도) 구입한 오븐 사용 가능한 스프볼입니다.
사이즈가 국대접과 거의 같아요.
날씨가 썰렁해지면 양파스프를 자주 끓여먹는데, 용기가 마땅찮아서 만만한 싸구려 그릇 오븐에 넣어놓고 행여 깨지나 늘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그래서 장만했답니다.

오늘따라 수전증에 걸렸는지, 아니면 제 카메라가 문젠지, 도무지 사진찍을때 촛점을 못 맞추겠어요. ㅠ.ㅠ;;
마음에 안들지만 색상이 이게 정확하게 나와서 그냥 보여드릴께요.
빨강 2개, 노랑 2개입니다.
보울 구입 기념으로 내일은 어니언 스프 끓일까봐요. 벌써 그런 계절이 된건지...ㅎㅎㅎ
저의 착한 아기는 요상스레 김치 담그는 날이면 번번이 시간 맞춰 낮잠을 아주아주 오랫동안 자주네요. 엄마가 바쁜걸 저도 아는건지...
오늘도 다듬기 시작할때 잠들어서 다 끝나고 뒷설거지 하는데 깨더군요. 고마와라~
그런데 제가 종일 매운 양념 만지느라 신경도 못써주고 있는 덕에 하루종일 제대로 얻어먹은것이 없는 우리 아들은 지금도 저녁밥도 안먹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습니다.
별명을 '잠자는 왕자'라 지어야 할까봐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