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맛있게 먹었던 밥은....
14살 가출 때 먹었던 밥이였습니다...

(오늘은 가출이 아닌 남편이 모셔(?)주었습니다)

(저는 잠이나 자는게 좋을것 같은데, 남편이 후딱 다녀오자고 합니다)
열 두살 때부터 우리 4남매는
엄마와 떨어져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11살 때 아버지는 독일의 광부로 돈을 벌러 떠나셨고
탄광촌에 늘 있었던 여차 여차 불미한 일들로
기어이는 엄마와도 헤어져 살게 되었댔습니다....

(너무 이쁜 가든의 노인들이 정겹습니다)
우리 4남매와 고모의 아이들 둘까지....
여하튼 집이 늘 시끌벅적했고..
고만 고만 아이들은 툭하면 싸우기가 일쑤였습니다...
그 중에 제일 맏이였던 저는 나의 잘못에도 매를 맞았고...
동생들의 잘못에도 같이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ㅠ.ㅠ.



(오늘 남편이 사준 점심입니다.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날도 아마 고모와 고모부에게 매를 많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별로 겁이 없던(헉~ 그때부터 내맘대로?) 나는...
2000원 정도를 훔쳐서 달아났었습니다....
엄마가 있는 서울로 가기 위해서...
그때 우리는 강원도 태백에서 살았는데...
서울로 갈려면 철암역에 가서....
밤기차를 탔어야 했습니다....
밤 11시에 출발하면 청량리역에
아침 8시쯤 떨어지는 완행열차였었지요......

(길가다 너무 이뻐서 신호대기 중 찰칵~)

(얼룩소야~ 하고 사진 찍으면서 불렀더니 자기를 부르는줄 알던데요..?^^)

(남편이 드라이브 시켜 준 스코틀랜드의 중부지방 일부입니다)
두려운마음 도 있었지만
엄마에게 가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더 했던지라....
문제는...
돈이 조금 부족했던것입니다..
차비가 200원 정도 모자랐던것 같습니다...
물론 돌아 올 차비 같은건 없었습니다...
난 울면서 꼭 엄마에게 가야한다고 떼를 부리고 서있었습니다...
뒤에 줄을 서 있던 다른 어른이 부족한 돈을 대신 주었습니다...


(남편이 오늘 저를 데려다 주고 싶었던 곳이랍니다...실은 남편이 오고 싶었던(?)
저는 드디어 탈출하게 되었습니다...
고모가 눈치채고 찾아 나서기 전에...
빨리 떠나야 하는데....ㅜ.ㅜ
밤새 기차를 타고 아침에 청량리 역에 도착하니
아침 8시 정도 되었습니다...

(웨지우드 접시들입니다. 가격들은 말 몬합니다^^ 여하튼 쌉니다)
엄마가 일하시는 곳에 전화를 했더니...
그날은 일요일이라 엄마가 군대에 가있는
삼촌 면회를 갔다는 것이였습니다...

(아침에 일찍 서둘러 나가느라 집은 폭탄~ 그릇은 봐야겠고, 저녁도 해야하고 ㅠ.ㅠ)
난 너무나 막막했고...
가지고 있는 돈은 50원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내 계획은 청량리역에 도착해서 엄마에게 전화하고...
그럼 엄마가 마중을 꼭 나올것이라고 믿었는데...ㅜ.ㅜ

전화를 한 번 걸었더니...40원 남았던 것 같습니다(비상금이)......
그래서 무작정 걷기로 했었습니다...

(꽃무늬 접시는 웨지우드 아니고 존슨브로스...인지 뭐시기인지..)
엄마가 계신곳은 어린이 대공원 근처의 화양리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청량리 역에서 부터 출발해서...
어린이 대공원 갈려면 어떻게 가야 돼요..?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가면서 공중 전화가 보이면
엄마가 돌아왔는지 다시 전화하고...
그렇게 걷고 또 걸었댔습니다...
분명히 꼴이 말이 아니였을 것입니다...

밤새 기차를 타고 왔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씻지도 못하고...
청량리 그 복잡한 곳의 먼지를 다 뒤집어 쓰면서
사람들이 가라는 길로 무작정 걸어서 갔습니다.......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가 넘어서 였던것 같습니다...
마지막 남은 돈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직까지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합니다...
제가 지금 어린이 대공원 앞에 있는데...
엄마를 꼭 만나야 한다고 했더니...
어디 어디로 오라 하셨습니다...

화양리 시장있는 곳에 육교가 하나 있는데....
거기 까지 오라했습니다...
또 부지런히 걸어갔더니....
엄마랑 함께 일하시는 분이 나와 주셨습니다..

에구~에구~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고...등을 쓰다듬으며...
손을 잡아 이끌어 집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된장 찌게에 늦은 점심을 차려주시는데...
전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허겁지겁...
맛있는 밥을...그렇게 싹~싹 긁어 먹은 적이 없을 것입니다....

엄마가 돌아오시기 까지 엄마 방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셨고....
그리곤 기억이 없습니다.....
누가 우는 소리가 나서 깨보니까....
엄마가 나를 붙들고 울고 계셨습니다...
저도 울었습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엄마한테 다 일러 주면서....
고모의 부당함과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엄마의 동정과 화냄을 얻어...
가출한 것에 대한 잘못을 만회하려고 했지만....

그 다음날 결국 혼나고 말았습니다...
난 더이상 고모와 살고 싶지 않다고 떼를 썼댔습니다...
그냥 서울에서 공장이나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어찌하든지 사람은 꼭 공부를 해야한다면서....
다시 가서 학교를 다니라고 했습니다...
동생들만 남겨 놓으면 불쌍하지 않냐 하면서...
니가 가서 더 고모말을 잘 듣고 동생들과 잘 지내라고 달래셨고...
그러겠다고 약속해야 했습니다...

(이건 어제 닭가슴살 샐러드~ 겨자소스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참~행복한 날이 며칠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엄마는 바나나며(그때는 그게 제일 맛있는 과일이였고....고급스런 과일이였지요)
맛있는 만두며...예쁜 옷이며...
어린이 대공원 구경이며...
신나는 일(?)이 계속되었습니다...
내 기억에 엄마와 가장 달콤하고 좋았던 시간이였던것 같습니다...
동생들이 줄줄이 많으니...
난 늘 맏이가 그 모양이다....맏이가 어떻다...맏이면서 그런다...
이런말들로 난 어린시절을 보냈었습니다....

난 엄마를 찾은 것 같았고...
맏이였기 때문에 손해(?)봤던 것들을 보상받았습니다....
단 일주일이였지만....
청량리 역에서 엄마는 눈물로 나를 돌려 보냈고...
다시는 도망오지 않기로 약속했고...
방학이 되면 동생들과 함께 엄마를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오늘 그릇 사오자 마자~ 짜~잔~~!! 당분간 누룽지탕 ?^^)
그 이후 가출은 다시 없었지만....
난 이미 그때 알고 있었나 봅니다...
어디든지 가서 물어보면 된다는것과....
뭐든지 물어 보면 된다는것...^^
세상이 그렇게 무섭고 나쁜것만이 아니라는.......
어린 나이에 너무 겁이 없었나요...?^~^
나중에야 하나님이 제 인생에...
얼마나 선하게 간섭하셨는가를 알게 되었지만....

겁없고 천방지축이였던 나는...
고비 고비 마다 어려움도 슬픈일도 많았지만....
배고픈 것이 가장 맛있는 반찬이라는 것을 배운 때이기도 한가봅니다...
저는 객지에서 사람들이 배고픈 것이....
아직도 가장 염려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 지난번 리플과 추천에 대한 감사글입니다...^^
기회되면 중학교를 못 간 사연 올려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