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래되어서..
(그래봤자 지난 주이건만..... ㅎㅎㅎ)
언제인지는 알 수 없는 어느 날의 밥상...
주로 이 날은 그릴에 구웠군요..감자, 가지, 베이컨 등등을...
뭐 이런 날의 밥상 참 아름답지 않나요?
밥상 비쥬얼이 아름답다는 게 아니고..밥상 차리기가 참 아름다운 좋은 밥상의 예..
그냥 그릴에 구웠을 뿐이고..
적당한 소스..만든 것이건 사다 먹는 것이건 사라락 뿌려줬을 뿐이고...
따끈하게 갓 지은 흰쌀밥..
주로 잡곡을 먹는 편인데 요즘 이상하게 흰쌀밥을 종종 짓습니다...
시판 소스 휘리릭 뿌리는 저 손...
투박하고 이쁠 것도 없는 사철 물 마를 일이 없는 손이지만 제겐 참 소중한 그런 손^^
이날은 저도 모르게 아들 녀석이 열심히 일하는 제 뒷모습을 찍었더군요..
하도 열심히 일해서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는 그런.... ㅎㅎ
가끔 뒷 모습이 참 쓸쓸해보일 때가 있지요..누구에게나..
그러나 무슨 일에건 열심히 하는 이의 뒷모습은 참 당당한 듯...
이 날은 아마도 전날 배추 절여 김치 담고 무지 바빴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
주방이 어수선한 걸로 봐서.. 왠 변명? ㅎㅎㅎ
햇고추로 배추 3포기, 알타리 무 2단, 얼갈이 꽉 찬 가을배추 2단으로 신나게 밤새 김치 담고..
그리고 바로 담날 수업까지 했다눈 억척 프리~~~
늦게까지 일하는 절 따뜻하게 안아줬을 주방의 불빛들....
참 따스해보입니다..가을이라 그런가 봐요.
그렇게 김치 4가지 담고 차린 날의 밥상입니다..
대충 굽고 휘리릭 소스 바르거나 찍어 먹는 밥상
아들이 사랑하는 넘의 살...... 베이컨
저랑 어머니가 좋아하는 상큼한 양배추깻잎초절임
그리고 부드럽고 구수한 아욱새우국
아욱된장국은 그냥 밥에 말아 먹거나 떠 먹어도 좋지만...
여기에 식은 밥 한 그릇 넣어 뭉근하게 끓여 먹는 아욱된장죽만도..이 가을에 정말 별미입니다.
가끔 식은 밥을 그렇게 먹는데 반찬없이도 꿀맛이에요.
연근에 간장, 식초, 참기름이 들어간 연근초간장절임
열무김치에 두부를 한입 싸 먹기도 하고요.
제가 늘상 해 먹는 멸치 렌지에 돌려서 엿장에 살짝 버무려 먹기....
정말 편하고 좋은 밥반찬 만들기입니다.
지난 주엔 레몬머랭파이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짤주머니를 이용해서 짜서 만들기도 하고요.
제가 만드는 머랭은 설탕은 최대한 조금 넣은 방법으로 만드는 그런 머랭입니다.
머랭쿠키 레시피가 워낙 달잖아요.
진한 블랙 커피 마실 때도 좋고.....
단 것이 땡길 때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머랭쿠키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서 왠지 새롭게 느껴지는 머랭쿠키이지만 기본요령만 터득하면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게 머랭쿠키이지요.
레몬머랭쿠키..이렇게 숟가락을 이용해서 올려 구워도 정겨운 모양이 됩니다.
이것도 지난 주 밥상인데 아마도 금요일쯤 아니었을까 추측..ㅎㅎ
내내 고등어가 살이 무르더니 찬바람이 부는 요즘은 좀 살이 단단해져서 먹을만 합니다.
고등어 굽고.... 감자쪄서 으깨가지고 갖은 야채랑 버섯, 고기 넣어 고로케 반죽하듯 반죽한 것도 굽고
쌈채소도 상에 올려 먹던 날의 밥상
좀 가까이에서 보면 이런 상차림입니다..
고로케는 기름에 튀기는 것이지만..
이 반죽을 길쭉한 모양으로 빚어서 계란옷 입히고 빵가루 묻혀서 약간 넉넉한 기름에 구웠습니다.
담백하니~
그런 다음에 케첩 넉넉히 휘리릭 ~~~뿌려준 것...
먹을 만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감자랑 냉장고에 뒹글어 다니는 채소 몽땅 한방에 처리하면 속이 다 후련하고 좋습니다..
팽이버섯과 소고기롤말이 먹다 남은 것도 뎁혀 상에 올리고...
내가 만든 음식들 한톨도 낭비하지 않고 먹어주는 정신..아주 투철하다눈... ㅎㅎ
고등어 구이...
달군 팬에 포도씨유 조금 넣어서 바삭하니 구은 고등어구이....맛있어요.
역시나 먹다 남은 꽃게찌개랑 콩나물국 합체해서 콩나물꽃게찌개로 끝장을 보고....
고사리 나물과 콩나물무침도 한 접시에 담아 놓았어요.
애호박 반쪽으로 만든 애호박새우젓나물...
이런 저런 새로 만든 반찬.. 먹던 반찬들 서로 어우러져 차려 놓으니 한 상 가득...
신참과 고참의 조화라고나 할까요? ㅎㅎㅎ
하지만 밥상 차릴 때 상이 그득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별것 아닌 짜투리 재료로
뽀대나게 장식해주는 메뉴 하나쯤 있어줘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이쯤되면 육해공 총출동되니 영양도 고루 섭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요즘 같은 환절기일수록..싱싱한 채소 많이 먹어줘야 감기도 예방되고..피로감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주말엔 잡다하니 먹었는데
이번 주말엔 푹 쉬자 컨셉이어서... 사진은 일체 안 찍었어요...
사진만 안 찍어도 얼마나 간편한지 몰라요.
다시 오늘 수요일 밥상입니다.
뭐 특별한 것은 없지만
지난 주에 담근 얼갈이 물김치.... 푸른 잎이 싱싱하니 좋아요..
커다란 잎 하나 펼쳐서 밥을 싸먹어도 좋고요....그냥 먹어도 푸릇푸릇 상큼함이 입안에 그대로 전달됩니다.
어제도 남은 감자고로케 반죽으로 이렇게 구워먹고 남은 것...
역시 어제 먹다 남은 폭립도 2조각 남아서 상에 올리고..
가지나물도 어제 먹다 남은 것..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재활용컨셉? ㅎㅎㅎㅎ
하지만 새로 한 반찬도 있어요..연근초..달랑 하나에 조기만 새로 구웠을 뿐이고..
나머지는 몽땅 어제 한 반찬이네요.
콩비지도 어제 김치 넣고 끓여 먹었던 것...
두부만들고 남은 비지가 아니고...콩을 불려 만든 비지라 고소함이 살아있어 좋습니다.
조기도 굽고...
데친 브로콜리도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어요.
다 어제 먹다 남은 반찬들이지만..그래도 깔끔하게 담아 먹으니 맛은 좋던 걸요?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더해갈수록 점점 가을색은 짙어가겠지요..
그렇게 짙어가는 가을처럼 저도 한결 더 넉넉해지고... 깊이가 있는 사람였으면^^