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글 자주 올리고 싶었는데,
....이번 한국 방문 중 쌓인 병원 영수증입니다.
저도 아프고, 병원 검사는 계속 많아지고,
무엇보다 주인을 따라 제 카메라가 어느날 꼴까닥.
원래 전자제품 하나 사면 십년을 쓰는데
(전화기도 단음벨에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요!)
약 2년 동안의 프랑스 생활 중 주방 바닥에 떨어진 것만 4번에
밀가루 칠갑을 하고 산 삶이 힘겨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엄마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버무려 올려 봅니다.
제 1부 : 딸을 위해 펼쳐주신 요리 향연
닭볶음탕. 검사 결과 나온 후 금지품목 등극!
간장 게장. 알이 있어서 기쁘더군요.
작고 예쁜 주먹밥도 만드시고...
똑같은 가루를 써도 절대 못 따라하는 엄마표 카레맛.
이번에도 비결을 훔치는데 실패했습니다.
전골도 보글보글.
제2부 : 친구들이 해준 밥, 사준 밥
그래도 전생에 착한 일을 조금 하긴 했는지
프랑스 친구들 못지않게 소중하고 좋은 친구들이 한국에도 있답니다.
늘 제가 ‘새모이처럼 먹고’ ‘프랑스에서도 안 먹었을 게 뻔하다’ 고 믿는 친구들의 밥고문이
귀국하자마자 시작됩니다.
절 위해 가로수길 한식집 정보를 다 뒤졌다는 옛 업무동료이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냠냠.
십년 넘게 한 일 훌떡 버리고 갈 때도 응원해 준 마음의 지원군들입니다.
갑상선암 수술 후 몸도 편치 않은 친구가 떡볶이를 해놓고 기다려주었어요...
빵 3종류로 보답했지요.
구르면 2분 안에 도달하는 앞앞동 친구.
함께 구르면 5분 안에 도착하는 식당에서 감자탕을 냠냠.
동네에서 맛집 발견하면 정말 기뻐요.
장금이로 불리는 친구가 정성껏 차려준 한식밥상.
내시경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밖에 못 먹고 온 게 지금 사진을 보니 사무치게 아쉽습니다.
나가 있는 동안 떡볶이 체인들이 많이 생겼나 봐요.
“네가 죠스와 국대 떡볶이를 모르다니....” 하면서 친구가 데려가 주었는데, 정말 매웠습니다!
떡볶이 정말 좋아하는데 이젠 먹기만 하면 탈이 나네요. 흑.
제3부 : 이 정도면 거의 산업스파이? 빵집 순례
한식이 좋다지만 그래도 맛있는 빵을 먹지 않을 순 없지요!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이 역시 정보력 빠르고 (전 젬병) 검색의 달인인 친구들이 수고해주었습니다.
상수동 브레드05
상수동 Publique
강남역 베이커즈필드.
이번에 둘러본 곳들 중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이어요.
우연히 발견한 일산의 빵집, 빵공방 아키.
바로 옆에 사는 친구네 가다 들렀는데 소박한 맛이 났어요.
효자동 브레드인.
논현동 테이크어반 카페.
압구정점만 가봤었는데 여긴 정말 디저트랑 빵 종류가 많고 맛도 있더군요.
종로 카페뎀셀브즈.
커피랑 디저트, 모두 훌륭해서 오래전부터 좋아합니다.
어휴 기네요!
시작할 땐 한국 와서 들른 곳들, 문화생활, 재미있게 읽은 책 등등...
더 많은 이야기 늘어놓을 참이었는데 키친토크이기도 하고 해서 팍 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모와의 한가위를 기다린 조카들을 위해 마련한
송편빚기 이벤트 사진 올려봅니다.
엄청 진지한 이 모습...
나중엔 온 가족이 달려들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조카들이 만든 송편..................
콩 몇 개 박아놓고 “이건 할머니, 이건 고모, 이건 아빠...” 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나중에 사돈댁에도 반절 싸서 보내드렸는데
다 드시느라 고생하셨다더군요..우짜쓰까이..
이제 닷새 후면 다시 프랑스로 돌아갑니다.
늘 한국의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지만
떨어져 있을 때 애틋해지는 그 마음이 있어서
이곳에만 있었다면 자칫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이 무척이나 선명하고 아름답게 채색되는 듯해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또 혼자 꼬물꼬물 먹고사는 이야기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